미국 벤 버냉키 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아주 재밌는 말을 했다. 기준금리 결정을 사전에 예고하는‘기준금리결정사전예고제’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이라는 것을 매 분기마다 발표한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발표배경에는 미국의 기준 금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미국금리는 현재 0%에서 유지되고 있는데도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통화정책은 국민들에게‘앞으로 금리를 언제까지 올리지 않겠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서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물가가 많이 올라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금리를 높여야 될 상황이다. 남유로 사태로 수출이 감소되면서 경기도 침체되고 있다. 경기침체를 생각하면 금리를 높일 수 없고, 물가를 생각하면 금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려는 사태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기가 다시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행은 금리를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없는 딜레마상태다. 주변국인 중국의 경우 기준금리는 그대로 두고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쓰고 있다.
유동성흡수를 위해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방한 고려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은 금리를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정책은 다이아몬드를 해머로 가공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통화량을 흡수하는 능력이 크다. 지급준비율을 인상할 경우 그것이 내는 효과가 불확실해 쓰기를 주저한다. 예를 들자면 지급 준비율을 인상하면 대출이 감소하면서 시중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은행이 금리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돈을 다시 풀어야한다. 거기에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 외국에서 돈이 들어왔을 때 다시 유동성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지금 당장으로서는 금리를 높이기도, 지급준비율을 높이기도 어렵다.
당장은 아니지만 사태가 조금 진정된다면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방한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자본자유화가 되어있는 상황이라서 금리정책을 쓰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외국보다 금리가 높아질 경우 외국에서 돈이 들어와서 금리를 높이더라도 유동성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 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금리인상과 물가와의 관계를 보면 이미 그 관계가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금리를 높이면 물가가 높아지고 금리를 높여도 유동성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정책을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방한은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2월호 P.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