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다음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세계 주요국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의 ‘미국 대선 이후 주요국 반응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폴리티코 등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무역에 관한 본인의 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미국법상 대통령의 무역정책 권한이 큰 반면, 의회의 제어기능은 약해 과거 대통령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반덤핑 등 통상마찰확대를 우려하면서도 미국의 고립주의는 중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보는 트럼프가 주장해온 중국산에 대한 일괄적인 관세 인상은 현실적으로 힘드나 반덤핑 사례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사회과학원은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국내 발전에 주력한 고립주의라고 평가했고, 이와 관련해 하이통증권은 미국 내수회복이 중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일재경일보는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무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이 역대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CEP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세안 10개국과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6개국이 참가하는 중국 중심의 지역무역협정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의 우려도 크다고 코트라는 밝혔다. 철강기업 A사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조치를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철강분야가 선제적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고, 전자분야 B사는 미국의 대중경제제재 시 제3국향 중국 내 생산제품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걱정은 ‘엔고’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달러당 105엔대인 엔화가치가 트럼프 당선 후 90~95엔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일본과 경합하는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경쟁력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에 수출 중인 소프트웨어 기업 I사는 일본이 경기침체에 폐쇄적으로 대응해 수입물량잉 줄어든느 상황을 걱정하기도 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 72.3%가 트럼프 당선을 ‘미국 경제의 향후 1년 최대 위험’으로 꼽았다. TPP 무산 가능성도 일본 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 기계산업을 중심으로 유럽 기업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가장 걱정했다.
독일 레이저시스템 제조사 C사는 “대체기술을 보유한 미국 역내기업 중심의 공급이 확대도리 가능성이 있어 대미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등 완성차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일단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영국기업은 하드 브렉시트(급격하고 강경한 EU 탈퇴) 시나리오 속에서 요동치고 있는 파운드와 가치가 또 어떻게 바뀔지 불안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트라는 미국에 수출의 80%, 수익의 50%를 의존하는 멕시코가 트럼프 당선의 최대 피해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페소화 가치는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전자제품기업 D사는 환율변동으로 계약이 취소되지 않도록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할 예정이고, 석유화학회사 E사는 페소화 가치 하락에 따른 멕시코 바이어의 구매력 하락을 엄려했다.
미국은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35% 관세 부과를 공약했는데, 이럴 경우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한국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트럼프 당선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주식시장도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반등했다.
다만, 기업들은 복잡한 미·러 관계 개선이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 루블화와 관련해서도 미국이 향후 국제유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다.
이란,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은 이해득실 판단에 분주하다.
이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대금결재와 이에 따른 연쇄효과를 가정 걱정했다. 달러결재재제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원활했던 유로화 결제마저 작동이 더뎌딜 것으로 우려햇다. 이 경우 이란 리얄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경쟁국 기업이 이란 진출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호재로 점치는 분위기이다.
복제약 산업이 강한 인도는 제네릭 의약품에 호의적인 트럼프 당선을 기회로 봤다. 이민정책이 인도 IT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나스콤(Nasscom, 인도 소프트웨어기업협회)’은 “인도의 IT산업이 미국 IT산업발전에 계속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TPP와 RCEP에 모두 참여 중인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RCEP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미국의 TPP 탈퇴를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 중소기업 F사(등산복)는 다른 동남아 국가와의 차별성이 없어졌다며 주문량 감소를 우려했다.
대기업 베트남 현지공장에 동반 진출한 G사(유심칩)는 달러로 결제 받는 상황에서 달러약세를 염려했고, 환율변동으로 제3국에서 수입하는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뛰지 않을까 걱정하는 곳도 있었다.
김재홍 사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미 통상정책의 변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우리 기업은 엔고와 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자유무역 추진 난항 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