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국 각지에서 대선 유세를 펼치며 친신재생에너지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대선이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여야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재명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신재생에너지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병합하는 ‘에너지믹스’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들은 정권 교체 때마다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이 겪었던 ‘천지개벽’ 잔혹사를 이 대표가 반복할지, 아니면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정치화를 극복할지 그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호남에 에너지고속도로 구축하겠다”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온라인에서 자신의 기후 에너지 정책 발표문을 공개하며, 대권 레이스의 본격 시작을 알렸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을 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적은 이 후보는, 오는 2030년까지 호남권에 촘촘한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RE100 사업을 통해 호남권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한 새만금·신안·여수 지역 주민들과 함께 태양광 및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예외 없는 ‘탈원전’ 정책과는 다른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 중심의 정책을 적극 폐기했던 것과 비교해, 이 후보는 대선 유세 현장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 및 석탄 발전소 간 균형을 이루는 ‘에너지믹스’를 강조해 왔다.
민주당 대선 캠프 측 인사는 이 후보가 전력 소비량이 많은 AI(인공지능) 산업과 탄소 중립 정책을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에너지믹스를 포기할 순 없다고 발언했다. 원전과 발전과 관련해 이 후보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현재의 원전 비중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금씩 줄여가는 게 큰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 후보의 행보는 202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 위기와 현 정부의 전력 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감(減) 원전의 길을 가야 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사회로 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여야 의원들은 지난 2024년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원전 개발 및 지원 예산을 2,138억 원 규모로 합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일 년 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원전 생태계 정상화 관련 예산 1,820억 원을 전액 삭감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 여야가 합의해 국회를 통과한 원전 개발 및 지원 예산 내용을 살펴보면,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1,500억 원), 소형모듈원자료 기술개발사업(329억2,000만 원),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112억800만 원), 원전 탄력 운전 기술개발(35억 원) 등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예결소위 한 관계자는 “계속 진행되는 사업인데, 원전 예산이라는 이유로 완전히 삭감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언제부터인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이념화된 부분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도 같은 해 10월 영광군수 재선거 유세 현장에서 원전 문제를 언급하며, 영광 원전을 폐기하는 데 반대했다. 당시 이 후보는 “영광 원전이 내년까지가 기한이더라도 안전하고, 주민들 동의가 있으면 가동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처럼 이 후보가 주도해 형성된 더불어민주당 내 감원전 기류와 실용 에너지 노선은 그동안 정치권에 예속돼 있던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이 중간 지대에서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 폐기와 원전 생태계 보존 정책 사이에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계속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추진에 윤석열 정부는 ‘태양광 산업 죽이기’로 대립
문재인 정부는 취임후 한 달이 지난 2017년 5월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원전을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같은 해 10월 국무회의를 통해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또한 수명이 다하는 원전 14기는 연장 운영을 금지하며, 당시 24기인 국내 원전을 2038년까지 14기로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심의·의결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과 함께 출범 초기 선언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한편,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7%에서 2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2017년 12월)’, ‘태양광·풍력 부작용 해소 대책(2018년 6월)’, ‘재생에너지 경쟁력 강화 방안(2019년 4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태양광, 풍력 산업은 새만금, 군산, 신안 등에서 주민 참여 모델로 결실을 맺었고,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국가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6년 4.8%에서 2021년 7.5%로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은 폐지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는 같은 해 7월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한 이후 탈원전 생태계 복원과 원전 해외 수출을 위해 지속적인 정책 지원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원전 일감을 3조 원 이상 규모로 늘리고, 원전 기업 지원을 위해 1조 원을 투입하는 등 원전 조성에 수조 원의 정부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와 동시에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 추진을 결정하며,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실행에 옮겼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문재인 정부가 육성했던 신재생에너지 산업 유인책을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정부가 보조금을 신재생 발전 사업자에게 지원하는 한국형 FIT 제도와 RPS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한 점은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 규모가 지속적인 감소세(2020년 4.6GW→2022년 3.4GW)를 보이고 대다수 태양광 기업들이 실적 감소에 빠진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이재명 후보, 정치권 좌우 대립에서 에너지 산업 보호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처럼 두 개의 정권이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둘러싸고 천지개벽을 반복했던 과거를 이재명 정권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바꿀 수 있을지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이 후보는 신재생에너지원과 원전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에너지믹스를 강조하고 있다.
안규백 이재명 후보 캠프 특보단장도 지난 달 4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합한 에너지믹스가 중요한 시대적 화두”라며, 이 후보의 에너지 노선이 좌우 대립보다는 화합으로 이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이념을 초월하는 에너지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를 둘러싸고 발전 비중이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은 여야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우리나라는 누가 정권을 가져가는지에 따라 태양광 산업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발전 사업자들이 그러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정부는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시장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