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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제는 디플레가 아닌 저성장

       

     

디플레이션에 관한 백과사전식의 정의는 통화량의 축소에 의해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이지만 디플레이션의 원인은 통화량 축소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은 경우는 통화량이 넘치는데도 디플레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장기간 물가가 하락하고 사람들은 어제보다 오늘이 싸니 오늘 사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일 더 떨어진다는 생각에 소비를 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어 기업은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어 기업은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니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을 자르거나 직원을 뽑지 않게 된다. 그러면 소비할 사람들이 줄어드니 기업은 더 물건이 안 팔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디플레이션이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의 차이

 

저성장은 디플레이션보다 더 확장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장기간 디플레이션이 계속 될 경우 좀 더 근원적인 문제가 저성장이다. 아이의 성장을 예로 들어보자. 디플레이션은 초등학교 아이가 3학년 때 5cm 자랐는데 4학년 때는 한 해 동안 자라지 않는 경우이다. 그러나 아이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자랄 것이고 이것이 성장이 멈췄다고 보지는 않는다. 저성장은 아이의 성장 판이 아예 닫혀버린 경우를 말한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경우거나 성장이 멈춰버릴 정도로 다 자랄 경우이다.

 

성장만 본다면 저성장은 아예 미래가 없는 경우가 된다. 디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인 반면 저성장은 장기적인 문제가 된다. 이미 일본,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이라 불릴만한 나라들은 저성장을 겪어왔다. 이들 나라들은 GDP증가율이 연 1%도 안 되고 마이너스로 역성장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반면 신흥국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지만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선진국은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이 같이 온 경우가 많아 더 심각한 상황이 된다.

 

저성장의 개념과 원인

 

그럼 저성장이란 개념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성장 동력이 꺼져가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성장 동력은 소비와 수출인데 여기에 첫 번째 성장 동력은 인구이다. 인구가 젊거나 많으면 내수시장이 커져서 내수를 진작시키고 수출에서 우수한 인력을 활용하여 수출할 수 있다. 저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인구문제는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인구고령화이고, 두 번째는 청년실업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중산층의 몰락인데 이 세 가지는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복합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인구고령화가 빠른 이유는 청년층이 줄고,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인데 청년이 없고 노인들만 늘어난다는 것은 곧 소비는 없이 저축만 늘어나는 구조가 된다필자가 이전에 살았던 아파트에는 유독 노인들이 많이 살았다. 가끔 재활용을 할 때 보면 우리 집은 애들이 둘이 있어서 그런지 재활용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카트로 밀고 갈 정도인데 반해 노인들만 사는 집에서는 한 손에 들고 나올 정도의 재활용쓰레기만 나왔다.

 

가까운 나라 일본도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은퇴를 시작할 무렵 소비의 황금기가 온다고 기대가 굉장했었다. 그러나 막상 은퇴가 시작되자 그것이 헛된 기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균수명은 하염없이 올라가고 은퇴를 한 사람들의 은퇴자금은 유한하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문제는 더 심각하다. 89년 이후로 국민연금이 시작되었는데 국민연금혜택을 받는 노인이 현재는 별로 없다. 고작해야 32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사정은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직장을 다니다 40대 중반이면 잘릴 확률이 높아진 사회구조 때문이다.

 

은퇴 이후의 막막한 경제생활

 

그럼 준비 없이 은퇴한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이들이 먹고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지난 호에서 필자는 주식, 주식배당금, 자영업, 은행이자 등 어느 것 하나도 은퇴이후의 삶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말한바 있다. 부동산도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주 협소한 지역만이 임대수익용 부동산의 가치로서만 인정받을 것이다. 서울과 1기 신도시급 정도만이 될 것 같다. 물론 통일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외국인들이 부동산을 사는 것은 아주 일부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수도권전체를 끌어올릴만한 동력을 이루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중국인들도 맨해튼의 아파트만을 사지 미국의 깡촌 주택까지 샅샅이 훑으며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인데 요즘 팬택이 중국에도 팔리지 않고 매각에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브랜드, 기술,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외국인들이 사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과적으로 서울과 1기 신도시 부동산의 임대수익의 수익률은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 이유는 얼마 되지 않는 우량한 부동산을 사려고 대기하는 수요가 매매가를 밀어 올릴 것이며 그에 비해 월세는 많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강남의 아파트가 20억원이라 하더라도 한 집에 살면서 월세를 1천만원씩 부담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필자는 그래서 결국 부동산의 임대수익률도 예금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해결 어려운 노령화 문제

 

앞으로 우리나라의 노령화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 후 남은 삶을 위해서는 적어도 10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30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만 거의 90% 이상은 은퇴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실적으로 은퇴를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투자를 하든가, 아니면 좋은 직장을 다녀서 연금 및 월세 수익이 생겨서 은퇴준비가 되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은 쥐꼬리만 한 연금과 본인이 허드렛일이라도 하려는 근로의식이 있어야 노후를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이 대부분 은퇴를 맞는 사람들의 자세가 돼야 한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있는 북유럽을 빼고는 일본, 남유럽 등 노인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곳에서는 대부분 연금과 본인이 일할 수 있을 만한 일을 하면서 노후자금을 까먹지 않도록 살아야 한다. 자영업을 한답시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어렵사리 마련한 은퇴자금을 한 푼도 써보지 못하고 날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 돈 곶감 빼먹듯 쓰다가 다 떨어지면 어떡하냐고 하는데 그 돈 써보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이러지도 못하다. 필자의 지인은 28천만원을 커피숍 프랜차이즈를 인수했다가 순식간에 날렸다. 이런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이겠는가.

 

저성장과 성장

 

우리나라는 청년실업으로 인한 고용감축 때문에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 요즘 청년들을 아주 불행한 세대라고 말하는 것은 IMF를 기점으로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고 9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가 우리나라에도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에 기인한다. 이러한 의미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보도록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어떤 식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한 예로 음식점을 들어보자. 필자가 주인이라고 가정하고 주방에는 주방장과 부주방장이 있는데 부주방장이 주방장으로 승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주방장이 다른 음식점으로 가서 주방장이 되는 것을 제외하면 주방장이 문제가 있어서 음식점을 나가거나 부주방장이 실력이 월등하여 주방장을 추월하여 주방장이 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만약 주방장이 음식솜씨도 뛰어나고 성실하기까지 하면 다른 음식점의 스카우트 따위는 신경도 안 쓰게 된다. 이럴 경우 부주방장도 주방장 못지않게 음식솜씨 가 뛰어나고 성실하며 인간성까지 좋다고 가정한다면 음식점을 키워서 2호점을 내고 부주방장을 주방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성장을 한다.


청년실업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서 우리나라는 학구열이 뛰어나고 대학진학률이 높아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서 사회에 나왔다. 하나 뿐인 부주방장의 신세가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이다.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우리나라의 성장이 뒷받침 안 되면 그들은 취업할 수 없다. 거기에 높아질 대로 높아진 임금구조와 해고가 힘든 고용관계는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물론 기업이 해외로 가는 것은 일단 우리의 기업기반 자체가 제조업 중심이 원인이기도 하다. 신흥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수순은 단 한 가지이다.

 

어마어마한 자원이 나지 않는 한 제조업으로 선진국의 도약을 이룰 수밖에 없다. 물론 자원이 많다면 독재자의 핸드북에서처럼 정치권력이 그 자원을 독점화하고 그것을 통해 국가권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 국민들은 더 가난해진다. 다시 말하자면 군부와 같은 엘리트들만 보상해주면 되니까 자원을 통해 그들에게 보상하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

 

국민이 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것은 그들이 알바가 아니란 얘기다. 그래서 자원이 많은 대부분의 국가가 독재로 이어지고 국민들은 보트피플이 되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자원이 없는 나라는 저렴한 인건비로 가발이라도 수출해서 나라를 가난에서 구하고 경공업 위주의 산업을 중공업 위주로 재편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일이다.

 

저성장에서 성장으로 가는 길이 어려운 이유

 

제조업의 단점은 임금이 올라가면 제품의 단가가 올라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사람의 능력은 유한한데 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제조업을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가를 줄이려고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국에서 공장을 늘리되 기계의 수를 늘려서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자국보다 임금이 싼 나라로 공장을 옮길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9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는 미국에서 시작해서 신흥국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현재는 모든 기업들이 세계화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의 GE는 미국에 자국의 공장이 한 곳도 없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는 1998년 인도 공장을 필두로 해외에 공장을 늘리고 있고 200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에 공장을 전혀 짓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일용근로자 인건비가 한 달에 30만원이고 베트남의 일용근로자 인건비가 한 달에 10만원이고 북한 개성공단의 일용근로자 인건비가 한 달에 13만원이라고 할 때 우리나라의 일용근로자 연봉이 4500만원, 한 달에 400만원, 거기다가 야근수당, 특근수당 합치면 5천만원 중반인데 당신이 고용주 입장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나중에 나이 들어 60세까지 고용해야 하며 연봉은 1억원을 넘기도 하고 매해 인건비를 올려줘야 하는데다가 가끔 파업도 하는 상황에서 고용주가 우리나라에서 청년을 고용할 의미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노동생산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1인당 차를 만드는 노동생산성은 바닥이니 말이다.

 

1인당 차량을 한 대 만드는 실질노동생산성, 연봉을 기준으로 한 명목노동생산성 모두 바닥이다. 특히 명목노동생산성은 아예 게임이 안 된다. 베트남에서 노동자 한 사람이 한 달에 차를 한 대 만들었다면 우리나라의 노동자는 40대를 만들어야 수지가 맞는다. 1.2배 정도만 더 높아도 노동생산성이 높다고 하는데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는 공장에 기계만 늘어나지 사람의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고용이 늘어날 이유가 희박하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니 공장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도 좋을 것은 없다. 실업자가 많아지면 소비여력이 줄고 소비여력이 줄면 다시 물건을 사지 않을 테고 물건을 사지 않으면 기업주는 직원을 자르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의 대공황과 유사한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이어질 여지가 충분하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청년들도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고용의 상황은 지난 해 몇 백 명 수준인데 그것도 그나마 협력업체 직원 출신의 경력직이라고 한다. 독일의 BMW는 작년에만 몇 만 명의 신규인력을 뽑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그럴까? 그것은 EU라는 특수한 경제연방제에 비밀에 있다. 요즘에 그리스가 어려운 이유도 그것이다. EU에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지 않는다. ECB라는 유럽중앙은행(이하 ECB : European Central Bank)에서 화폐를 발행한다. 그럼 각국에서는 화폐를 발행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이런 문제를 발생시킨다. 문제를 얘기하기 전에 독특한 유로화통화동맹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항구적인 고정환율제에 관해 얘기한다면 독일에서 1유로는 같은 EU국가인 그리스에서도 영구적인 1유로라는 것이다. 독일과 그리스에서 자동차를 만든다. 그런데 독일은 기술력도 좋고 브랜드도 좋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저렴한 인건비와 기술혁신을 통해 그리스보다 2배나 싼 자동차를 만들었다. 그럼 그리스 사람들은 어디서 자동차를 구입할까? 당연히 독일 자동차를 구입할 것이다.

 

독일 자동차를 그리스 국민들이 계속 사게 되면 독일은 순 채권국, 그리스는 순 채무국이 된다. 이렇게 되면 유로화통화동맹의 고정 환율이 유지될 수 없다. 그러니 돈이 필요한 그리스는 ECB 중개 하에 돈이 남아도는 독일의 중앙은행의 돈을 꿔서 받는 식으로 이 고정환율제를 유지한다. 그리스도 에너지도 사야하고 생필품도 사야 할 테니까.

 

만약 EU연방이 되기 이전 독일과 그리스라면 이런 경우 그리스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서 공무원 월급도 주고 에너지도 사올 것이다. 또한 타국에 대한 수입관세를 엄청나게 매겨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그리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현재 채무국에는 긴축과 구조조정 채권국에는 개혁을 통해 고정 환율이 유지되도록 권고하는 수준인 상태에서 독일은 5억원 규모의 EU연맹이라는 커다란 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 자국의 제조업 기반을 더 확장시킬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독일에 공장을 지어야 할 타당한 유인이 있는 것이고 공장에 인력이 모자라 더 뽑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독일도 EU라는 시장이 없었다면 자신의 제조업기반은 인건비가 더 저렴한 해외로 다 빠져나가고 없었을 것이다.

 

물론 독일보다 브랜드, 기술력이 떨어지는 우리는 해외로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미국에서와 같이 리쇼어링 정책처럼 해외 나갔다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오면 강력한 노조가 버티고 있어서 구조조정도 힘들고 임금은 상대적으로 신흥국보다 비싸니까 외국에 나갔던 기업이 돌아올 유인이 전혀 없다.

 

우리가 FTA를 체결한 것도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원산지 표시를 인정받아 해외로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다면 위의 모든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공장을 국내에 지을 유인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남은 제조업은 기계를 늘려 자동화를 시키고 인건비를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럼 제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는 어떤 산업이 그를 뒷받침하고 고용을 담당해야 할까?

 

제조업이 아닌 금융업과 같은 서비스업과 벤처 창업이 고용을 대신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업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는 것은 요원하다. 일본도 저성장에 빠지고 탈출구로 세계의 금융허브를 노렸지만 결국은 역부족으로 결론났다. 5대 기축통화국인 일본도 못한 일을 우리가 금융서비스업으로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고용을 늘린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벤처창업이 청년실업을 해결할 유일한 열쇠인데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떡볶이나 만들고 배달이나 하면서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창업을 할 수도 있지만 10억원의 은퇴자금이나 월 400만원의 연금을 받는 노인들처럼 어쩌다 한 두 명 정도의 일이지 모든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그런 일은 아니다.

 

중산층 몰락의 배경

 

미국에서 중산층이 가장 탄탄했을 때는 90년대 이전 세계화가 진행되기 전이었다. 세계화라는 물결은 90년대 이후 전 세계를 휩쓸었고 그것은 애플과 같은 공룡기업을 탄생 시켰다예전에는 관세제도가 있고 외국의 제품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자국의 시장에서 1,2,3위하는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토종기업이었는데 이제는 업종별로 공룡기업이 전 세계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되었다.

 

핸드폰을 예로 든다면 애플과 삼성이 영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과점형태로 1,2,3위를 쓸어 담는다는 얘기다. 이제는 제조업의 세계화가 신흥국을 생산기지화하고 저렴하게 만든 물품을 소비여력이 큰 나라에 싼 가격으로 대량 살포하는 것이 세계화의 형국이다. 공장이 인건비가 저렴한 신흥국인 중국, 베트남 등으로 빠져나가게 되는 이유이다그런데 제조업이 빠져나가면 서비스업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했는데 서비스업은 대량의 고용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금융업의 문제점은 소수에게 모든 수익이 돌아가고 오랜 노동으로 인한 노동숙련도가 없다.

 

예를 들어 금융업의 경우 1조원을 버는 증권사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1조원 중에서 9900억 원은 1인의 펀드매니저가 일으키고 나머지 100억 원을 수천 명의 직원이 매출을 일으킨다. 1인의 펀드매니저가 5천억원의 연봉을 받는 구조가 된다. 그가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은 중산층이 연봉 5천만원씩 1만명이 받는 5천억원과는 동등한 금액이지만 소비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한 사람이 하루에 세 끼 이상 먹는 것이 아니고 수 천벌의 옷을 사고 수백 대의 차를 살 수 없는 것과 같은 구조라는 얘기다.

 

제조업은 나이가 들어도 높은 연봉을 받아도 처음 들어온 생산직보다 경험이 훨씬 많아서 공장이 멈춰 섰을 때 작업환경이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는 데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금융업은 오래 일한다고 일의 숙련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 은행에서 고액연봉을 받는 차장급 이상의 직원이 하는 일이 공장에서 수십 년간 일한 반장의 노하우보다 월급을 더 줘야 할만한 구체적인 이유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서비스업에서 다수의 고용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이유다.

 

세계화로 인한 해외로의 유출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초래한 것은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며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1990년대의 그 많던 중산층은 몰락했고 지금은 세계화에서 살아남은 초일류기업이의 곳간에 현금을 쌓아 부자가 되었다. 중산층은 앞으로도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살아날 특별한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 잠시 반짝이는 부동산 호황은 일시적으로 중산층의 부동산 탈출로서의 희망은 있지만 집 한 채가 전부인 우리 중산층의 재무구조를 가지고 향후 노후를 보장 받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위와 같이 첫 번째 인구문제와 저성장 위험에 대해 살펴보았다.

 

임금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둔화

 

두 번째, 세계화로 인해 임금성장이 둔화된다. 세계화는 FTA [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 TPP [ 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같은 협정들로 관세와 같은 벽들이 제거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인건비가 저렴한 신흥국은 세계의 공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이로 인해 저렴한 공산품이 쏟아져나오자 마자 온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선진국 제조업 대국의 위상을 바꾸어 놓았다.

 

FTA와 같은 무역협정의 체결은 물론이고 프랑스, 독일과 같은 구미선진국은 이민정책을 통해 저렴한 인건비의 인력을 공급받아 자국에서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힘썼으며 그에 적응하지 못한 미국의 디트로이트시는 파산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러한 세계화는 선진국의 임금을 동결시키도록 압력을 넣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신문에 쩍하면 신흥국과 우리나라의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의 임금노동자들의 생산성비교를 하는 것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압력의 예이다. 이로 인해 선진국 등의 임금의 수준이 동결되거나 급격한 인상이 없이 진행되는 일들이 벌어지며 인플레의 커다란 요인인 임금상승률이 꺾이는 것도 인플레로 갈 수 없는 구조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외에 생필품이 상승해야 인플레 요인이 될 터인데 요즘 석유가격의 하락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세계적인 불황상황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되기는 어렵다.

 

 

저성장 보다 심각한 국가부도

 

세 번째, 가처분 소득의 감소문제이다. 우선 가처분 소득이란 [disposable income] 국민소득 통계상의 용어로 개인소득 중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라는 것이 백과사전의 정의이다. 월급을 타서 세금, 공과금, 보험, 학원비 등등을 빼고 내가 쓸 수 있는 소득을 뜻한다. 이러한 돈이 소비의 원천이 된다. 1997IMF가 터지고 우리의 중산층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그 당시 모아둔 돈이 있었다. 그래서 너도나도 치킨 집을 차려 창업을 했다.

 

그 당시 기업은 가난했고 중산층은 돈이라도 가지고 있는 부자였다. 그러나 현재는 세계화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부자가 되었고 중산층은 제조업의 공동화와 자영업 창업실패 등으로 인한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의 대부분 가계의 자산인 부동산의 몰락으로 가처분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는 결과를 보았다. 정부가 부동산을살리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데에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세대의 고령화의 시작으로 소비보다는 저축을 늘리는 식의 소비패턴이 이어져 앞으로도 소비가 급격히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게다가 선진국은 국가부채도 꽤 많아져 국가의 소비여력이 작아지는 것도 문제이다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0위인데 반해 일본은 압도적인 1위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이 대공황시절 뉴딜정책을 써서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을 늘려 유효수요(소비여력)을 늘리는 일과 같은 것을 할 수 없게 된다.

 

일본과 같은 나라는 부채비율이 높아 사회간접자본에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릴 돈도 없고 인구도 고령화 되어서 저축만 늘어나지 내수의 소비여력은 없고 부동산가격은 심각하게 떨어져 가처분소득은 줄어들고 기업은 한국과 중국에 추월당해 경쟁력을 잃어버려 부도와 고용절벽으로 이어져 몇 년간 적자를 내고 있었다.

 

최근 아베노믹스로 인해 겨우 엔화를 떨어뜨려 기업의 수출경쟁력 확보와 요우커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내수 소비를 진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대로 가다간 일본과 비슷한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수 있다. 국가가 사회간접자본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고 국채를 남발하다가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고령화는 일본보다 더 빨리 진행 되고 있어 가처분소득과 소비여력이 급격히 줄고 있으며 중국기업에 우리나라의 기업이 추월당하거나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뒤쳐져 노키아의 몰락처럼 삼성이 쓰러진다면 핀란드보다 더 심각한 국가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것은 디플레이션이 아닌 저성장보다 심각한 국가부도로 가는 길이다. 이것에 대한 대책은 국가가 세워야 하므로 국가가 고민하도록 놔둬야 한다. 우리가 고민해서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노후에 어떻게 살 것이고 청년실업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칼럼리스트 / 조던 JD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MeCONOMY Magazine Ju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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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사, 국회의원 사찰·블랙리스트 운영 사실로 '충격'
윤석열 정부 들어 방첩사령부가 국회의원을 사찰하고 군 인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으며, 특정지역·비육사 출신 간부에게 조직적 불이익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30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국방위원회 소속)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3일 계엄령 선포를 위해 방첩사는 국회의원 체포와 조사를 사전에 기획하며 사찰을 벌였다.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주요 표적이었으며, 기획총괄과와 신원보안과 주도로 개인별 약점을 취합해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아울러 방첩사는 군 내부 블랙리스트를 별도로 마련해 인사동향을 수시로 정리하고 이를 대통령실에 보고한 정황도 드러났다. 특정지역 출신 장군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 주요 보직을 맡았던 간부들은 ‘민주당 인맥’이라는 이유로 인사에서 배제됐다. 일부 방첩사 인원은 법무부 인사검증팀에 파견돼 출신지역과 인연을 기준으로 인사 배제 작업에도 관여했다. 이러한 활동은 국가안보실 ‘현안대응TF’를 통해 정기적으로 보고됐으며, 방첩사 및 육군본부 등에서 수집된 정보는 삭제 시 복구가 불가능한 국방보안메일 시스템을 통해 전파·관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