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1시부터 미국의 상호관세 25% 부과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487원까지 치솟았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한 것이다.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으로 출발한 뒤 오후 12시40분 기준 1,485.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27일 장중 최고가인 1,486.7원을 넘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6일(1,492.0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1,020원을 웃돌았다. 지난 2022년 3월 18일(1,020.79원)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다.
이날 환율 상승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영향을 계속적으로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 불안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통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이날부터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도 보복관세를 예고하자 미국은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응수했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원화 약세 요인의 하나로 거론된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의 상호관세를 둘러싼 협상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아울러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윅비) 편입이 내년 4월로 미뤄지게 된 점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수 편입에 따른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 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의 효과도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통상 환경 불확실성에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9일 인천공항 시중은행 외화 환전 창구는 원/달러가 1,549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