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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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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트럼프 시대, 흔들리는 주류 언론들

 

BBC 간판 탐사 다큐 프로그램인 <파노라마>가 트럼프의 2번째 대선 도전 직전에 방영한 에피소드 ‘Trump: A Second Chance?’(2024년 10월 28일)에서 그의 인터뷰를 짜깁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최대 50억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제소를 할 것이라고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한 상태다.

 

BBC의 편집 조작 사실은 영국 신문인 텔레그라프지가 지난 11월 BBC 내 편집규정위원회의 외부 자문위원이었던 마이클 프레스코트의 메모를 인용해 보도함으로써 드러났다. 프로그램 방영 후 1년이 지나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점거 사건 당시, 트럼프 대통령 연설 내용을 잘라내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의사당 점거를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편집했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주장을 펼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도전에서 성공했지만 BBC의 높은 신뢰성을 감안할 때 자신의 이미지가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 셈이다.

 

실제 연설 부분은 “We're going to walk down to the Capitol, and we're going to cheer on our brave senators and congressmen and women.(우리는 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용감한 상원의원들과 하원의 남녀의원들을 북돋울 것입니다.)”이다.

 

여기서는 앞에 부분인 “We're going to walk down to the Capitol.”만 살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부분 연설이 50여 분 지나서 말한 “I'll be there with you. And we fight. We fight like hell.(나는 당신들과 함께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싸웁시다. 싸웁시다.)” 부분을 이어서 편집했다.

 

“We fight like hell”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선거 시스템이 타락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악의적’인 편집이라는 의혹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제작 시간의 한계로 트럼프 연설을 모두 전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 만 편집한 것이다. 뉴스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늘 뉴스 속에서 살고 있는 관계로, 정작 자신이 만드는 뉴스의 내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둔감하고 그런 만큼 부주의 할 우려가 있다.

 

이번 케이스가 선의로 보면 ‘실수’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당하는 트럼프 입장에서 전혀 다른 시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현재까지도 주류 언론들에 대해 적대적이다. 주류 언론들이 자신에 대해 항상 불리한 보도만 일삼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그런 불만을 지금도 표출하고 있다.

 

이런 판에 세계적인 명성의 주류 언론 중의 하나인 BBC 프로그램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발견한 이상, 순순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 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BBC의 팀 데이비 사장과 뉴스 총괄 책임자인 데보라 터니스 등 고위 책임자 2명이 사임했다.

 

BBC 책임자의 사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들 이 BBC에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보상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서한은 답장 시한을 정했으며, 만족할 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최소 10억 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BBC는 답장 시한 전날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BBC는 사과문에서 해당 부분의 편집이 의도하지 않은 인상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BBC의 의장인 사미르 샤도 백악관에 편지를 보내 사과 의사를 전달했다.

 

BBC는 사과를 표명했지만 보상은 거부했다. 거부 사유는 첫째, <파노라마>의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 채널에 공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혔다. 즉 자국에만 방영된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파노라마>는 전 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BBC World에 방영 되는 것을 본 적은 있었는데, 해당 제작물은 방송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이미 방송된 것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채널인 BBC iPlayer은 해외에서는 차단된다.

 

 

이에 대해 트럼프 측은 해당 제작물이 인터넷을 통해 미국 시청자들과 전 세계에 전파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 사유는 관련 제작물이 트럼프 재선에 불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되고 난 뒤에 제작물을 본 미국 다큐 제작자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인터뷰들도 포함되는 등 공정하게 다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어차피 일부 의견일 뿐이고 상당히 주관적인 견해라고도 볼 수 있다.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전 BBC 자문위원인 마이클 프레스코트의 메모를 보면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사유는 악의를 가지고 편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네 번째 사유는 편집된 부분은 불과 12초에 지나지 않고,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내용도 전체 제작물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사유로 정치 연설과 공공적 관심사에 대한 의견은 미국의 명예훼손법에서 엄격하 게 적용되고 강력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미국 법 관례상, 뉴스매체가 고의로 또는 악의적으로 뉴스를 조작하지 않는 한 오보를 했다고 해서 언론사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오보’가 아니고 ‘인터뷰를 편집한 사안’이므로 악의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다툼이 있을 수 있다. ‘편집한 것’ 자체가 의도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를 할 때 미처 몰라서 또는 시간에 쫓겨 부실한 내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오보를 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므로 공공적인 목적으로 취재한 기자에게 면죄 처분을 내린다. 더욱이 오보의 경우, 언론사가 나중에 사실을 알고 즉각 정정보도를 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정정보도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번 BBC 편집 사건은 방송한 지 1년에 지나서 문제를 지 적받자 사과를 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BBC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들어 악의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선거를 코앞에 둔 트럼프 후보를 이전에 의회 점거를 선동한 것처 럼 인상을 준 편집을 상쇄하기에는 약해 보인다. 이러한 외부의 평판을 의식한 듯 이번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데보라 터니스 보도 책임자는 사임의 변에서 BBC가 시스템적으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BBC는 좌파적이고 친팔레스타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BBC를 자신의 거주 관할 구역인 플로리다 법정에 세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매체도 아닌 다른 나라의 뉴스매체를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공영방송으로서 준조세 격인 시청료를 받아서 운영하고 있는 BBC로부터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낸다는 것도 지난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CBS방송사와 워싱턴포스트를 상대를 제소한 바 있는데, 모두 법정 밖에서 거액의 합의 금을 받고 종결지은 바 있다.

 

피소된 언론사들은 재판 과정이 모두 공개되는 것이 자사의 평판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재판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BS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에 소속된 빅미디어그룹에 속해 있으며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의 소유이기 때문에 거액의 돈을 배상할 여유가 있다. 하지만 BBC는 민간방송사도 아니고 공영방송사의 돈을 마음대로 배상금으로 지불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도 있다. 양쪽 모두 난감하기 때문에 재판으로 안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 보기도 한다.

 

샤미르샤 BBC의장은 방송사 스태프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파노라마>가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 며,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설 곳 잃어가는 주류 언론, 살길은 사실 보도

 

오늘날 주류 언론들은 어느 나라에서건 할 것 없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언론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실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의견의 공론장의 역할을 제공함으 로써 민주주의를 작동케 하는 기본적인 시스템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역할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 포털의 등장, 뒤이어 나온 소셜미디어의 확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 등장 초기에는 광고 시장을 빼앗김에 따라 재정적 위기가 고착화되기 시작했고 소셜미디어의 기승은 공론장 역할도 내주게 됐다.

 

소셜미디어는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까닭에 의견의 동조, 과격한 주장의 유포, 사실과 소문, 추측이 뒤섞인 페이크 정보의 난무 현상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더욱이 특정 정치인과 그가 추구하는 이념과 연계된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실은 중요시 되지 않고 팬덤 현상이 나타난다.

 

정치인들이 주류 언론을 멀리하고 소셜미디어를 더 가까이 하는 움직임은 이제 정착된 듯하다. 오늘날 정치에서 대화가 끊어지고 타협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이같은 소셜미디어의 팬덤 현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것이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이들에게 언론은 공격 대상이 된다. 소셜미디어들은 자기 편이 아니면 모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현재의 언론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외톨이’ 존재로 고립되고 있다. 사실에 대한 판단과 취재는 상당한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셜미디어가 사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셜미디어들의 주장과 페이크 정보들이 과도하게 대 표되는 기이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면 사실 보도를 하는 언론사의 역할과 영향력은 점점 축소된다. 정치 세력들 간의 대화와 타협을 이뤄지려면 무엇보다도 사실 정보가 꾸준히 제공되고 그것을 놓고 건강한 토론과 합리적인 타협을 해야 한다. 일부 언론들은 소셜미디어와 경쟁하기 위해 사실 보도를 소홀히 하는 대신 선정적인 의견 주장을 포장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류 언론들도 반성할 점이 많다. 무엇보다 기득권에 안주하고 사실 보도를 등한히 하고 어설프게 소셜미디어를 의식한 선정적 의견 표출에 앞장섰다는 혐의를 부인할 수 없다. 이제라도 사실 보도를 충실히 하고 좌와 우 어느 편에 도 무조건 동조하지 말고 공익에 충실한 태도를 견지하는 데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BBC의 다큐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주류 언론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여 미국 민주주의의 복원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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