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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서비스로봇시대 열린다


지난 227일 일본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가 내놓은 감성인식 인공지능 로봇 페퍼가 발매됐다. 개발자용으로 내놓은 페퍼는 첫 회분 300대가 단 1분만에 매진됐다. 페퍼는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톤을 분석해서 그 사람의 감정을 판단하며 인간과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로봇으로,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노인들을 돌봐줄 수 있는 서비스로봇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가 노인치매예방과 안내로봇 메로-3(Three)’ 를 개발했으며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언제나 로봇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오지만, 과연 로봇이 인간의 동반자냐 적이냐를 두고는 다양한 설전이 오간다. 국내 · 외 로봇산업의 현황과 미래의 기대와 우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살펴봤다.


지난 325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미래성장동력-산업엔진 종합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19대 미래성장동력 중 지능형 로봇산업에는 2020년까지 7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전 세계적인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의 메가트렌드 변화에 따라 편리하고 안전하며 건강한 삶을 위한 로봇 수요가 증대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로봇기술이 제조업의 혁신을 주도하며 타산업과의 융합·확산을 통해 신시장 진출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세계 로봇시장은 2016189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경쟁력은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며, 20092.5년에서 20131.8년으로 기술격차를 빠르게 단축해 왔다는 점에서 기술격차 단축 및 시장선점을 위해서도 과감한 로봇기술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지능형 로봇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1단계에서는 로봇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기반을 조성한다. 재난대응, 헬스케어, 교육, 의료 등 테마과제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하며, 로봇 모의 실환경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창의 및 융합형 고급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2단계에서는 로봇생태계를 구축하고 강소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로봇 시험평가 및 품질인증 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표준 선점을 위한 표준화 역량을 강화하고, 로봇관련 창업 비즈니스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지역로봇기업을 특화 육성할 계획이다. 3단계에서는 신시장을 창출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 완성도 높은 테마형 R&D를 추진하며 R&D 우수 결과물에 대한 국내외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미국·일본·유럽 등 로봇선도국의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해외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한다. 정부는 이와 같은 3단계 추진전략을 통해, 로봇산업을 주력산업화하고 2020년에는 로봇생산에서 9.7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천 로봇랜드, 테마파크와 산업인프라 구축

 

정부의 과감한 로봇산업 투자발표에 앞서 인천에서는 로봇산업의 활성화와 기반조성을 위한 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인천 청라경제자유구역(IFEZ)에서는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2013927일부터 인천로봇랜드가 조성되고 있다. 로봇랜드(로봇산업진흥시설) 공사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로봇랜드 건설로 인한 산업과 문화계의 파급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봇랜드 관계자는 개장 초기 약 280만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이며, 입장료 수입을 기준으로 연간 840억원 정도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로봇랜드 내 테마파크 운영을 통해 고용창출 효과도 연간 약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봇랜드는 단순한 테마파크로 머물지 않고 로봇산업의 기술개발과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해 로봇연구소, 로봇산업지원센터, 로봇대학원, 공익형 파빌리온이 세워질 예정이다. 로봇랜드가 인천 청라경제자유구역에 건설되는 데에는 최적의 입지조건이 한몫했다. 세계 3위의 인천국제공항이 인접해 있어 외국인 방문객에게 매력적인 관광상품으로 개발될 수 있고 인천국제공항과 연결된 제3연육교를 이용할 경우에는 공항에서 1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2500만의 수도권 배후인구가 1시간 이내에 접근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주변 산업단지와의 로봇기술 협업도 가능하다. 로봇랜드 근처에는 인천 내 7개 공단 약 6천개사가 있으며 이중로봇산업과 연관된 기계, 전기 및 전자 관련 기업이 60%이상을 차지한다. 인천로봇랜드의 성공적인 건설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의 조성과 첨단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기반시설의 확보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동반자, 서비스로봇의 개발현황

 

인천에서 로봇랜드를 통해 테마파크가 조성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로봇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로봇을 흥미롭게 다룬 영향이 클 것이다. 최근에는 영화에서 서비스로봇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빅히어로에서는 인간의 표정과 신체상태를 파악해 몸을 치유하는 힐링로봇이 등장한다. ‘로봇 앤 프랭크에서는 치매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돕는 노인부양로봇이 나온다. ‘엑스 마키나에서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로봇 에이바가 개발자와 성관계를 한다. ‘채피에서는 위험한 범죄현장에 뛰어드는 경찰로봇이 등장해 인간을 대신하며, ‘더 머신에서는 인간형 전투로봇이 나온다. 영화 속에 이런 로봇들이 등장하는 것은 현 시대상과도 맞물려 있다. 노령인구의 증가와 가족의 해체, 3D업종의 등한시는 향후 서비스로봇이 필요한 이유로 점쳐지고 있다.


서비스로봇은 실생활에서도 조금씩 활용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감성인식 로봇 페퍼7월부터 미즈호은행의 몇몇 점포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며, 고객의 반응에 따라 전국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의 나오4월부터 일본 최대은행인 미츠비시은행에서 안내로봇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 헬스케어로봇연구그룹이 서비스로봇 개발 및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그룹은 뇌·척추 수술 등의 미세수술로봇, 간병로봇, 치매예방훈련 로봇, 자폐아 교육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접근하면서 노인의 부양문제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청년층은 줄어들고 노인은 늘어나는 시점에서, 로봇이 노인의 일상생활을 돕고 노인과 말동무도 하며 건강을 챙겨준다면 우리 사회의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김문상 책임연구원은 현재 개발 중인 치매예방 훈련로봇을 이렇게 설명했다. 향후 이 로봇이 혼자 사는 노인들과 대화도 하고 약 먹는 시간도 챙겨주며 외출을 돕는다면 사회적으로 부족한 전문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특히 연구그룹은 로봇이 수시로 노인의 건강을 체크해서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병원에 연락을 취하는 기능도 부여하려 한다.


현재 연구그룹은 노인케어로봇 실벗을 개발했다. 실벗은 노인들을 위한 치매예방용 게임 진행이 가능하며 고객의 감정표현과 말을 실시간 립싱크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기기로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어 확장된 서비스 활용이 가능하다. ‘실벗은 립싱크기능을 이용해 어린이 영어교육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탁상형 안내로봇 메로-3’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한 로봇이다. 메로-3는 사람의 얼굴 표정이나 기분을 인식하여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다. 더불어 기관이나 기업의 홍보나 방문객 안내도 할 수 있으며, 다양한 표정 구현을 통한 퍼포먼스도 가능하다. 메로-3는 앞으로 강남 코엑스에 광고홍보용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현재 KIST는 로보케어라는 로봇개발 출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노인케어, 원격 영어수업, 자율형 영어학습, 전시 및 행사 퍼포먼스 등의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구인력이 역동적이고 창의성이 풍부하며, 인터넷이나 전자, 기계산업 같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런 토대 위에 좋은 로봇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우리나라 서비스 로봇 산업이 정착되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김문상 책임연구원은 국내 산업여건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토양이 풍부하다며 산업전망을 낙관했다.

 

 

인공지능 기술 실현을 위한 노력  


국내외적으로 로봇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로봇기술의 핵심요소인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에 있어서 인간의 뇌신경 세포를 모방한 인공지능 개발이 활발하다. 지난해 8IBM은 인간의 뇌구조를 닮아 감각이나 패턴 인식에 유용한 스냅스칩을 개발했다. 여기에 앞서 IBM은 초당 80조에 이르는 연산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개발한 상태다. 왓슨은 2011년 미국의 유명 TV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IBM은 언어 및 논리적 사고에 기반을 둔 왓슨(좌뇌)과 감각 및 패턴 인식을 다루는 시냅스칩(우뇌)을 합쳐 하나의 완전한 인공지능을 재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간과 가까운 로봇을 만들었다면 인공지능 실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제 인물로도 유명한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시한 바 있다. 튜링은 1950년대에 컴퓨터가 얼마나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을 갖고 있는지 구분하는 튜링테스트를 고안했다. 튜링은 컴퓨터의 반응을 진짜 인간의 것과 구별할 수 없으면 컴퓨터가 사고를 가진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튜링테스트에서는 모니터 두 대를 사이에 두고 심사위원과 피심사자(컴퓨터와 진짜 사람)가 대화를 하며, 심사위원은 어느 쪽이 진짜 사람인지 판별하게 된다. 현재의 튜링테스트에서는 심사위원 30%가 컴퓨터인지 사람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성공으로 간주한다. 튜링테스트는 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자주 등장했다. 1982년에 선보인 SF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해리슨 포드가 아리따운 여성로봇인 레이첼을 만나 튜링테스트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더 머신엑스 마키나에서 튜링테스트가 등장한다.


스페인영화 에바에서는 로봇이 아예 인간과 함께 어우러지고 살며 스스로를 포함해 주변 사람 모두 로봇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러 튜링테스트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로봇은 자주 등장한다.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수명이 4년으로 정해진 전쟁수행 로봇들이 인간처럼 살고자 인간사회에 파묻혀 산다. 이는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외모와 감성을 지녔기에 가능하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는 외계인을 찾아 나선 우주선의 인공지능 컴퓨터 (HAL)’이 인간을 제거하고 임무수행에 나서고자 한다. 영화 속 수준에까지 로봇이 발달된다면 세상이 참 무서워 질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현실세계에서는 지난해 6월 영국 레딩대에서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개발한 유진 구스트만프로그램이 심사위원들과 5분간의 대화를 통해 튜링테스트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유진이 13세 소년이라는 설정으로 어려운 대답은 회피했으며 우크라이나 출신의 소년이 우크라이나는 가본 적이 없다는 말을 했다며 인간과 가까운 인공지능의 실현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인공지능 로봇에게 부족한 2%

 

인간과 가까운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엔에 따르면 그리 멀지 않은 듯싶다. 올해 초에 발표된 유엔미래보고서 2045’에서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2045년에는 개발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지난해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한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올해 1월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sk Me Anything)’ 행사에 참석해 인공지능 기술이 극도로 발전하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지적 수준을 넘어 인류에게 위협을 가할 로봇의 등장은 인간에게 존재의 이유를 묻게 될 수도 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김대식 교수는 그의 저서 빅퀘스천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갖춘 기계가 인간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 날도 도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이 기계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현명한 인류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와 함께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 김문상 책임연구원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자고 만든 로봇이 살상로봇으로 투입될 수도 있으므로, 전 세계적으로 토론을 거쳐 어떤 룰이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장병탁 교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향후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도 있는 로봇의 등장에 대처하기 위해 로봇의 윤리문제 논의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 교수는 전 세계 석학들의 우려를 반영해서인지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버지니아에서 개최된 국제인공지능학회 심포지엄에서는 로봇의 제약조건이나 규칙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20, 아니 30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다.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기계가 등장한다면 인류에게는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를 눈앞에서 마주하는 것은 최초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봇산업의 발전을 통한 인간의 편익 증대와 함께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고 본다. 인간과 기계의 다른 점을 생각해 보는 거다. 인간은 판단력의 저하, 피로도, 기분에 따라 실수를 하고 후회를 한 후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는 곧 사회적 동물로서 혼자서는 살 수 없음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기계, 즉 로봇은 후회가 없다. 모든 것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그 중 최적의 프로세스를 찾아내고 확률적으로 가장 우수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감정없는 피드백만 있을 뿐이다. 만약 로봇에게 인간과 같은 지능을 제공하고자 한다면 그들에게도 반성하고 후회할 수 있는 감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로봇도 인류와 함께 공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가지 않을까.


MeCONOMY Magazine Apri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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