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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키야 아르바이트생 집단 퇴사 사건이 남긴 교훈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월 일본의 프랜차이즈업체 ‘스키야’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집단적으로 퇴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일본에서 평화국가인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든 헌법 재해석 사건 만큼이나 큰 사건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스키야’ 아르바이트생 집단 퇴사 사건의 전모


‘스키야’는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규동(일본식 쇠고기 덮밥) 프랜차이즈 업체이다. 일본 전역에 약 1,98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점이 있으며, 일본을 다녀온 한국인이라면 간판이 꽤 익숙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이다. 일반식당에 비해 저렴한 가격대에 규동과 카레라이스를 24시간 동안 계속해서 파는 매장으로 전국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어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스키야의 아르바이트 집단 퇴사 이유는 잔혹할 정도의 업무 강도 때문이었다. 스키야에서는 계산·조리·설거지·청소를 전부 다 한 명이 해내야 한다. 스키야는 정규직 관리자 없이 시간당 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들로만 매장을 운영했다. 근무자들에겐 정해진 시간이 끝난 뒤에도 설거지가 남아 있으면 끝내야 퇴근할 수 있는 ‘서비스 잔업’의 원칙이 있다. 1시간 당 일정 금액의 판매 할당량 채우기를 실시하였고, 목표 금액 미달 시에는 아르바이트 급여에서 감액했다고 한다. 자세한 상황은 아래와 같다.


노동계약이‘노동자’가 아닌‘업무위탁’으로 되어 있어 잔업비가 발생하지 않으며, 4대 사회보험에도 가입시켜주지 않음.
1시간 5,000엔의 매출 할당량이 있고, 달성하지 못한 매출액을 시간으로 재계산해 시급에서 차감함.
시급이 차감되지 않으려면 할당량이 달성될 때까지 무급으로 일을 해야 함.
연속 12시간, 연속 14시간 등 비상식적인 장시간 근무 시프트(연장 근무)를 강요함.
원 오퍼레이션 제도’ 시행, 이는 손님이 집중되지 않는 심야시간 대에 1명의 점원만 근무하게 하는 제도로 중간에 화장실을 갈 경우 근무지 이탈로 취급함.
급병으로 출근하지 못해서 영업을 못 했을 때는 손해배상 청구
주문이 많아서 설거지를 할 시간이 없을 경우, 자신의 근무시간이 끝나도 전부 마치고 돌아가야 함.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 근무자의 할당량에 영향을 줄 수 있음.
원가절감을 위해 규모가 작은 점포는 세콤 등의 보안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음


시급은 각 지역별 최저임금과 동일


24시간 음식점 강도 사건의 80%가 스키야에서 일어날 정도로 근무자의 안전보장이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던 스키야에서 갑자기 ‘집단 퇴직 사건’이 발생한 원인은 지난 2월, 일명 ‘죽음의 메뉴’라고 불리는 ‘나베 정식(소고기 전골)’의 출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스키야 체인점에는 공장에서 제조된 메뉴가 납품되어 왔다. 각 체인점에서는 배달받은 제품에 간단한 마지막 조리과정만 거치면 음식을 완성할 수 있었다.


‘마츠야(43개)’나 ‘요시노야(52개)’ 등 기존의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스키야는 월등히 많은 85개의 다양한 메뉴를 구비하고 있었다. 사이드 메뉴를 제외한 정식식사 메뉴의 수만 보아도 ‘마츠야(25개)’나 ‘요시노야(21개)’에 비해 스키야는 59개로 월등하게 많았다. 메뉴의 수가 많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겠지만, 근무하는 직원들은 다른 업체의 체인점에 근무하는 것보다 더 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상황에서 추가된 새 메뉴는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요구되는 업무를 더 늘려놓았다. 메뉴에 들어가는 재료를 채소와 고기별로 1인분씩 따로 담아 냉장으로 보관해야 하므로 다른 요리들보다 손이 더 많이 갔다. 전골에 사용된 냄비를 씻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가뜩이나 심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던 와중에, 갑자기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새 메뉴가 나오면서 스키야의 아르바이트생들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던 것이다.


‘스키야’ 전국체인을 운영하는 젠쇼그룹은 근무 현장의 불만을 무시한 채 “스키야 점포의 근무인원은 시간대별 매출에 비례해 배정한다”는 경영원칙을 고집했다. 스키야가 저렴하고 품질 좋은 음식을 통해 대표 프렌차이즈 체인점으로 성장한 데는 불경기 속에서 가격 인하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집단 퇴사 사건으로 스키야가 경쟁업체들보다 저렴한 규동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성공요인이 비정규직 노동자만 고용하고, 이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요구하는 등 극심한 노동착취에 기초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스키야의 매출은 급속히 감소할 전망이다.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괴리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기업 간의 생존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방심하면 언제 도태될지 모르는 위기의 시대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정부의 연구비를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각종 정책자금을 저금리로 융자해 주었으며, 외환형평채 기금을 수조 원씩 투입하여 원화의 가치를 낮추어 줌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대신에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와 해외시장의 개척을 통해 계속 성장하면서 혁신적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 및 환경 관련 규제를 ‘개혁의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완화함으로써 기업들이 스스로 산업구조를 뜯어고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런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대기업들을 만들어왔고, 이런 기업들이 앞으로도 우리의 희망이 될 것이라 여겼다. 이는 장차 수출이 증가하고 기업들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우리의 일자리가 함께 늘어나서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삶도 나라의 경제도 함께 좋아질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들은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지역사회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는 무관심하다. 오히려 기존의 정규직 고용을 되도록 비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이윤 남기기에만 집중하였다. 실제로 경제가 성장할수록 고용은 줄어들고, 기업의 이윤이 커지는데도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하락하는 추세가 지난 20년 째 계속되고 있다.


예전에는 여성이나 노년층, 장애인들의 일자리로만 여겨졌던 비정규직 고용은 이제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까지 해당되게 되었다. 정보통신, 방송, 심지어는 공교육에 종사하는 교직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도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 생산직도 파견근로, 용역근로, 호출근로 등 간접고용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고 그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정책과 복지국가를 통한 실질적인 임금상승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중산층의 비중을 전체 인구의 70%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1,870만 명에 이르는 전체 근로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갈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저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노동 관련 정책만으로는 중산층 70% 공약의 실현은 불가능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중산층 확대는 일자리의 질 향상과 양적 확대를 모두 이뤄내야 가능하다. 근로자들의 안정된 삶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일정 수준의 임금보장이 선행돼야 한다. 소득양극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오르지 않고 고정된 임금이 손꼽힌다. 이익 분배의 선순환을 통해 경제성장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축적하고 있는 이익을 임금이라는 방식으로 서민가계 쪽으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실질임금이 정체돼 있는 동안 대기업들이 이익을 기업 내부에 차곡차곡 축적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기업적인 여권 내부에서도 고용창출의 필요성과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 진작의 필요성이 일부 강조되는 추세이다. 최근 최경환 재경부장관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침은 이런 분위기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적으로 사내유보금이라고 불리는 ‘적정 보유 초과소득’에 대한 과세는 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이며 2중과세라는 원론적인 비판에서부터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더라도 고용이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까지 반발이 거세다.


노동시장에 보호 없이 방치된 비정규직은 짧은 기간의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와 가족들 전체의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내수시장의 침체로 이어졌다. 노동시장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책임을 다 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관행과 문화로 상당히 자리 잡고 있는 선진국들에서도 자발적으로 이러한 풍토가 성립된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정치권이 나서고, 법률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는 것을 강제하도록 해야 한다. 이건 상식이다.


기업이 알아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일자리의 경우에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이에 따른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사회적 규제를 적정화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업에 더 이익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강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도 좋지만, 이 보다는 이것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하청기업을 포함한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으로 전환하도록 장려하거나 또는 강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민주주의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요구된다. 가령, 근로자 대표의 경영참가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또한 소득세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여 조성된 공적 재원으로 사내 복지를 국가복지로 전환하고, 이를 보편적으로 확대 적용하여 수출 대기업에 입사하지 않아도 우리 국민이면 누구라도 자녀의 보육이나 교육, 건강이나 노후보장에서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좋은 인력들이 중소기업에 갈 수 있도록 해주고, 이들 중소기업들의 회사 복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보편주의 복지국가 정책’이 가장 실효성 있는 고용창출과 근로자 소득보장 및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될 것이다.


‘스키야’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24시간 운영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시장 점유율과 성장을 자랑하던 ‘스키야’는 집단 퇴사 이후로 근무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지점이 늘어나고, 급기야 영업시간 단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한두 명일 때는 개인의 희생으로 끝나버리지만, 집단적으로 단행한 퇴사는 스키야 기업 전체에게 막대한 위협이 되었다. 스키야 사태에 대한 언론의 보도로 노동착취 기업인 스키야로 가던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게 했으며, 이제 청년들도 스키야에 취업하는 것을 꺼리게 되어, 스키야는 기업 경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얼마 전 국제관광 관련협회에서 우리나라의 숙박시설을 점검하러 왔었다. 이들은 값비싼 호텔이나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모텔들이 모두 침대 시트나 세면기, 거울, 컵 등의 청소가 잘 안 되어 있고, 위생상태가 불량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 세정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저임금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여 인건비를 줄여야 하고, 적은 인력으로 과도한 업무를 감당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세제를 많이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결국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관광객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대인 서비스는 대부분 인간의 노동력으로 창출되고, 국제적인 경쟁사회에서 서비스 관련 업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은 사회적 규제를 완화하여 저임금의 비정규직 고용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적정 규제’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앞서 언급된 우리나라 숙박시설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러한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다. 대인 서비스업종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정상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라도 ‘스키야의 교훈’처럼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비정규직이 남용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또 열심히 일한 근로자들에게는 기업의 성장에 부합하는 합당한 대가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적정임금이 그것인데, 그래야 소비가 살아나고, 고용이 증가하며, 실질적인 기업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소득 주도의 성장’ 전략이라고 불리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사회 통합적 경제정책이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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