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경제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정부가 조사·발표하는 통계수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와 관련 서울연구원에서는 지난 2008년 3분기부터 소비자체감경기지수(Consumer Sentimental or Survey Index)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박희석 서울 연구원 박사는 “통계청의 경기종합지수, 경기확산지수는 공식적인 통계를 가지고 복합지수를 만들어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통계적이고 산술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반면, 서울연구원의 소비자체감경기 지수(CSI)는 조사표를 만들어 설문지조사를 하는데 약간의 심리적인 지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의 접근법이 계량화된 수치만 가지고 하는 반면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단위로 경기지표를 만들게 된다면 데이터 수가 많지 않아서 공식적인 통계를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가 만드는 지역단위의 경기지표는 신뢰성이나 속보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경기종합지수가 공식통계 지정 요건을 갖추고 있는 반면 서울연구원의 소비자체감경기 지수는 그렇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통계수치가 더 신뢰성이 있다는 얘기다.
전국단위 2천200가구를 표본집단으로 하고 있지만 서울연구원에서는 서울지역 1천 가구를 표본집단으로 하고 자치구 인구비례에 따라 표본할당한다”고 말하면서, 지자체마다 경제구조가 다른데 서울지역은 산업구조의 90% 이상이 서비스업(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경기상황을 더 비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통계수치가 체감 경기와 차이가 난다고 느끼는 이유는 지자체마다 경제구조가 달라서 표본이 넓어지고 다양한 요소가 들어갈수록 조사결과가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도 심리조사이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사된다. 그러나 경기지표는 경제구조의 차이뿐만 아니라 통계를 내는 방법이나 관점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수출경제 위주이므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수출을 많이 할수록 경제성장률이 올라간다. 반면 잠재성장은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체제 성장하는 것이므로 대기업의 수출에 힘입어 올라간 경제성장이 환류와 선순환 과정을 거쳐야 국민들이 경제성장을 체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체감경제고통지수
지난 3월 현대경제연구원은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정의하고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원은 경제고통지수에 대한 선행연구를 통해 하위지표를 선정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경제고통지수를 구축했다. 연구원은 전국 성인 남녀 1천7명을 대상으로 물가, 고용, 소득, 지출상태와 전망에 대한 설문을 통해 국민의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기간은 2015년 2월24일부터 3월3일까지이며 유선전화 설문으로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라고 연구원은 밝혔다.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체감물가 상승률+체감실업률-체감소득증가율+체감의무지출 증가율 - 체감문화
여가지출 증가율’로 정의된다. 경제고통지수가 1p 상승한다는 것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일자리가 26.5만개 감소한다는 것, 혹은 모든 가구의 소득증가율이 1%p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1분기에 체감경제고통지수는 19.5p로, 정부 공식 통계치로 산출한 ‘실적경제고통지수’ -1.6p보다 21.1p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실업률이 괴리를 견인했다. 정부가 발표한 실업률이 1월 기준 3.8%에 불과한 반면,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14.1%로 10.3%p나 더 높았다. 연구원은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나 비경제활 동인구로 분류되지만 자신 스스로 실업자라 생각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무 지출증가율 격차는 3.4%, 소득증가율 격차는 3.1%, 물가상승률 격차는 2.5%, 문화여가지출증가율 격차 는 1.8%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물가가 정부 발표치보다 4배나 빨리 상승하는 것으로 느끼고 있어서 정부의 물가정책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소득증가율은 2014년 4분기 기준 3%인 반면 국민의 체감소득증가율은 마이너스(-0.1%)로 3.1%p 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4대 공공보험료, 원리금상환 등 의무지출 증가로 인해 소득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소득수준별 체감 격차
소득수준별로 보면 저소득층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34.2p로 매우 높았는데 체감실업률(26.7%)과 체감물가상승률(4.0%)이 타 계층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한편 중산층은 교육비, 주거비 등의 의무지출 부담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OECD 기준으로 소득계층을 구분하면 저소득층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높은 반면 고소득층은 낮은 편인데 저소득층이 다른 계층이 비해 상대적으로 체감실업률, 체감물가상승률이 높아 체감경제고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체감실업률은 26.7%로 중산층 (12.5%), 고소득층(12.2%)보다 높고 체감물가상승률도 4%로 중상층(3.3%), 고소득층(3.1%)를 상회 했다. 중산층은 다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무 지출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산층이 소득 대비 높은 교육비, 주거비 등 의무지출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들은 1년 후의 경제고통이 현재보다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년 후의 경제고통을 나타내는 ‘전망 체감경제고통지수’는 9.8p로, ‘현재 체감경제고통지수’ 19.5p보다 매우 낮은 수준 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전망 체감실업률이 6.0%로 현재 체감실업률 14.1%보다 8.1%나 낮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용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뜻한다. 물가, 소득 등 다른 요소도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민의 체감경제고통을 완화시킬 대 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첫째, 청년층과 50대 이상, 저소득층의 체감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일자리의 질 향상 및 고용여건 개선이 긴급하다. 이는 가장 확실한 소득향상대책이 될 것 이다. 둘째, 교육비, 주거비 등 의무지출의 부담을 완화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여가지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체감물가와 실제물가의 괴리는 통화정책 운용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연구원의 제안이다. 요즘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실업과 물가, 생활비용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인 무게감으로 다가 온다. 사회적인 타협이나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