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4℃
  • 구름조금강릉 21.9℃
  • 맑음서울 17.0℃
  • 맑음대전 17.6℃
  • 맑음대구 17.4℃
  • 맑음울산 17.3℃
  • 맑음광주 17.5℃
  • 맑음부산 17.8℃
  • 맑음고창 17.6℃
  • 맑음제주 18.7℃
  • 맑음강화 16.1℃
  • 맑음보은 15.8℃
  • 맑음금산 16.2℃
  • 맑음강진군 18.5℃
  • 맑음경주시 18.4℃
  • 맑음거제 18.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후각의 길을 열다

 

올리텍 송인갑 후각디렉터는 동양과 서양에서 향기를 다루는 방법은 다르게 발전해왔다고 밝혔다. 서양에서는 알코올이 개발되면서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향수의 개념이 강하며, 동양에서는 향을 일정 공간 안에 퍼지게 하는 공간의 개념이 강하다. 그가 지금 연구하는 분야도 후각을 활용해 공간을 채우는 학문이다. 인문학적 접근으로 후각의 개념을 재조명하고 있는 송인갑 후각디렉터를 만나 후각의 세계를 엿보는 시간을 가졌다.


송 디렉터는 과거 향기전문가로 명성을 떨치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10여 년 전에는 국내에 향수 25개 브랜드를 들여왔다. 아모레퍼시픽의 목욕용품 브랜드인 해피바스(Happy Bath)를 개발하는 데 참여했으며, 안성시에서 포도박물관을 건설할 당시에는 기획에도 참여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방송에 향기전문가로 수도 없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 그가 10여 년 전부터 자취를 감추었다. 향기를 뛰어넘어 후각의 영역에 매력을 느껴 끊임없이 연구에 매달리며 후학양성에 힘써온 탓이었다. 동양향도 10년 간 공부했다. 그가 후각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인류의 발달사에 있다. 그는 고대 원시인들은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를 맡고 미리 아군이 오는지, 혹은 적군이 오는지를 알았다고 밝혔다. 식물을 채취할 때도 이것이 먹어야 하는 음식인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인지도 냄새를 맡아보고 판단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인류가 시각과 청각, 미각 등의 감각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후각이 자연스럽게 퇴보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 디렉터는 오늘날 다시 후각이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각을 활용한 산업이 최근 광고나 문화예술, 영화, IT 등에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보용 전단지에 향기를 집어넣는다든가, 4D 영화관에서는 장면에 적절한 냄새가 발산되기도 한다.

    

후각은 기억의 열쇠  


후각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후각의 매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시각이나 청각 정보가 시상을 거쳐 편도체로 가는 것과는 달리, 후각 정보는 인간 뇌의 시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편도체로 들어간다. 편도체는 감각을 조절하고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각기관이다. 따라서 사람은 어떤 특정한 냄새를 맡게 되면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송인갑 디렉터는 후각을 기억의 감각이라고 말한다. 송 디렉터는 냄새보다 기억하기 쉬운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맡았던 어떤 향기가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면, 그 당시의 모든 기억이 떠오르게 된다. 냄새는 오랜 세월 동안 감추어져 있던 기억이라는 지뢰를 폭발시키는 뇌관인 셈이다.


송 디렉터는 외국에서는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후각을 이용해 치매치료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의사들은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을 추적해서 그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맡았던 냄새를 찾아내었고 그 냄새를 치매환자에게 제공했다. 그 덕분에 치매환자는 다른 기억도 끄집어내어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범죄예방의 경우에도 기억의 감각인 후각의 역할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어린 시절을 물어보면 좋은 기억이 나는 냄새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송 디렉터는 슬럼가에서 자란 아이들이 거칠고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은 나쁜 냄새의 영향도 크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냄새를 제공해주면 이들을 긍정적인 성격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송 디렉터의 설명이다.

     

인간과 공존하며 상호작용하는 공간 향

   

송 디렉터는 현재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실내디자인학과 학생들에게 공간 향을 가르치고 있다. 공간 향이란 부분적인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빛이나 음향을 공간 전체에 깔듯이 목적하는 공간을 향기로 채워 소기의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공간향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양과 동양의 향기 활용기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양의 향은 정반합으로 대변되는 헤겔의 변증법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냄새를 좋게하는 향수()를 나쁜 냄새가 나는 내 몸()에 끌고와서 새로운 좋은 냄새()가 나게 하는 것이다.


반면 동양의 향은 공간의 개념이다. 장자편 열자의 자유론에는 장자의 제자인 열자가 등장한다. 열자는 스승에게 이제 저는 구름을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열자는 구름을 타고 다니며 자유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장자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 다. “진정한 자유는 구름은 구름대로, 너는 너대로 한 공간에서 같이 노는 것이다.” 송 디렉터는 동양의 향 문화는 장자의 말처럼 향과 사람이 섞이지 않고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존재하며 협력하는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선비들에게는 문방사우(文房四友)가 아닌 문방오우(文房五友)가 있었다. 종이, , , 벼루와 함께 향이 중요했던 것이다. 송 디렉터는 선비들은 하루에 13번씩 향을 피우며 심신을 달래고 학문에 전념 했다는 내용이 수많은 문헌에 등장한다고 말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공간 향 연출  


우리의 옛 선비들이 이미 공간 향을 활용해 심신을 달랬던 것처럼, 현대적으로도 얼마든지 공간 향을 연출할 수 있다. 공간 향 연출은 단순히 방향제를 책상 위에 놓는 수준이 아니다. 일정한 공간 내의 공기조건, 공기량, 향기량, 습도 등 다방면에 걸쳐서 공간 향에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한 후, 이에 맞는 향 공조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공간 향 연출은 병원에서 활용될 수 있다. 산뜻하고 기분 좋은 향을 공조시스템으로 배출함으로써,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병실을 언제나 우울하고 힘겨운 장소가 아닌 활력 넘치고 상쾌한 소통의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가능하다. 빵집이나 커피숍 같은 매장 내에 상품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향기를 연출하면 매출도 증가하고 그 냄새를 기억시켜 고객의 재방문률도 높일 수 있다. 기업의 통합이미지 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기업의 CI는 기업로고, 유니폼, CM송 등 주로 시청각적인 감각을 이용한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공간 향 기법을 접목하여 그 기업만 가지고 있는 기분 좋은 향을 개발하여 매장이나 사무실, 대리점 등에 공간 향을 연출하면 고객은 기업의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좋게 느껴 호감을 가지게 된다.


기능성 공간 향의 연출도 가능하다. 지하철 전동차, 버스, 사람이 붐비는 역 등에 공간 향을 제공해서 짜증지수를 낮출 수도 있고, 공기를 매개로 하는 질병 예방에도 활용 할 수 있다. 좋지 않은 냄새를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수구나 오수종말처리장 주위에서 나는 썩은 내를 제거하거나, 실내의 담배냄새를 덮어버리는 기능도 공간 향 연출로 가능하다. 최근 공간 향 연구에 흠뻑 빠진 송 디렉터는 후각혁신도시를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후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관련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이 지역을 중심으로 후각 연구 세계화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






HOT클릭 TOP7


배너






배너

사회

더보기
고의로 임금 체불한 업체 선정, ‘특별 근로감독’
‘호화생활’을 과시한 요식업체 사장을 비롯해 고의·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7개 기업에 대해 전국 6개 지방노동청이 동시에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늘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국에 20개가 넘는 고급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화로운 생활을 공개한 요식업체 사장 A씨를 비롯해 임금 체불 기업체 대해 특별근로 감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통상의 특별근로감독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받은 기업 등에 대해 실시해왔으나 이번 특별감독은 그간의 임금 체불 신고를 분석해 선별한 기업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첫 사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A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는 지난해 이후 최근까지 임금이 밀렸다는 직원들의 신고가 320여 건 제기됐다. 체불액은 15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A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화로운 생활을 공개해 왔다. 명품이나 고가 외제차, 고급 아파트 등이 등장하고 유명 연예인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대구 소재 요양병원 두 곳은 국가로부터 요양보호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받고도 퇴직자들에게 고의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고령자는 업무능력이 떨어져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하기도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