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매, 시세에 사야 한다’는 말은 경매라고 해서 무조건 싸게 살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경매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경매에 대한 선입견은 가장 먼저 라디오에서 전문가들이 나와 아래와 같은 얘길 하는데서 생긴다.
진행자 : 요즘 너무 경매에 경쟁률이 치열하다면서요?
전문가 : 네 그렇습니다.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자칫하면 시중가격보다 비싸게 낙찰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진행자 : 그러면 손해 아닌가요?
전문가 : 그렇습니다. 경매는 시중가격보다 싸게 사는 것이 관건인데 시중가격보다 비싸게 사면 손해죠. 그러나 막상 경매법원 분위기를 보니 싸게 써서는 낙찰 될 수 없기에 비싸게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결국엔 본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결과가 되는 것이죠.
경매에 관해 위와 같은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가는 것을 쉽게 보게 된다. 여기서 왜 경매는 싸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또 정말로 싸게 살 수 있는 것일까? 필자도 한때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경매가 대중화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이다. 그러나 이후 경매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경매로 낙찰 받는 것이 부동산에서 물건을 사는 것처럼 흔한 일이 되어버린 후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왜 라디오나 방송에 패널로 나오는 경매전문가들은 경매는 싸게 사는 것이라고 여전히 주장하고 인터넷
상의 경매강좌가 여전히 부동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의를 하는 것일까?
감정가의 착각
경매가 싸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는 감정가의 착각이다. 간단히 말해 감정가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감정평가사가 실제 경매시기까지 6개월 이상의 시차가 나는 가격인데 제대로 감정을 한다고 볼 수도 없다. 과거 똑같은 부동산을 동시에 두 개의 감정평가법인에서 감정을 의뢰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두 개의 감정평가법인에서 1억원 이상 차이가 나도록 감정가를 산정하는 바람에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감정가를 기준으로 100%에 가깝게 낙찰을 받으면 과열이라고 결론짓는 것이 문제이다.
가격은 이미 올랐는데 6개월 전 혹은 그 이전에 감정한 가격에 맞춰 70% 선에서 낙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싸게 낙찰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격은 변동하고 그에 맞춰서 낙찰을 받는 것이지 무조건 감정가 대비 몇 % 선에서 낙찰 받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는 경매낙찰가격은 시장가격이다. 예를 들어 A라는 부동산의 시장가격이 1억원이라고 하자. 그런데 이와 비슷한 물건이 경매정보사이트에 떴는데 내가 이 부동산을 9천만원에 입찰가를 쓴다면 낙찰을 받을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엔 거의 받을 확률이 희박하다. 몇 백 번의 입찰을 한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여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간낭비 돈낭비다. 한 마디로 말해 1억원을 써야 낙찰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가격이 1억원인데 9천만원에 낙찰을 받았다는 것은 어떤 걸 의미할까? 그것은 시장가격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대세 하락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본인이 시장조사를 게을리 한 결과 9천만원을 지나 8천만원까지 떨어졌는데 9천만원을 썼다면 단독으로 낙찰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경험은 경매를 많이 한 사람들이라도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된다.
상가와 땅은 감정가 대비 가격이 많이 떨어졌거나 시장에서 부르는 호가보다 싸게 낙찰을 받았을 경우 그 가격은 진짜 시장가격이 아니다. 거래가 워낙 적은 지역이라서 상가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중개인들도 현재의 시장가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막상 싸게 낙찰을 받았다고 해도 그 부동산 인근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물건을 산 가격에 처분해 달라고 하면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막상 거래가 되는 물건이 아니고 그 정도에는 팔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오히려 급매 정도의 물건이라야 팔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자신이 낙찰 받은 가격보다 더 싸게 낙찰을 받았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즉 시장가격을 쓰지 않으면 낙찰을 받을 수 없으며 혹은 싸게 낙찰 받은 물건일 경우 바로 시장에서 거래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러니 포기하고 시장가격에 입찰을 하면 100% 낙찰받을 수 있으며 그것이 자신에게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득이다.
경매의 딜레마
문제는 여기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매로 시장가격에 사면 명도도 해야 하고 물건을 볼 수도 없고 제대로 설명도 들을 수 없는데 왜 경매를 이용해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 있다. 그것은 경매의 장점인 레버리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의 상가 일반 매매를 할 때에 대출금액은 50% 남짓 받을 수 있는 한편, 경매를 할 때에는 경락잔금은 심지어 90%까지 나온다. 그러니 명도, 권리분석 등이 귀찮더라도 남을 수익률이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떻게 경매로 수익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1차원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빨간 글씨의 공략으로 이른바 법적지상권, 유치권, 선순위 가처분 등의 권리분석 상 위험요인을 공략해서 싼 가격에 낙찰 받아 시장가격에 처분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일단 모든 경매학원에서 이런 물건을 해야 돈을 번다고 가르치는데 그러나 이것은 쉽지 않다.
만약 경매를 시장가격에 사는 것이고 권리분석 상 위험요인이 있는 물건(빨간 글씨의 물건)을 피하라고 한다면 경매교육이 필요 있을까? 아마도 책 한 권 볼 필요도 없고 피해야 할 권리분석의 위험에 관한 것을 1시간 정도만 듣는다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도 경매학원에서는 강사를 여러 명(각 분야 전문가 심지어 세무사, 변호사 등등)을 붙여서 몇 십만원대의 가격에 최소한 8주 이상의 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빨간 글씨의 물건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강사들이 빨간 글씨의 물건들을 다 아는 건 아니다. 필자가 아는 한 그런 강사는 없다. 만약 소송을 해서 이기고 승소할 정도로 실력이 있다면 365일 내내 강의할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경매를 할 것이다. 이들은 경매 호황기에 운이 좋아 책 한 권 쓴 사람들이다. 그게 잘 알려졌고 그런 빨간 글씨의 물건들을 몇 건 건드려본 정도이다. 한 마디로 말해 자신도 모르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정말 빨간 글씨의 물건들은 누가 잘 알까’하는 의문이 안 들 수 없다. 필자는 부동산 소송전문 변호사만이 고수의 범주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물건만으로는 그렇게 많은 경험을 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남의 물건을 대리해서 소송했다가 패소하기라도 하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가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경매법인에 전과자들이 많은 이유다. 그렇다면 그들의 농간에 빠져들지 말고 빨간 글씨의 물건들은 잊어버리고 일반 물건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경매를 2달 배웠다고 해서 경매를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운 좋게 실패하지 않고 할 수 있지만 언젠가 한 번의 실수로 지금까지 벌어 온 것 모두 날릴 수 있다. 게다가 소송기간과 위험 등에 비하면 그다지 큰 수익을 벌지도 못한다.
잘할 자신 없다면 하지 마라
경매로 일반물건을 낙찰 받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저평가된 것을 흐름에 따라 투자를 해야 한다. 단타로 치는 것은 잊어버리고 장기로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매가 한창인 시절에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재건축을 봐야 하고, 재건축 시절에 재개발을 봐야 하고, 재개발 시절에 오피스텔을 봐야 하고, 오피스텔 시절에 지방을 봐야 하고, 남들이 지방을 볼 때 수도권 이상을 보는 투자를 해야 한다. 이러한 것은 소수만이 알 수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말해 줄 수도 없다. 남들에게 떠벌리는 순간 적게는 2, 3명 많게는 수만 명의 경쟁자들만 만든다.
여기서 근원적인 질문을 풀고 가보자. 경매로 싸게 사는 것과 저평가된 것을 사는 것과의 차이 즉, 경매로 시세보다 싸게 사는 것과 저평가된 것을 사는 것(싸게 사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경매로 시세보다 싸게 사는 것은 단순히 남들이 생각하는 가격보다 싸게 사는 것이고 저평가된 것을 사는 것(싸게 사는 것)은 다음과 같다. 가령 주택의 호가와 시장 가격이 1억원이라고 하는데 잘 살펴보니 월세가 2천만원에 월 45만원 정도된다.
요즘 대출 현황을 보니 대출이 과열되어서 90%까지도 해준다고 하니 계산만 잘 하면 9천만원 대출에서 30만원도 안 되는 이자에 보증금 2천만원에 45만원 월세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1천만원 가까이 남고 월세도 15만원 정도 나온다. 주변을 보니 공실이 날 동네는 아닌데다 더블 역세권에다 수요도 풍부한 지역이다. 얼마든지 월세를 놓더라도 바로 나갈 지역이다. 동네가 다소 노후화 되었지만 재개발 같은 것을 노리고 들어간 지역도 아니다.
하지만 향후 시절이 좋아지면 재개발도 가능할 것 같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필자의 글 중 부동산투자의 중요도라는 순서 ①공실 ②실투자금 ③수익률 ④매매가 등의 순서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 공식으로 봐도 공실이 날 것 같지 않고 실투자금은 오히려 나오고 수익률은 돈이 안 들어간 상태에서 15만원 정도 월세가 나오고 매매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이런 물건을 저평가된 물건이라고 본다. 무슨 말이냐면 시장에서의 가격이 싼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생각하기에 시장 가격에 사더라도 저평가된 물건을 사는 것이 단순한 시장의 가격과 저평가된 것을 사는 것(싸게 사는 것)과의 차이가 된다는 의미다.
오늘도 경매법정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저 정도 가격이면 시장에서 사지 왜 여기서 사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땐 경매입찰서를 쓸 때 ‘어떻게 물건을 볼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빨간 글씨를 써서 위험부담을 크게 가질 것인가? 아니면 창의적인 생각으로 저평가 된 물건을 시장 가격에 잡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아예 입찰을 하지 말아야 시간도 정력도 낭비하지 않게 된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