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퇴임을 앞두고 있는 반기문 유엔(UN)사무총창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반 총장은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기자회견을 갖고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발전을 위하고 국민 복리·민생증진을 위해 제 경험이 필요하면 몸 사리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면서 “제가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다, 대통령이다 말씀을 드릴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차기 유력대선후보로 점쳐지는 그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들은 대선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했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과 관련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한국에)기여할 것인지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며 “국민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 여러분들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동교동계니 비박이나 친박, 계파 등이 무슨 소용인가”라며 “어떻게 할 것인지는 귀국 후 각계 국민들을 만나서 말씀을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다. 어떤 종파, 계층과도 시간, 장소 가리지 않고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국민들의 촛불집회 등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선정(善政)의 결여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고, 사회에 쌓였던 적폐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국민의 뜻, 바람이 전체 현재 국가를 운영하는 시스템의 잘못, 지도력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 사회 지도자들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을 해서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같이 진솔하게 검토해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화합과 통합, 포용적 대화를 해야 진정한 지도력이 나온다. 이것이 리더십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뜻밖에 한국에서 일어나고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이렇게 되니 상당히 민망하다. 귀국하지만 상당히 참담한 심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한국을 찾을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지 않는 등 노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공격이고 의도가 있는 인격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반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외교부 장관을 지냈고, 2007년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반 총장은 “저를 외교 보좌관으로 발탁하고 외교장관까지 임명하고 유엔 사무총장 되는데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다”면서도 “노무현 정부 밑에서 일하기 전에 일체 관계가 없었다. 생면부지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문제에는 “2011년 부산 국제회의 대 참배를 했다. 당시 문재인 봉하마을 기념사업회 회장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강원도지사 등 여러분들이 왔었다”며 “권양숙 여사님과도 얘기하며 조의를 표했다. 매년 1월 초 새해가 되면 권양숙 여사님께 전화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새마을운동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가 단기간에 압축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농촌사회의 국민의식도 개조하면서 어떻게 협동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느냐 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운동이었다고 국제사회에서 평가하고 있다”면서 “특별한 지도자를 찬양한 것이 아니고 제가 보도 느낀 것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직 북한만이 핵개발하거나 탄도미사일 개발에 많은 자원을 쓰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최근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국제사회의 일관되고 단합된 목소리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이 더 늦기 전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은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상 당연히 만나야 되는데 탄핵소추가 된 상황에서 총리에게 권한을 맡겼으니 황교안 권한대행을 예방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