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가 중국이 주도하는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과 중국사이의 양 강대국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에도 불구하고 AIIB에 가입한 것은 향후 경제적 실익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입되어 있고, 투자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3개의 국제금융기구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 International Monetary Fund) 그리고 아시아개발은행(ADB : Asian Development Bank)이다. 세계은행은 국제부흥개발은행이라고도 부르며 1944년에 설립된 국제연합 산하의 금융기관이다. 세계대전 이후 각국의 전쟁피해 복구 및 개발 자금을 지원해 주기 위해 1945년에 설립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그 출발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1945년에 설립되어, 1947년 3월부터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과 함께 업무를 개시한 국제금융기구이다. IMF 가맹국은 일정한 할당액에 따라 25%를 금으로, 75%를 자국 통화로 납입하도록 되어 있으며, 할당액은 각 가맹국이 IMF의 자금을 이용할 때 대출한도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IMF의 2011년 기준 가입국은 총 188개국이며, 본부는 미국 워싱턴 D.C에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 Asian Development Bank)은 1966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 및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창설된 기구이다. AD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성장 및 경제협력을 촉진하고 역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66년 11월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다. 가맹국수는 2000년 11월 말 현재 역내 42개국, 역외 16개국으로 총 58개국이며, 우리나라는 1966년 12월 창설당시 원가맹국으로 가입하였다.
AIIB는 2013년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를 순방하던 중 공식 제안하였고, 1년 후인 2014년 10월24일 5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가 공식 출범하였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의 주도로 설립되는 은행으로 아시아 · 태평양지역 개발도상국의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
AIIB 참가국에는 아시아 21개국이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이고, 미국의 가장 우방국인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도 가입의사를 밝혔다. 2015년 3월 현재 60여 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하거나 참가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AIIB는 처음에는 500억 달러 규모로 출범하고, 점차로 참여 국가들로부터 출자를 받아 자본금 규모를 1천억 달러 선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 동안 미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AIIB가 환경과 노동권, 재정적 투명성에 대한 느슨한 대출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영향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해 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표현해 왔다. 하지만 영국 등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 주도의 AIIB에 속속 가입하면서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해 온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중국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중국 시진핑 주석은 AIIB가 미국의 반대에도 성공적인 출발을 보이자 자신이 제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대일로는 과거 중국~유럽을 연결하던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해 ‘중궈멍’, 즉 중국의 꿈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중국의 미래 전략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중동~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일대:一帶)와 중국~동남아시아~인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일로:一路)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중국이 계획하고 있는 일대일로 지역에는 60여 개 국가의 인구가 약 44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3%, 경제총량은 21조 달러로 전 세계의 29%를 차지한다.
중국은 AIIB를 통해 이 지역에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는 고속철도망을 건설하여 전세계로 연결하고, 태평양과 인도양 곳곳에 대규모 물류허브를 새로 건설할 예정이다. 또한 송유관 · 가스관 · 전력망 등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새로 구축 · 연결되고, 참여국가들 간에 통화스와프 확대 및 투자 · 융자 보증 등을 통해 지역발전이 가속화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AIIB를 통해 500억 달러, 실크로드기금 400억 달러,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에 대출 200억 달러 등 총 1천1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맹주로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AIIB 가입은 우리 경제의 활로에 도움
중국은 AIIB를 통해 지역의 맹주로서 역할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정책의 틀을 구조적으로 개혁함은 물론 질적변화로 선회하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지금까지의 10%대 경제성장률이 최근 6~7%대로 하락함에 따라 인프라 건설 등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을 계속 이끌어가겠다는 속셈도 깔려있다. AIIB는 향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미국의 아성을 넘어 중국의 ‘대국굴기(大国崛起:대국이 일어서다)’를 실천으로 옮기는 실천의 무대이다. 미국은 중국이 AIIB 창설을 21세기판 중국의 패권전략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협력’과 ‘평화’를 강조하며, 지역의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추구하는 AIIB와 대규모 인프라투자사업은 아시아 각국이 필요로 하는 발전 · 항만 · 도로 등에 투자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건설과 토목 그리고 물류 및 운송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AIIB 가입은 국내 기업들이 불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경제 위상과 역량에 맞는 수준으로 AIIB의 지분율을 최대한 확보함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야 할 것이다.
즉, 우리나라가 AIIB의 지배구조 면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도록 중국 등과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기업들이 AIIB가 발주하는 각종 사업에 참여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성장률이 2~3%에 머물고 있고, 특히 건설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 AIIB 가입은 우리 경제의 활로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경제성장의 디딤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