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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한복은 가장 자연과 닮은 옷'...이광희 한복명인


매년 우리 고유 명절인 설이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가족·친지들이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나누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활동하기에 불편하고 패션 트랜드와 동떨어졌다는 인식이 사회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다. 평생 한복사랑으로 살아온 ‘정민(貞珉) 이광희 한복명인’은 “한복은 자연과 닮아 정말 편한 옷”이라고 말했다.


한복 디자이너로 살아오며 지난 24년간 한복 살리기에 앞장서온 이광희 한복 명인은 지난 2013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시행한 한국예술문화 명인인증 과정에 참여해 명예스러운 한복명인으로 선정됐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에 입은 ‘복’자 한복의 원단을 디자인한 장본인이기도 한 이 명인의 작품들은 대학교재에도 소개돼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어디 이뿐이랴. 이광희 명인은 올해 ‘마파도2’의 이상훈 감독의 신작인 ‘한복 입은 남자’의 한복 의상 디자인을 맡기로 했다. 150억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한복 입은 남자’는 한중 합작으로 올해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나리오가 나오는 데로 어울리는 의상을 직접 디자인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광희 한복 명인을 만났다.


거친 야잠사의 은은한 광택


이광희 명인은 경북 의성의 산운(山雲)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가 자란 마을은 의성에서 ‘대감 마을’로 불리는 전통마을로 학록 정사, 의성 운곡당, 의성 소우당, 의성 점우당 등 지정 문화재와 전통 가옥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이런 마을에서 직접 원단을 짜고 염색해 옷을 지으시는 어머니 아래에서 명인은 자연스럽게 한복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어머니께서는 매일매일 삼베를 짜셨어요.”
그래서인지 명인은 아직도 삼베의 질감에는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돌아가실 때까지 한복을 입고 계셨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탓에 아직도 삼베 느낌의 원단을 좋아한다는 명인은, 보통 사람들이 색을 보고 옷을 고르지만 질감을 먼저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광희 명인의 한복에는 자연그대로의 색상과 부드러운 선, 그리고 은은함이 묻어났다. 업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장인의 정신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인데 포기하지 않은 한복사랑은 원단에서도 드러나는 듯했다. 그래서 명인의 한복에는 다른 한복집에서는 볼 수 없는 ‘야잠사’라는 원단도 있었다.


“보통은 재배한 뽕나무를 가지고 실을 뽑아요. 이를 양잠이라 하는데 야잠은 자연그대로 야생의 뽕나무를 가지고 만든 원단을 말하는 겁니다. 야생에 있는 것은 거칠고 세다고 하는데 야생 뽕나무로 만든 원단은 그 거친 표면에서 은은한 광택이 나거든요. 야잠은 실을 뽑아내기도 대단히 어렵고 대량으로 짤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한복집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값도 비싸고요.”


이광희 명인은 이 원단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이 잘 모른다고 포기해 버리면 이걸 누가 지키겠냐”며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켜나간다는 사명감으로 정성을 다해 가고 있다는 이광희 명인의 한복사랑은 끝이 없어 보였다.



‘한복’이라는 전통을 지켜야


한복은 실크나 명주를 손수 염색해서 몇 날 며칠을 수를 놓아 만드는 정성이 깃들어 있다. 한복 하나를 만드는데 원단 짜기부터 염색, 그리고 디자인을 거쳐 마지막으로 바느질로 수를 놓아야 완성되는데 각 부분별로 수명의 전문가들이 손을 합해야 하나의 한복이 완성된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것에서부터 저고리, 치마, 신발 등 여러 기술자들이 힘을 합해야 비로소 아름다운 한복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이광희 명인은 현재 가장 힘든 부분이 업계의 어려움 때문에 이런 장인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 떠나간다는 점을 들었다.


“한복이 점점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업계 최고 바느질기술자가 요양보호사를 하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잖아요.” 명인의 현실을 토로했다. 한복업계의 어려움에 컨설팅회사의 문제도 언급했다. 현재 한복을 가장 많이 입는 게 결혼식인데 대부분의 신랑신부가 결혼컨설팅회사를 통해 식을 진행하다 보니 한복업계가 여기에 많이 휘둘리게 됐다는 얘기다.


“신랑신부들은 컨설팅회사가 소개해주는 몇 군데가 전부인줄 아는데 이 컨설팅회사들은 한복집에 선입금조로 미리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경쟁 사회다 보니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거기에 응해야 하는 거죠. 우리 전통의 한복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광희 명인이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컨설팅회사들이 옷을 싸게 요구하다보니 우리 한복을 중국에서 만들어서 국내로 들여오는 상황이다. 싼 가격에 맞추려다 보니 중국에서 폴리에스테론으로 만든 한복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한복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이광희 명인은 한복을 일회성으로 취급해 버리는 현실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만 해도 기모노를 대를 이어 물려 입는데 우리는 우리 것을 지키는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얘기다.


 “불편하기로 치자면 한복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죠. 그런데도 일본에서는 격을 차리는 자리에서는 기모노를 입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은 한복을 마치 무속인이나 스님들이 입는 옷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이것은 한복이 불편하고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거든요. 한복은 예복과 평상복으로 나뉘는데 평상복은 저녁에 빨았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 바로 입고 나가도 될 정도로 편리합니다. 한복을 입으면 불편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우리가 밍크나 비싼 양복을 입으면 안 불편합니까? 불편하지만 멋으로 입잖아요. 한복도 예복으로서의 한복은 그 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지만 평상복으로 입는 한복은 너무 편해요.”


이광희 명인은 드레스가 입었을 때 노출이 매력이라고 한다면 한복은 반대로 가리는 것이 멋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복은 사람을 정말 귀해보이게 해주는 옷”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광희 명인은 일전에 하루 종일 결혼식에 입어야 되는 옷을 찾으러 돌아다니다 마지막으로 한복을 찾으러왔던 한 손님을 소개했다.


“새 신랑이 그러더라고요. 오늘 하루 종일 신부가 입은 옷 중에 최고로 예쁜 게 한복이었다고요. 그만큼 한복은 사람을 귀하게 만들어 줍니다. 아름다운 맵시와 사람을 고급스럽게 만들어 주는 한복을 많이 사랑해주었으면 합니다.”



한복 입은 외국 대사들


이광희 명인의 한복집에 들어서면 수많은 사진이 들어있는 커다란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진 속에는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웃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끄는데 명인은 “우리나라에 온 전 세계 대사들”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한복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외국 대사들은 임기가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 꼭 이 한복을 한 벌씩 해가지고 돌아갑니다. 오늘날 한복은 우리나라 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더 각광을 받는 모습이라 씁쓸해요.”


이광희 명인은 심심찮게 우리나라 영화제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볼 수 없었던 한복을 외국 영화제에서 외국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걸 보게 되는데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열린 할리우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외국 유명배우가 우리의 한복을 입고 레드카펫을 밟은 모습을 브라운관을 통해 우린 보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한복 입는 모습은 여전히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얼마 전 설 명절만 해도 한복을 입은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려웠다. 그나마 명절이면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나눴던 모습조차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광희 명인은 “한복은 활동하기에 번거롭고, 패션 트렌드와 동떨어졌다는 인식과 함께 나이 든 사람들이나 입는 옷이라는 편견이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한복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한복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에만 그치다 보니 한복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것 같다”며 “단순히 알리는 것을 넘어서 한복을 입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한복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유명인사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한복을 입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방송진행자들이 특별한 날을 정해서 한복을 갖춰 입고 나와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광희 명인은 “한복을 기피하다 보니 명절에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나올 때 격식에 맞지 않지도 않고 몸에 맞지도 않은 한 마디로 어울리지도 않는 한복을 입고 나오는 것을 볼 때 화가 난다”며 “우리 옷에도 법도라는 게 있다”고 조언했다. 가령 남자라면 바지,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조끼를 입고 마지막으로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어야 하는데 전 국민이 보는 방송인들이 배자만 하나 걸치고 나오는데 그건 상당히 잘못된 옷차림이라는 얘기다.


이광희 명인은 “어릴 적부터 자주 한복을 접하게 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한복 입는 날을 정해준다면 우리 고유의 한복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통은 불편하고 촌스러운 게 아니라 지켜야 하는 아름다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말로만 강조할 게 아니라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복의 세계화


최근 한복을 세계에 알리려는 움직임과 함께 한복을 개량화하는 노력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이광희 명인은 조금 다른 생각을 전했다. 많은 사람이 한복을 계량화해서 입기 편하게 해서 세계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는 명인은, “그것은 그것대로 노력을 하되 가장 한복다운 한복을 보여주는 것이 한복을 알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복을 개량한다고 하더라도 큰 골조는 놔두고 개량을 해나가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다 보니까 기본까지 무너지고 있다”며 “몸에 달라붙지도 않고 풍성하게 입는 한복은 우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정말 자연적인 옷”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희 명인은 한복을 디자인하려고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복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원단을 보면 빠져 들 때가 있습니다. 한복을 입는 것도 너무 행복하지만 한복을보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껴요. 물론 경제적으로 한복 연구만 하기에는 어렵지만 제가 좋으니 놓을 수가 없죠.(웃음) 한복을 연구하는 후배들도 저처럼 한복 만드는 일에 행복감을 느꼈으면 해요.”


우리 전통도 살리고 사명감도 지켜나가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와 민족성을 가져간다면 언젠가는 우리 한복이 다시 사랑받을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는 명인의 표정에서 한복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그맨에서 한복 명인 남편으로


인터뷰 내내 이광희 명인 옆에는 개그맨 서인석이 자리하며 익숙지 않은 아내를 도왔다. 현재 미국 오스틴 스타폴리오 예술 체육대학 영화연기과 교수와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전임강사로도 활동 중인 그는 희망과 소통이란 주제로 기업과 학교, 지자체로 강의를 다닌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하던 서인석 씨는 “보통 연예인들이 보면 TV에 안 나오면 무슨 일이 생긴 줄로 아는데 사실 연예계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다”며 “이번에 미국 오스틴 대학에 교수로 초빙 받았고,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전임강사도 하면서 열심히 후배를 양성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 쪽으로도 계속 소통하며 개그맨으로서도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두 부부가 마지막으로 새해 인사를 전했다.


“인생은 1막, 2막, 3막까지 있어요. 실패나 시련은 있지만 그것은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한 거름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수많은 실패와 시련이 있었지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 밤만 있으면 어떻게 살겠어요. 아침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는 거죠. 이제 새로운 해가 밝았습니다. 을미년입니다. 새해에는 영화에도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2015년에는 희망을 기다리는 해가 됐으면 희망이 오는 새해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을이 아름다운 해, 갑과 을이 공존하는 그런 해가 됐으면 한다”는 이들 부부의 바람이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한복사랑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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