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의 제조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반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저력을 키우고 있는 신종 제조업들도 있다. 제조업들이 업종전환을 제때 하지 못하면 생존경쟁에서 밀려나는 시대가 됐다. 제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대안과 앞으로의 향방을 조망해본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신시장개척, 신상품개발에 이어 신사업개척까지 제조업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조업의 융합과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민간자율적인 혁신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거버넌스 차원에서 국가정책의 전환도 절실하다. 제조업이 미래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에 출시할만한 R&D가 상용화되어야 한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보는데 시장을 못 본다는 점이 지난해 OECD에서 지적 된 부분”이라며 “트렌드 변화와 큰 규모의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형 R&D를 통해 신시장의 비즈모델을 조성해야 한 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낮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공정혁신 비용을 낮추고 고부가가치화 R&D를 기술수준과 시장여건에 맞춰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경영혁신을 이루기 위한 중소기업 전략 방향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어렵다”며 “새로운 품목을 생산하는 신사업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사업부서 단위의 창업을 통해 기술형 벤처로 분사하라는 얘기다. 기술영역은 다양하지만 대기업의 사내벤처와 같이 사내에 벤처 창업팀을 갖고 있다가 창업하는 다각화 전략이 유력하다. 또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를 잘 읽어서 새로운 품목을 도입하는 업종전환은 리스크를 줄이고 캐쉬카우를 키울 수 있으므로 하이테크가 아니더라도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
이 본부장은 “중소제조업의 업종전환은 비즈모델을 바꾸는 사업전환보다는 새로운 품목을 개발하는 품목전환이 많다”고 말했다. 전선에 뭔가를 첨가해서 개량된 전선(절연전선)으로 품목을 대체하는 식이다. 대기업의 제품 수명주기는 짧다. 과거에는 신차 모델이 3년에 한 번 정도 나왔는데 최근에는 거의 매년 신차모델이 나오고 있다. 휴대폰 주기도 짧다. 시장의 변화, 수요자 기호가 빨리 변화하고 인터넷 정보로 인해 소비자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내구재였던 가전제품들이 평면TV에서 굴곡TV, 다시 스마트TV에서 초고화질 TV로 트렌드가 변화하듯이 비내구재와 같이 품목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제조업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3D 프린터, 드론, 스마트카, 스마트홈과 같은 신산업이 시도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도전하기에는 연구개발비용이나 기술면에서 쉽지 않다. 이 본부장은 “신사업분야가 융합화 되고 있는데 공동기술개발이나 컨소시엄 형태로 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패션, 로봇, 에너지, 바이오 분야의 기술개발이 활발한데 부품소재, 글로벌 기술개발로 특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중요한 점은 시장에 바로 출시할 수 있는 R&D를 해서 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나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창조혁신센터는 창업이나 기술개발을 단순히 지원하는 게 아니라 현재 보육 개념이 포함되어 있어서 대기업과 연계성이 부족해 보이고 구체화되지 않아서 향후 기술로드맵이 어떤 방향이라고 제시하기 어렵다는 게 이본부장의 지적이다.
중소기업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창조혁신센터에 입주한 기업의 기술을 대기업에서 사주거나 그런 작은 기업을 대기업에서 인수 합병하는 식으로 대기업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술개발, 기술혁신의 협력모형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 없이는 장기적 혁신을 하지 못하므로 중소기업은 시장개척 역할을 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개척한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협력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기술탈취, 인력 빼가기 등 상도에 어긋나는 문제도 있으므로 우리경제가 성숙되어 선진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역할을 중견기업, 벤처기업이 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차량에 전자 장비를 장착한 스마트카도 부품단위 혁신을 통해 시장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데 시장에서 스마트카를 사주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이 투자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 간 거래기반을 조성하고 육성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 본부장은 “구매조건부 기술개발 사업에 공공기관들은 많이 참여하는데 대기업은 참여가 저조하다”고 말하면서 최근 이동통신사의 연구개발 인력이 많은데 개방적인 혁신을 통해 외부와 협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R&D 기금도 단기적 품질 개선과 생산성 개선에 치중하는 1차 단계 중심에서 2, 3단계로 나가야 미래 먹거리가 보인다. 산업군을 형성하는데 예를 든다면 사물인터넷시장에서 포털업체가시장을 조성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가 시장을조성하고 대기업이 쫓아가는 식은 실패할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 주도한 녹색산업도 국제경쟁력이 없이 붐만 일으켰다가 사라졌다. R&D 컨소시엄 형태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획일적인 상생협력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단계에 맞춰 나갈 수 있는 협력모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제조업의 융합과 혁신을 위한 융·복합은 쉽지 않고 기업 간 협력도 쉽지 않다. 정부의 지원 사업 기간이 1~3년인데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고 컨소시엄이 내실을 갖출 수 있도록 업체를 구성하면서 중소기업의 참여율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게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스마트 산업혁명과 제조업 고도화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총 24조원을 투입해 스마트공장을 확산하고 스마트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등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4년에는 수출 1조달러를 달성하고 제조업 수출 4위를 달성하는 등 이른바 ‘스마트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스마트공장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제조 현장과 결합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미래형 공장이다.
오는 2020년까지 민관 공동으로 1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공장 1만 개 스마트화 추진을 통해 20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의 공장 중 3분의 1 가량을 IT기반의 생산관리를 갖춘 스마트 공장으로 육성한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전자업종(삼성·LG) 120개, 자동차(현대차) 100개, 기계(두산·효성) 50개, 패션(제일모직) 25개 등 8개 업종에서 350개 이상의 협력업체가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하도록 지원한다.
오는 2017년까지 사물인터넷(IoT) 등 8대 스마트제조 기술의 연구개발(R&D)에 민관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입하고 올해는 200억원 규모의 제조-IoT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노후 산업단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2019년까지 민간 3천401억원을 포함해 총 1조원을 투입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개 산단 내 23개 구조고도화 사업을 승인·고시한다고 밝혔다. 대상 산단은 반월·시화, 창원, 구미, 대불, 부평·주안 등 지난해 선정된 혁신 산단 5곳과 서울,군산, 익산 등 20년 이상 된 노후 산단 3곳이다. 이들 산단에는 23개 사업이 진행되는데 인쇄회로기판(PCB) 집적공장을 건설하는 등 입주 업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기업공동연구센터, 복합체육시설 등 연구개발(R&D) 인프라와 편의시설이 확충된다.
이 중 9개 사업은 순수 민간자본이 담당하는데 2019년까지 3천401억 원이 투자된다.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은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제조업혁신 3.0 실행 대책의 일환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관계자는 “국가단지, 일반단지 등 1천여 개 산업단지가 있는데 조성된 지 오래되다보니 기반기설 노후, 편의시설 부족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대 단지 시범사업을 했고 본격적으로 정부 주도로 구조고도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관계자는 “구조고도화사업은개별사업자를 선정해주는 것이 아니고 20년 이상 노후 산업단지를 선정하는데 지난해 7개 단지를 선정했다”며 현재 사업계획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전체에 필요한 공동의 업종고도화시설, 편의시설 등 핵심지원센터를 확충해주는 시설 위주 지원사업을 하는데 핵심역량을 강화해서 업종고도화를 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과 시설 확충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이 있다. R&D 역량 강화는 정부에서 여러 지원 사업을 하고 있으므로 개별기업의 업종고도화 영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존 전통산업과 제조업 기반의 서비스산업을 집적하는 공간을 지원해 주는 사업과 공공기관의 연구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다. 벤처기업의 경우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시제품 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산업정책 차원의 제조업 혁신은 거버넌스의 문제이므로 제도의 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제조업 혁신에 관한 이 수석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제조업 혁신을 이루기 위한 거버넌스 방향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요.
신기술의 등장,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 중국 추격, 고부가가치업종으로의 전환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은 과거의 기술 개발에 집중된 데에서 기술개발에다가 시장환경, 인력양성, 과세정책까지 종합하는 정책 수립이 요청됩니다. 이에 맞춰 거버넌스도 첫째, 과학 기술개발에서 나아가 시장개발까지 관리 범위를 확장해야 할 것이 요청되고 둘째, 개별 부처(산하 기관 포함)별 접근에서 범부처가 참여하여 운영관리하는 체제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 점은 지난 1~2 년 동안 미국과 일본 정부가 구축한 모습입니다.
대기업은 기업전략 차원에서 신사업부를 신설 하면 되는데 중소기업은 이렇게 하는 것이 대기업 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기존 제품에 ICT가 결합하고 기술개방화, 기술평준화하면서 제품개발주기는 급격히 단축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경쟁심화로 인해 제품이 일상 용품화하면서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신사업개척은 상시적인 업무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출 예상하는 신사업이라는 것이 기존에 보유하지 않았던 기술이라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모두 M&A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은 기술 급변에다가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신사업 발굴에 혈안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체 기술 확보 전략은 시간이 오래 걸려 시장 내 경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투자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형 제조업 모델을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한국형 제조업 모델의 성공조건이 있는지요.
한국 제조업체가 짧은 시간 안에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조직문화상에서는 창업가정신, 도전정신, 강력한 오너십이 있고, 체제에서는 스피드(운영체제, 의사결정, 공정개발)가 있고, 여기에 더해 기반 요소로서 우수한 인력, IT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쟁국이 흉내 낼 수 없는 한국형 제조업 모델은 이러한 요인들을 활용해 차세대 제조업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며, 나아가 활발한 글로벌 진출을 활용해 현지국에 이러한 한국형 제조업 모델을 접목하여 경쟁 기반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제조업의 융합과 혁신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요.
국내 제조업이 혁신해야 할 방향은 세 가지로 요 약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글로벌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만의 산업 생산기술의 혁신 활동 즉, Next-Manufacturing Initiative를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순수 제품 및 제조공정과 관련된 산업생산기술 R&D 투입이 급증했는데, 그러나 미국, 일본과 달리 그동안 제대로 된 산업생산기술 혁신 비전은 없었습니다.
둘째, 제조업 비즈니스 모델을 그동안의 제조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솔루션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변혁해야 합니다. 여기서 솔루션이라 함은 고객은 원하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것은 제조 기능)뿐만 아니라 구매한 제품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이것은 서비스 기능)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어, 다시 말해 고객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상품으로서의 솔루션을 말합니다. 예를 든다면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제품 기능보다 애플페이라는 서비스 기능을 더 홍보하고 있습니다.
셋째, 물량 투입의 Push형 혁신에서 시장을 견인하는 Pull형 혁신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술력이 세계 최고인 일본 업체들은 마땅히 세계 시장을 선도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죠. 이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도 중요하지만 수출우위전략과 현지화전략도 중요합니다.
물론이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조업의 글로벌 진출뿐만 아니라 제조에 서비스가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서는 수출우위전략과 현지화 전략은 아주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만으로는 역량이 부족합니다. 첫째, 제품 또는 제품 기술이 좋다고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를 지속해 줄 수 있는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둘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서비스가 결합되지 않고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없게 되는데, 문제는 서비스가 제품 개발과 달리 현지 고객에 맞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즉 제품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만, 서비스는 현지 차별적인 서비스를 맞춰야 한다는 점인데, 국내 업체가 현지국의 서비스 시장 진출이 쉽지 않죠. 정책적 차원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업체마다 지원 내용은 차이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대기업뿐만 아니라 신생 벤처들이 사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현지에서 사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국내 업체 및 현지 업체와의 협력 기반 형성(생태계 구축)을 지원해야 합니다.
한편 첨언하자면, 정부는 나서서 벤처를 육성하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시장 규모 측면에서 성공 모델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국내 글로벌 기업과 협력 또는 독자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만약 성공한다면 이를 모델로 삼은 많은 인력이 벤처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도 봅니다. 이렇게 되면 배워도 시장에서 갈 데가 없는 소프트웨어 부문을 애써 교육하는 데 힘들이지 않아도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게 될 것입니다.
과거 닷컴 시대에 그랬듯이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세계 최초’의 실패 사례를 말한다면 벤처업체인 레인콤은 세계 1위의 MP3플레이어 아이리버를 가졌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과의 경쟁, 국내 시장에서의 이통사, 대형전자업체와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었습니다. 대기업인 SK 싸이월드조차 세계에서 성공 모델로 인정받은 SNS 선두주자였지만 현지화에 실패해 Facebook에 자리를 내줬고 현재는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국가가 참여하고 국제협력프로젝트(인텔사 참여)로 추진했던,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와이브로는 우리나라에서조차 통신사 수용 미흡으로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