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계는 3D 프린터의 등장이 제조업의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큰 기대를 하고 있지만 국내 기술 수준은 기대감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다. 물론 업계에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면서 수출 길에 오른 업체도 있지만 아직 하이엔 드급 장비 개발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3D 프린터 전문업체인 C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3D시스템즈의 공식딜러이다. 김 지점장은 “의료와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며 “3D프린터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프로토타입핑하는 방식을 크게 플라스틱 타입과 분말 타입, 그리고 고가플라스틱라인으로 구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분말타입은 건축이나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타이어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 절감
김 지점장은 고객사를 예로 들면서 3D프린터의 편리성에 대해 설명했다. 나이키에 납품을 하는 협력업체인 창신에서도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신발을 만드는 공정에는 몰드 팀, 디자인 팀, 이노베이션 팀 등 다양한 팀이 작업을 하는데 3D프린터를 사용하게 되면 부품에 맞는 재료를 구해 근사치까지 정밀한 시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공정보다 작업속도가 빨라진다. 3차원 모델링을 하고 나서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사출금형을 하기 전에 단계별로 개발부서에서 시제품을 만들어서 데이터 오차를 수정하는데 기존의 방법으로 천 번 해도 안 되는 작업을 빠른 시간에 해낼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이 3차원 모델링은 작업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준다. 비용만 따진다면 정밀 플라스틱 프린터로 아이폰 정도 크기의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에는 3만 7천원정도 든다. 시간만 따진다면 목각 외형 철제프레임을 0.4~0.5㎜정도 크기로 시제품을 만드는 데에 기존 방법으로는 일주일이 걸렸다면 이제는 3D프린터를 사용해서 두세 시간 만에 해낼 수 있게 됐다.
김 지점장은 “의료 분야에서는 티타늄 소재로 인공관절을 만드는 수술가이드용을 제작 하는 데 10년 전 쯤부터 3D프린터가 사용됐다”며 3D프린터를 사용하면 “안전한 절개 수술계획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치과 분야에서도 3D프린터를 임플란트 수술계획에 사용하고 있다. 산업 분야이든지 의료 분야이든지 3D프린터는 작업이나 수술을 함에 있어서 오차를 줄여 정확성을 높여주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준다는 게 김 지점장의 얘기다.
3D프린터는 업체뿐만이 아니라 학교와 연구원에도 보급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풍력 테스트를 위한 모델링 작업에도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 공정에서 사용하는 3D프린터 가격은 만만치 않다. 최소 5천만 원에서 4억~5억 원을 넘어가는 정도의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 3D프린터의 가격 문제는 특허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김 지점장은 “당분간 3D프린터의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하면서 특허기간 만료로 인해 풀리고 있는 특허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점장은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2013년부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산업계에서는 OEM할 때도 주로 계약에 의존하고 있으며 로열티 라이센싱 방식이 아니므로 국제 특허분쟁에 노출될 위험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우려이다. 다행히 오픈 소스로 사용할 수 있는 특허들이 있지만 오픈된 특허들만을 사용한다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최근 3D프린팅 원천특허들의 만료 소식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적극적인 연구개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원천특허가 만료된다 하더라도 다양한 응용특허들이 존재하며 기존 특허에 대한 분석 없이 기술개발을 수행하는 것은 특허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3D프린터로 만든 타이어
국내 타이어회사의 디자인 부서에서는 3D프린터를 컨셉 디자인 과정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은 디자인 팀과 다른 부서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 줬으며 디자인 데이터 보안 향상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사용자의 설명이다. 타이어 산업에서 경쟁이 심해지고 새로운 제품 개발과 디자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3D프린터를 사용하게 됐다.
타이어 회사의 디자이너는 “3D프린팅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풀 컬러로 제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편리한 기술이다”고 말했다. 3D프린터에 프린팅 작업을 걸어 놓고 그 다음 날 출근 했을 때 완성된 파트를 확인할 수 있는데 타이어의 크기 때문에 밤새 프린팅을 끝내기 까지는 7~8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3D프린팅 덕분에 디자인과 엔지니어 부서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상의 오류가 줄어들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두 부서 간에 논쟁이 있을 수 있는데 이제는 3D프린팅 파트를 실제로 만져보고 관찰해 봄으로 해서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과정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런 과정에서의 회의 시간도 이전보다 70% 정도 줄어들었다. 디자인 과정의 비용 절감도 할 수 있게 됐다. 3D프린터를 도입하기 전에는 다른 회사에 따로 용역을 맡겨 목업을 진행해 왔고 대개 수작업으로 제작됐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비용이 비쌀 뿐만 아니라 크기도 제각각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런 수작업 모델들은 원래의 CAD 디자인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단점도 있었다.
그러나 3D프린터를 사용하면서 작업과정의 불편한 점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을 스케치하고 스케치를 바탕으로 디자이너가 데이터를 설계하며 데이터를 파일로 저장하고 컬러와 사이즈를 지정할 수 있는 3D프린팅 소프트웨어에 연결하면 3D프린팅으로 제작된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얻게 된다. 또한 3D프린팅은 다른 곳으로 디자인을 보내지 않고 회사 내에서 모든 과정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디자인이 유출될 우려가 감소했다.
수출과 하이엔드가 목표
국내 T사는 3D프린터 양산을 위해 공장을 설립하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견제하고 있지만 향후 3D프린터 시장에는 대기업이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3D프린터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이며 대부분 수입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전문화된 고도의 장비보다는 학교나 액세서리 부품 등 부문에서 대량 발주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3D프린터를 오는 2016년까지 전국 3천여 개 학교에 보급하고 오는 2017년까지 초·중·고 절반에 3D프린터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3D프린터가 어린 학생들의 창의력 기르기에 좋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미래의 인재가 아닌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줄 현재의 인재가 필요하므로 제조업 기반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일부 3D프린터 업체들이 수출 길에 오르고 있다.
국내 3D프린터 업체인 I사는 일본 대기업 C사에 자사의 초정밀 금속 3D프린터를 공급한다. 일본에 수출하는 금속 프린터는 금속분말을 레이저를 이용해 직접 적층하는 방식의 최첨단 장비이다. 금속 프린터를 사용하면 초고강도의 금속을 소재로 기존의 절삭 방식으로는 제작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금형이나 기계부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
I사는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 특허 등록을 마쳤다. I사는 국내 대기업과 연구기관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데 지난 2009년부터 삼성전자의 가전제품과 현대자동차의 승용차 엔진 제작에 사용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H사는 오토 레벨링 플러스 기술을 탑재한 산업용 3D프린터 출시 행사를 열고 북미 지역에 수출 길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토 레벨링 플러스란 3D프린터에서 재료를 배출하는 노즐과 재료가 쌓이는 출력판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다. 출력판 밑에 부착된 손잡이를 돌려 수동으로 평탄도를 맞추거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가상의 평탄도를 계산해야 하는 기존 제품들의 번거로움을 해소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3D프린터 시장의 문제점
3D프린터 시장에는 기술개발과 특허 선점 이외에도 풀어야할 문제점들이 있다. 허제 TIDE인스티튜트 전략기획실 팀장은 “3D프린터를 판매하고 있는 회사들이 일 년도 안 된 회사들이다보니 시행착오가 많다”고 말하면서 애프터서비스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3D프린터가 사실 제품 양산보다는 아직까지 시제품 제작 용도로 쓰이는 사례가 가장 많은데 3D프린터 하나만으로는 혁신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고 사물인터넷 등과 연결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3D프린터가 사물인터넷 확산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게 허 팀장의 생각이다. 3D프린터를 설치했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3D프린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이것 역시 사물인터넷 확산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이다. 따라서 민간의 제조 스타트업이 사물인터넷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면 시제품을 저렴하게 만들고 소량 생산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3D프린터가 가장 적절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허 팀장은 과거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기존의 카메라 시장과 필름 시장이 어려움을 겪은 것과는 달리 3D프린터 시장은 기존의 프린터 시장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허 팀장은 “3D프린터는 보완적인 형태의 장비이며 30년 된 기술이다”고 말하면서 80대 20 법칙에서 새로운 것은 20인데 3D프린터가 20에 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통적 프린터 업체를 포함해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3D프린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기존 프린터 시장은 포화 상태로 휴렛팩커드와 제록스 등 전통적 프린터 시장 메이저들이 신규 사업 모델을 일환으로 3D프린터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부품 제조 과정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3D프린터 시장은 앞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플러그 앤드 프린트 기술
IT 리서치 자문기업 가트너의 바실리에르 부사장은 “향후 1~2년간 제조사들이 3D프린터의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기능을 추가하고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일부 3D프린터 기술의 평균판매단가가 증가하거나 2015년까지 증가 후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가격대가 가장 높은 3D프린터는 지향에너지 퇴적 프린터와 분말베드 용융결합 프린터이며 재료압출 및 액층광중합 프린터의 경우 더 많은 업체가 가격대를 낮춘 제품을 공급하면서 판매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대별 대표적인 3D 프린터 기술이 3D 프린터 출하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달러에서 2,500 달러까지의 최저가 가격 구간에서는 재료압출 기기가 주를 이룬다. 1천 달러 미만의 3D 프린터 출하량은 2014년 전체 출하량의 11.6%를 차지했으나 2018년이 되면 동일 가격 구간의 프린터가 차지하는 비율이 22.7%에 이를 전망이다. 소비자 및 기업 시장에서 3D 프린터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더 많은 기업들이 시험과 실험 목적으로 중저가 3D 프린터를 도입하면서 가격 구간별 성장률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2015년부터는 기기와 바로 연결해서 프린트 할 수 있는 ‘플러그-앤드-프린트’ 기술이 소비자 3D 프린터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보자용 재료압출 프린터 제조업체들은 단순한 형태의 플러그-앤드-프린트 기술을 자사 프린터에 탑재 중이다. 자동 베드 레벨링(조형물이 쌓이는 조형판의 수평 여부를 자동으로 측정, 보정)과 가열 제작 챔버(냉각 과정에서 출력물의 뒤틀림을 방지하는 챔버) 등의 기술도 보다 간편한 3D프린터 설치와 작동을 지원함으로써 소비자가 쉽게 3D제품을 생산하도록 돕는다. 이에 따라 2016년까지 1천 달러 미만의 3D프린터 중 10%가 플러그-앤드-프린트 기술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바실리에르 부사장은 “3D프린터 시장의 주체가 특정 재료나 기술에 대한 종속 없이 오픈 소스 접근 방식을 취해온 조기수용자에서 일반 소비자로 옮겨가면서 이런 추세는 가속화 될 것”이라며 “조기수용자들은 3D프린터의 오픈 소스 정신이 왜곡됐다고 불평할 수 있지만 대다수 주류 소비자들은 플러그-앤드-프린트 기술이 제공하는 간편하고 일관된 프린트 기능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3D프린터 출하량은 2014년 10만8,150대에서 2015년 21만7,350대로 증가하고 오는 2018년도에는 23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 세계 3D프린터 시장은 미국이 38%로 독보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이 10%, 독일과 중국이 각각 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