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에 이어 오후에 속개된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는 당초 수술통증으로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장시호(최순실 씨 조카)가 출석했다.
장 씨는 연세대 입학에 대해서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했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했고, 제일기획으로부터 지원받은 16억원 중 11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아직 잔고가 많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오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질문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집중됐고,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알지 못한다”, “기억이 없다”,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질문에도 오전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안에 있었다는 것 밖에 모른다”, “사생활 부분은 알 수가 없다”는 답변만 했다.
또한 차은택 씨는 김 전 실장을 최순실 소개로 만났다고 했지만,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의 지시로 차 씨를 만났다면서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대통령에 전달된 옷과 가방의 값을 최순실 개인돈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김재열 제일기획 대표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원은 삼성전자의 자금이고 최순실, 장시호를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기 전 실장에 대한 질문은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와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노트에 적혀 있는 ‘장(長)’의 지시사항에 대한 확인 및 비판이 이어졌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6년 현역 의원일 때 박근혜 당시 대표(한나라당)와 독일에 갔을 때 정윤회 부부, 그러니까 정윤회와 최순실 부부가 교민간담회를 하는데 대통령과 같이 있었다. 독일까지 가는데 비행기로만 몇 시간이 걸리고, 체류 일정도 있고, 돌아오는데도 오래 걸리는데 몰랐다?”면서 김 전 실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박관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권력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라고 말한 기사가 대대적으로 나왔었는데 이것에 대해서 알아보지도 않았다는 것인가?”라면서 김 전 실장의 ‘모르쇠’를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을 안 것은 태블릿PC 노출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면서 “만약에 그전부터 알고 있었다면 뭔가 통신(통화)이라도 있지 않았겠나”라며 관련 내용 일체를 부인했다.
고(故) 김 전 민정수석의 업무노트와 관련한 의원들의 추궁도 이어졌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서실장으로서 (김 전 수석에게)지시한 적 없다는 증언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2014년 원내대표 시절,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가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많이 했고 김 전 수석 비망록(업무노트)에 나오는 지시사항을 직접 들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에 조윤선 수석에게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면 ‘실장님이 연락이 안 된다’는 답변만 와서 전화교환수라는 농담도 했다”며 수석들과의 회의에서 그런 내용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김 전 실장의 증언을 반박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비망록을 부정하는 것은 김영한 전 수석이 이 내용을 전부 날조, 소설을 썼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7월 13일 권은희(더불어민주당 의원) 내일 고발’이라고 돼 있는데 우연히 같은 날 자유청년연합에서 권 의원을 고발했고, ‘7월5일 박사모 등 시민단체 통해 고발 검토’, ‘7월 15일 만만회 박지원 고발’ 이런 내용들이 있다. 청와대에서 시민단체를 움직여 고발하도록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김 전 수석의 죽음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수첩에 있다고 해서 실장이 하나하나 지시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대통령에 전달된 가방과 옷값을 최 씨 개인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고 씨에게 “도매가로 옷 최소 3,000만원, 가방 1,500만원 등 4,500만원 상당의 옷과 가방이 대통령에게 갔는데, 청와대에서는 옷과 가방에 돈 지출이 없었다고 한다”면서 “대통령에게 가방과 옷 100여벌을 만들어줬다고 했는데, 옷과 가방 구입비용은 최순실로 받았나”라고 물었다.
이에 고 씨는 “그렇다. 본인 지갑에서 돈을 거내서 줬다. 개인돈으로 주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황 의원은 “결국 사인(민간인)이 대통령에게 4,5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최순실 개인이 구입해서 (옷과 가방을)상납하고 국정농단의 뇌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 27분에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연세대 입학에 대해서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했고 누가 도와준 적이 없다”고 했고 제일기획이 지원한 16억원 중 11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영재센터에 잔고가 많고 혐의에 대한 액수는 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이모(최순실 씨)가 아이디어를 내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시작하게 됐고 계획서와 제안서를 만들어 김종 전 차관에 제출했다”면서 “최순실 씨가 지시하면 따라야하는 입장이고 이모이기도 하니까 거스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재열 제일기획 대표는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한 이유에 대해 묻자 “영재센터에 대해 김종 전 차관에게 설명을 듣고 이거는 무겁게 느끼고 후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고, 당시 장시호에 대한 배경(최순실 씨 조카) 설명을 들었냐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듣지 못했다”고 했다.
영재센터에 지원하면서 최순실·장시호 씨를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만난 적 없다”고 증언했다.
장제원 의원은 “16억원 후원을 누가 결정했나? 그룹차원의 논의가 있었느냐? 부회장이냐, 미래전략실이냐?”라며 집중 추궁했고 김 대표는 답변을 망설이다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부서에서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가 결재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관련해서 김 전 차관은 “그런 제안을 한 적 없다”며 김 대표의 증언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