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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준석 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꺼낸 발언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언뜻 보면 대통령 선거전에서 있을 수 있는 논란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이 발언은 국가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수준과 내용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과거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성적 비하 발언을 재인용하며 그것이 여성 혐오에 해당하는지 다른 후보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문제의 발언을 재소환했다. 그는 발언 이후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불편하게 느낀 사람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말하면서도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 차원이었고 자신이 사용한 표현도 순화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그의 사과 또는 변명은 국민적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고, 오히려 분노를 증폭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발언이 내포하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 사회적 파괴력,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훼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준석 후보는 자신이 제기한 발언은 이재명 후보 가족이 제기한 발언을 최대한 순화해서 인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혐오 표현을 인용하는 것도 혐오 조장의 공범이라는 공감대가 이미 자리 잡았다. 오히려 1차 혐오 발언 상황을 극적으로 상기시키면서 2차 피해를 초래하는 범죄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을 나와서 극히 총명한 것으로 알려진 이준석 후보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사후 비난 세례에 대비해 변명 논리까지 마련한 계획적인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악질적인 범죄 행위다.

 

두 번째, 이준석 후보가 해당 발언을 제기한 무대가 문제다. 대선후보 토론회처럼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론장에서 민감하고 모욕적인 언어를 꺼내는 것은 듣는 이들에게 정신적 충격과 불쾌감을 주는 언어폭력이다.

 

해당 발언을 최초에 했다는 사람은 소규모 커뮤니티에서 익명의 댓글 형태로 혐오 발언을 제기했다. 발언이 제기된 무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토론회 시청자 중에는 미성년자가 당연히 포함될 수 있다. 국가급 TV토론회에서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언어를 접한 어린이는 그 자체로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폭력적 언어를 정당화하거나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태도는 폭력적 정치 문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행위다.

 

셋째 민주주의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을 훼손하는 망언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는 정치 시스템을 보유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모든 사람의 인권에서 중요한 요소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존재하고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준석 발언은 여성을 무기력한 성폭력 희생자로 전제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소수자에 해당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왜 하필 이준석 후보의 발언만 문제를 삼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그 말을 한 것이고, 그래서 그 발언을 규탄하는 것이다.

 

넷째 대선후보 TV토론회는 주요 정당 대통령 후보가 국가 운영 비전과 정책,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자질을 검증받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 과거에 이미 사회적으로 정리된 사안을 억지로 끌어내 상대 후보를 공격한 것은 토론장을 인격모독의 장으로 변질시킨 것이다. 한국 정치의 수준을 한순간에 저급한 막말 정치, 막장 드라마로 끌어내리고 후보자 검증 노력을 무산시키는 업무 방해에 해당한다.

 

다섯째, 이 문제는 정치의 품격 문제를 넘어 한국인의 문화적·역사적 자존심까지 건드린다. 조선시대 대학자인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철학적 논쟁을 펼치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토론을 진행했다. 두 학자를 중심으로 전개된 조선시대 토론의 핵심은 사단칠정론이었고, 그중에서도 사단의 핵심은 타인의 고통을 불쌍하게 여기고, 부끄러움을 알고, 좋은 것은 먼저 양보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에서 이준석은 상대 후보 가족의 아픈 상처를 의도적으로 들추면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깡그리 파괴했다. 여성 혐오와 관련해 이준석 자신도 부끄러운 과거가 있는데도 남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문제만 지목하는 것은 수오지심(羞惡之心)을 모르는 파렴치한 태도다.

 

여섯째 이준석 발언은 사회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망가뜨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여성 혐오 발언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 요소인 남성과 여성의 대립, 세대 간 대립,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립 구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된 조건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보수 진영의 혐오감을 더욱 자극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 역시 증강될 것이다.

 

일곱째, 사회적 신뢰가 파괴된 대한민국 미래가 암울해진다. 대한민국은 지난 100여 년 간 식민지 착취와 동족 간 전쟁으로 온 국토가 폐허가 된 대표적인 후진국이었지만, 온 국민의 의지와 열정으로 이제 겨우 선진국으로 격상된 나라다. 아직까지 선진국 경험이 짧아서 구조적인 국가 평화 및 번영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정치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키고 민족적 자존심, 문화적 자부심을 파괴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을 수가 없다.

 

이준석 후보는 아마도 이재명 후보의 약점을 영리하게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증강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대로 그는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자신이 국가 지도자로서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에게 각인시켰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창창하게 남아있는 자신의 인생을 고려한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정치권에서 물러나는 것이 개인의 삶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권고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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