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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석규 칼럼>'여행, 따뜻한 세상 만들기의 시작'


참 각박한 세상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우리는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소득이 양극화되면서 저소득층의 폭은 더욱 넓어지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 1996년에 OECD(경제협력기구,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회원국에 가입했지만, 10년째 자살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근무시간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열심히 일을 해도 사람들은 여유가 없고, 가정에서는 대화가 단절되고, 개개인은 이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4년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80%에 이른다. 한국인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219분(3시간 39분)이며, 주된 이용 목적은 뉴스 및 정보 검색이라고 한다. 모바일인터넷 환경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매일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사회적 이슈를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뉴스와 정보로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유용한 정보를 신속하게 접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지인과 가족을 공기총으로 난사 살해한 사건, 부모와 자녀의 동반자살, 개인의 현실 비관 자살 등 안타깝고 암울한 기사들도 여과 없이 접하게 되기도 한다. 가끔은 오늘은 어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모바일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접하고, 몇몇 무분별한 사람들이 범죄를 모방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오싹하면서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패스트 라이프 증후군


각박한 세상, 가정·사회적 갈등이 갈수록 팽배해지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필자는 패스트 라이프(Fast Life) 증후군이 만연하면서 발생하는 세상의 문제는 삶의 속도를 천천히 함으로써 어느 정도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는 게 빡빡할수록, 조급해질수록 슬로잉 다운(slowing down)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 삶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추고, 삶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여행이다. 개인, 가족, 지인들이 여행을 하면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갖고, 대화와 체험을 통해 갈등을 좁히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여유를 갖는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여행 바우처 제도


정부에서도 여행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지해 국내 여행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경제·신체·사회문화적 취약계층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행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봄·가을 연 2회 관광주간을 신설하여 국민들의 여행 활동에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에는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 여행을 통해 삶의 행복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도 H투어가 여행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늦었지만 처음인 신혼여행, 불우 청소년을 위한 희망여행,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소속감과 다양한 인적교류를 위한 농구단 운영과 해외 전지훈련 여행, 한 부모 자녀들을 위한 희망여행, 현직 소년부 판사와 보호처분 청소년이 함께하는 체험·봉사활동을 통한 올바른 사회 인도여행, 소외가정의 가족·재발견여행, 저소득층 장애인을 위한 문턱 없는 희망여행 등의 프로그램을 통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희망여행에 참여한 많은 참가자들은 여행을 통해 건강한 정신과 자신감, 개인의 꿈을 가지게 되어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여행은 비단 여행자들에게만 희망과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여행자가 방문하는 지역의 지역민들에게도 희망과 꿈, 행복을 제공한다. 국내의 많은 지자체들이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담조직 및 전담인력 운영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여행이 지역사회의 어떠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주는 지 잘 알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경제산업의 쇠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농어촌지역으로서는 외래 여행자의 방문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이며 활동적이고 생기 넘치는 지역사회 형성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여행의 종착은 사랑의 만남


영국의 극작가 세익스피어는 “여행의 종착은 사랑의 만남”이라 하였고, 인도의 철학자 브완그완은 여행을 “첫째는 타향에 대한 지식이고, 둘째는 고향에 대한 애착이며, 셋째는 그대 자신에 대한 발견”이라고 했다. 살다보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고, 아득한 옛날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무심결에 내뱉는 한 마디가 “어디 조용한데 여행이라도 다녀와야지”다. 여행은 이런저런 이유로 고민하는 개인에게는 나를 위한 시간을 통해 성찰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이웃 간에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다양한 갈등요인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순기능도 한다. 여행은 모든 구성요소와 주변 환경에 대한 사랑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담쟁이는 누가 키우지 않아도 절로 무성하고, 철쭉꽃은 외딴 동굴가에서 더 아름답게 핀다고 한다. 여행은 개인을, 사회를 그렇게 치유하고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은 언제나 실현 가능한 꿈이다. 그 세상은 존재하는 실체다. 꿈이 이상향을 향한 바람이라면, 여행은 우리에게 이상향으로 가는 시간을 제공한다.


그래서 여행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세상은 변해도 여행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길에서 만난 세상, 사람, 삶의 모습은 여행자에게 언제나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것이 아주 오래 전 역사의 체취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여행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그 모든 것들과 조우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저 그런 일상을 특별한 시간으로 인도한다. ‘여행을 통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구호와 캠페인으로 외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급변하고 치열한 사회에서 힘들어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자신의 심적 치유와 상대에 대한 배려, 이해를 배우는 장으로 활용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며 견문도 넓혀 성장·재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행으로 국민이 행복해지고, 국가가 건강해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여행은 누군가에겐 삶의 전부이자 꿈이고, 인생의 목표라고도 한다. 여행을 생각하고, 여행을 하며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필자는 다음 여행지를 생각해본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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