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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려한 색채와 파괴적 조형미의 소소한 만남

김석중 화백, 39번째 ‘일상-생성’ 담은 개인전 열어

 


중견서양화가 김석중 화백의 일상이 다시 한번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김 화백은 417일부터 30일까지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39번째 일상-생성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그림은 일반 대중에게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오수(조인성 분)가 그렸던 나무 그림으로 등장해 알려진 바 있다. 일상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자유분방함이 살아 숨쉰다. , , 나무, 화분, 나비 등 일상적 소재를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는 형태적 파괴와 색채적 유희가 엿보인다.

 

우리 고유의 발묵법을 형성화한 드리핑기법     


김석중 화백은 드리핑기법을 사용한다. 드리핑은 물감을 캔버스에 부어서 작품을 만드는 기법이다. 김 화백은 드리핑기법은 유희적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물을 탄 물감을 캔버스 위에 부으면 빨간색이나 파란색 물감이 만나 자기들끼리 한 공간 안에서 놀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물론 김 화백은 물의 농도와 물감의 양을 조절해서 100을 기준으로 70정도까지는 번지는 값에 대한 예상치를 갖고 있다. 나머지 30은 색채끼리 만나서 알아서 진행한다. 김 화백은 이를 작가는 멍석만 깔아놓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화백이 처음부터 드리핑기법을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반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떠난 김 화백은 그곳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의 충격은 서양 미술계의 높은 벽에 마주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그가 보기에 국내 화가들이 기능적인 면이나 감각적인 요소가 유럽화가보다 부족하지도 않고 오히려 뛰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화가들은 국내 작가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국내작가들이 아무리 테크닉적으로 뛰어나봤자 서양인들의 재료를 가지고 서양인들의 기법을 따라하고 재학습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김 화백은 귀국 후 고민에 휩싸였다. 과연 우리만의 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5천년의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닌 우리의 우수성을 전할 수 있을까. 이후 김 화 백은 민화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 민화에서 사용된 발묵법은 서양화에서는 굉장히 놀라운 것이었다. 서양화는 흔히 물감을 떡칠하며 작품을 완성해 가는 반면, 동양화는 물을 엷게, 혹은 짙게 타며 그림을 완성해 냈다. 또한 한지는 반투명적인 성질이 있어서 두 번, 세 번 겹칠수록 그 느낌이 달라진다. 김 화백은 이 동양화의 느낌을 자신의 작품에 담기로 했다. 그렇다고 한지를 사용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접근인 것 같아 발묵법 같은 효과를 내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드리핑기법을 이끌어 냈다.


 

찰나의 순간을 탁월하게 담아내는 감성

 

드리핑기법에서 물감과 물감이 섞여 자유분방하게 뛰놀 듯, 김 화백의 일상속 사물들은 제각각 자유분방한 색채와 형태로 뛰노는 것 같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통일감을 이루는 심미적 즐거움이 있다. 그가 만들어낸 두 연인 간의 사랑의 공간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지만 서로를 느끼며 사랑을 속삭이는 이 순간만큼은 하나로 합일한 듯, 같은 물성으로 번져간다. 그들의 뒤로는 핑크빛 무드를 더욱더 빛내주는 꽃들이 화려한 색을 발하며 그들을 감싼다. 이 작품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과 사물이 만나 하나같이 사랑의 언어를 나누는 듯한 감동이 배어 있다.


김 화백의 이번 전시회에는 골프채를 잡고 자연과 호흡하는 작품도 다수 출품되어 있다. 그는 골프가 자연과 친숙한 운동이고 자신의 삶 속 한 부분이므로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 속 골퍼들은 하나같이 꽃과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는 꽃은 항상 지지만 또 다시 태어나는 생성적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작 품들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꽃들이 등장한다. 캔버스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붉게 물든 꽃에서는 생성의 기쁨을,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무수하고 작은 꽃잎들에서는 소멸하며 빛을 발하는 꽃의 유연한 생 명성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에는 흔하게 스쳐 지나는 찰나의 순간을 탁월한 감각과 정서로 화려하게 담아내는 그만의 기백과 화풍이 돋보인다.

 

무궁무진한 미술의 매력  


김 화백은 미술의 매력을 무궁무진함에서 찾는다. 등산은 한번 정상에 오르면 다시 내려와야 하지만, 미술은 목표점에 도달하면 그 위에 뭔가가 존재해서 또 다른 관심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림은 평면상에서 이루어지는 점도 있지만, 넓게는 건축, 혹은 조경으로 영역이 확장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그림을 넘어 과학과 건축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피카소도 조각 작품을 남겼다. 미술의 무한한 매력을 말하는 김 화백의 모습에서 물감을 한방울 한방울 떨어뜨리며 예측불가능한 색과 농도, 형태를 만들어 내는 그만의 화풍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며 칼라에 변화를 주고, 있는 그대로가 아닌 왜곡시키고 과장시키는 행위에서 미술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작가에게 그림 참 잘 그려요라는 말이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것 중 하나예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1차적인 기능이거든요. 누구나 훈련을 통해 잘 그릴 수 있습니다. 사생대회에 나가도 중·고등학생이 똑같이 그리는 건 잘해요. 화가들은 관람객들이 단순한 기능보다는 그 작가가 가지고 있는 칼라나 감각, 개념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하기를 고대하게 됩니다.”

 

김 화백의 말을 되새기며 그동안 기능에만 치중해서 그림을 감상했던 과거를 회상하게 됐다. 이는 문학이나 음악 등 모든 예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몇 년 전부터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가수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기술적으로 뛰어난 참가자들은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하지만, 자기만의 색깔과 진심을 담아내어 노래하는 참가자에게 관객이 눈물을 쏟아내는 것과 같은 이치리라 여겨진다.

     

국내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 가져야   


김 화백은 미술애호가들이 국내 작가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아트페어를 하면 해외작가의 작품은 70%, 국내작가의 것은 30% 비중으로 판매된다. 그에 비해 중국에서는 자국의 작가가 그린 그림을 최고로 친다.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의 작품이 와도 그들에겐 삼류다. 아마도 이런 자국미술에 대한 애정이 현대미술계에서 중국회화가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김 화백은 예술의 전당에서 1층 전시실에 아예 국내 화가들의 작품을 내걸 수가 없다고 개탄스러워 했다. 1년 내내 외국 화가의 작품으로 도배를 해버리니 국내 작가는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국내 회화의 융성을 꿈꾸는 마음에서일까. 김 화백은 몇몇 화가들과 함께 2013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소품으로 자신의 작품을 내놓았다. 한류열풍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드라마에 작품을 선보여, 국내 미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국미술의 세계진출에 기여하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50줄에 접어든 김 화백은 지금이 화가로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가 어릴 때는 갖지 못했던 완숙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진국같은 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작품 활동에 시간을 집중하고 싶다는 그다. 언제나 국내 미술의 발전을 위해 고뇌하고 작업에만 몰두하는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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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화상병' 충주·음성 확산...단양군도 의심 신고
'나무의 암'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충북 충주에 있는 과수원 2곳에서도 확인됐다. 17일 충청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도내에서는 지난 13일 충주시 동량면 소재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생한 이후 전날까지 충주 10곳(3.8㏊), 음성 1곳(0.2㏊)으로 확산했다. 또 단양군 대강면 소재 과수원 1곳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돼 정밀검사 중이다. 시는 전날까지 확진 판정이 나온 7농가 3.84㏊ 과수원을 대상으로 매몰 등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의심증상이 발견됐던 산척면 송강리 사과 과수원 1곳은 이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농정당국은 발생 과수원에 대해 출입 제한조치를 내리는 한편 감염나무 제거와 생석회 살포, 매몰 처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정당국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농가의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역학조사하고, 도농업기술원 및 일선 시·군 종합상황실도 운영하고 있다. 충주·음성과 인접한 시·군의 과수 재배지역에 대한 예찰도 강화했다. 도 관계자는 "과수화상병 확산을 막으려면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농가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며 "농작업 때에도 도구 소독을 철저히 하고, 다른 과수원 출입은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