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 든타임(Golden time)이라는 용어가 있다. 예전에 프로야구 임모 선수가 경기 중 돌연 심장마비로 쓰러진 일이 있었다. 그때 임모 선수 근처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방치했다가 구급대원의 치료를 받았을 때는 이미 골든타임을 지나서 치료의 의미가 없었던 사건이다.
골든타임이란 뇌에 피가 공급되지 않을 때 뇌세포가 기능회복 불능에 이르는 시간을 말한다. 보통 4분 정도를 한계로 잡는데 호흡곤란이 오거나 심장마비가 왔을 때 뇌로 4분 이상 산소공급이 지연되면 뇌세포는 파괴되어 더 이상 회복되지 않는다. 심장 정지 후 4분이 지나면 생존율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뇌손상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10분이 지나면 생존율이 0% 이하이다. 심장정지 후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뇌졸중은 일어난 지 1시간 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늦어도 최소 3시간 이내에 치료가 시작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뇌에 혈류 공급이 중단되면 빠른 시간 내에 뇌세포는 죽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혈관의 막힘으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세포가 몇 분 안에 괴사하기 시작하는데,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다. 결국 생명을 구하더라도 죽은 뇌세포 부분이 담당하던 신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신체장애를 갖게 된다.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를 개시한 후 3분, 착륙할 때 필요한 8분. 단시간에 시속 300km 이상 움직여야 하는 기체이다 보니 이 시간에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 이 기체에 큰 문제가 생겼을 경우 어딘가에 불시착을 해야 하는데 정상적인 착륙이 아닌 불시착이라면 90초 후에 대개 대형 화재나 폭발이 일어난다. 항공기 내의 어느 좌석에서라도 90초 안에 탈출이 가능하므로 쓸데없는 물건에 욕심 부리지 말고 탈출에 전념해야 한다. 선박은 어떤 문제가 있어 완전히 물속으로 침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0분에서 최대 1시간 30분 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이 시간 내에 침몰하는 선박에서 탈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렇게 1분 1초를 다투는 골든타임은 우리의 인간관계에서도 존재한다. 골든타임이 어떠한 인간관계에
서는 즉각적으로 발생하지만, 어떤 인간관계에서는 한 박자 지난 시간이 골든타임이 되기도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나와 상대방이 모두 힘들어진다. 많은 이들이 칭찬의 타이밍을 놓쳐서, 거절할 타이밍을 놓쳐
서 그리고 화해할 타이밍을 놓쳐서 관계를 망가뜨린다. 타이밍을 놓쳐 제대로 소통되지 않은 관계는 서서히 소원해진다. 무조건 참는 것이 감정 조절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 표출을 할 기회를 놓친 사람은 결국 그것을 쌓아놓았다가 잘못된 타이밍에 터뜨려 순식간에 관계 단절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인간관계에서 골든타임이라는 건 상대방의 감정에 제대로 공감하고 내가 원하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가벼운 기분이나 강한 감정 및 상호작용의 행동을 먼저 이해하려는 긍정적 노력이다. 골든타임을 잡으려면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공감수용능력이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공감을 겉으로 보여주는 액션도 요구된
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골든타임이 언제인지 쉽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인간관계는 타이
밍이고, 그 골든타임을 잡는 것은 소통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새로운 집단에 들어간 직후가 골든타임이다.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
이사를 하거나 이직했을 때에는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적응해야 한다. 요즘은 이사 왔다고 떡이
나 음식을 돌리는 문화는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사하자마자 음료수 한 박스라도 사 들고 인
사를 하는 게 좋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어색함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마주치는 경우에도 빠른 시일 내에 인사를 나누고 친하게 지내도록 한다. 이직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원래 있던 사람들이 새로 들어온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임자가 후임자
를 챙기는 데는 군대뿐이다.
질문은 궁금할 때가 골든타임이다. 궁금해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우리 학생들의 잘못된 미덕이지만, 회사에서 상사가 새로운 업무를 또 준다고 속으로 끙끙대지 말고, “둘 중 어느 걸 먼저 할까요?”라고 바로 물어보면 업무가 과중되었음을 넌지시 인식시킬 수 있다. 특히 누군가의 취향을 알아야 하거나 프로그램을 짜야하는 일이라면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문자로라도 물어보자. 시간이 지나면 물어보기가 더 어색해질 수 있다.
상사에게 선물을 하고 싶더라도 먼저 말을 꺼내두면, 말로는 싫다고 해도 사실은 좋아하신다. 상대가 뭘 좋아할까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고, 내가 내린 결론이 오답일 수도 있다. 상대에게 묻되 선택의 여지를 주면 더욱 센스 있어 보인다. 점심식사로 “뭐 드시고 싶으세요?”가 아니라 “설렁탕이 좋아요 갈비탕이 좋아요? 어느 쪽이 좋으세요?”가 훨씬 현명한 물음일 수 있다.
부부싸움 할 때는 휴전시간이 골든타임이다. 부부간의 갈등이 고조될 때는 대화중단이 갈등 해결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보통 남자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피하려 들고, 여자는 “지금 이야기하자”면서 몰아붙여 싸움이 더 커지게 되기도 한다. 갑자기 싸움이 시작된다면 여자 쪽에서 먼저 휴전을 제안하는 태도가 현명한 처사이다. 싸움을 중단할 때는 같은 공간에 있지 말고 그 공간을 벗어나는 게 좋다. 여자의 경우 말할 사람이 필요하므로 다른 대화 상대를 찾아 수다를 떠는 게 좋을 듯하다.
안부인사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친하든 친구와 불화를 겪으면서 몇 달간, 길게는 몇 년간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당시의 기분이 누그러졌고, 시간이 흘러 상대가 그리워졌다면 언제 연락을 해야 할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지금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잘 지내고 있지?” 그 다음에 할 말은 상대의 반응을 본 후 생각해도 늦지 않다. 이것은 생활하면서 따로 만날 일이 없어서 연락이 자연스레 끊겼던 지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보내는 메시지 하나가 끊어졌던 인연을 자연스럽게 다시 연결해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현대인의 골든타임
전자메일에도 시간대가 따로 있다. 비즈니스 관련 e메일을 받았을 때는 즉시 답장을 하되 처리가 늦어질 때에는 과정을 알리는 메일을 보낸다. 답장을 쓸 때는 ‘회신’ 단추를 눌러 그대로 쓸 때가 많은데 새로 쓰는 게 예의다. e메일을 발송할 때는 반드시 수신인 주소, 내용, 첨부파일 등을 재차 확인하고 본인의 연락처 등 정보를 남겨야 한다. SNS로 중요한 공지를 올리거나 질문에 대한 답을 받고 싶다면 골든타임에 글을 올려야 한다. 직장인들은 출근하는 오전 8시에서 9시,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 1시에서 3시, 퇴근 전후인 오후 5에서 7시 그리고 밤 10시 이후가 좋다. 이때 글을 올리면 댓글이나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가정주부의 경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안일을 웬만큼 끝마친 늦은 오전시간이 SNS에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사회생활 속 골든타임
팁은 식사 후가 아니라 식사 전이 골든타임이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회식을 하거나 모임을 하는 사람들은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팁을 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식사가 끝나고 주는 것보다 식사를 시작할 무렵에 팁을 주면 훨씬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리 줄 때는 특히 조금 넉넉하게 주는 게 좋다. 팁 액수보다 더 품질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냅킨은 모두가 착석한 뒤 무릎 위에 편다. 식탁에 앉자마자 성급하게 냅킨을 펴는 것은 좋지 않다. 테이블 전체를 보고 전원이 안정된 상태에 들었으면 냅킨을 펴지 않은 상태로 무릎 위에 가져와 조용하게 편 후 반으로 접어진 쪽을 자기 앞으로 놓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옆 사람의 발을 밟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그 즉시 사과하는 것이 상식이고 예의이다. 이처럼 일상적으로 일어나면서 심각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일이 일어난 직후 바로 사과하면 된다. 상사의 지시를 받으면 반드시 “네”라고 대답한다. 지시받은 업무를 수행했다면 상사가 물을 때까지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경과와 결과를 보고하는데, ‘결론-이유-결론’ 순으로 말한다. 호칭은 경어체로 직급과 ‘님’을 붙이는데 상사가 여럿이면 압존법에 유의한다. 가령 사장에게 부장의 거취를 알릴 때 “김 부장은 외출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