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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제3부】 공중 미끄럼틀로 모험을 떠난 아이들

동네 놀이터의 미끄럼틀은 10살 안팎의 아이들 성에 차지 않은 듯했다. 철계단을 올라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한 아이가 불만을 터뜨렸다. “에이, 시시해, 거꾸로 타고 올라가 보자!” 그 아이가 미끄럼틀 옆 난간을 잡고, 엉금엉금 원숭이처럼 기어 올라갔다. 다른 아이들도 뒤따랐다.

 

 

미끄럼틀 바닥을 오르다, 몇 번인가 쭈르르 쭈르르 미끄러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레 재미있다며 다들 킬킬댔다. 아이들은 그런 동작으로 몇 번이나 미끄럼틀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반복했다.

 

아파트 놀이터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그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본 한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놀이시설 회사인 지에스엡(GSWeb, Giant Spider Web)그룹의 표옥근 회장, 그는 운동선수처럼 스포츠머리에 키가 훤칠했다.

 

“아이들은 성장할수록 기존 놀이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미끄럼틀을 거꾸로 타고 있잖는가, 아이들은 일부러 위험한 놀이에 도전해 보려는 순수한 모험심이 있는 거다.”

 

 

케이블(와이어로프, 24개의 강선(鋼線)이 들어있는 7개의 와이어 다발을 꼬아서 만듦) 전문가인 표 회장은, 지난 20여 년간 아이들이 순수한 모험심을 키우는 놀이터를 만들어 왔다. 표 회장이 설계한 왕거미 집 놀이터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이름을 날렸다. 지금까지 세계 50여 국에 수출해 왔고, 국내에서는 2013년 ‘춘천 꿈자람 어린이 공원 놀이터’를 시작으로 수백 개의 왕거미 집 모델을 설계해 전국 놀이터에 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18년, 울산시 남구 선암동의 선암 호수 공원 무지개 놀이터 안에 시공한 왕거미집 어린이 놀이터, 일명 ‘도토리 동산’이라고도 불리는 미끄럼틀 놀이터는 2019년 행정안전부가 전국 7만 5천여 개의 놀이터 시설 가운데 우수 어린이놀이 시설로 선정한 9개 놀이터 중 하나이며 이 모델은 2018년 프랑스 파리 디즈니랜드 리조트에 설치되기도 했다.

 

좌우 12m 간격으로, S자로 휘어진 누에 모양의 미끄럼틀 2대가 높이 10m로 세워졌다. 미끄럼틀 양쪽을 흔들다리 왕거미 집 그물망으로 이어 놓았다. 아이들은 3층 건물 높이의 미끄럼틀 꼭대기까지 세 구간의 왕거미 집을 통과해야 한다. 1구간은 수직으로 내려진 그물망이다.

 

허공에서 흔들거리는 그물망을 잡고 올라서면 첫 번째 도토리 모양의 거미집. 이곳을 지나 두 번째, 세 번째 도토리 거미집까지 연결된 그물 통로를 올라가면, 미끄럼틀 꼭대기에 닿을 수 있다. 또 다른 1구간은 암벽 등반하듯 올라가도록 했다. 아치형 다리처럼 경사도가 있는 바닥에 홀더(손으로 잡는 돌출물)와 스탠드(발로 딛는 돌출물)가 설치돼 있다. 어느 구간이든 아이들의 흥미도가 높았다.

 

 

아이들이 자기 머리 위에 있는 도토리 집 연결 그물망 통로를 지나려면 땅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아찔아찔할 테지만, 두려워하는 아이들은 없는 듯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스스로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간다. 어떻게 올라가야 한다고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나무를 타는 원숭이처럼 스스로 팔다리를 써서 자기가 갈 길을 개척하는 일에 몰입했다.

 

6살 된 여아를 데리고 도토리 동산의 왕거미집 미끄럼틀 놀이터에 왔던 한 엄마는 ‘내가 생각하는 놀이터 중 최고의 시설’이었다고 감동했다. “(자신이 올린 블로그에 올린 사진보다) 미끄럼틀이 상당히 높았는데도 아이는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재미있게 놀았다”면서,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엄마로서 뿌듯했었노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소감을 밝혔다.

 

표 회장은 “케이블이나 케이블 왕거미 집을 활용해 놀이터를 만들어 주면, 아이들은 지붕 꼭대기에 오르고, 난간을 아슬아슬 걷고, 건물을 기어오르고, 높은 벽을 뛰어넘고,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날듯이 줄을 잡고 옆 건물로 이동하는 파르쿠르(Parkour) 운동처럼 좁은 놀이터 안에서도 가장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다,”면서, 최근 지역 놀이터 특성에 따른 맞춤형 주문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이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 부모, 조부모도 함께하는 놀이 공간을 꿈꾸는, 지에스엡의 왕거미집 놀이터,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 메달 종목으로 등장한 스포츠 크라이밍처럼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와 도전, 그리고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놀이 문화를 선도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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