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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헝다 그룹 디폴트 위기, 순조로운 출구 기대한다

 

중국 2위 부동산개발기업인 헝다 그룹이 지난 9월 23일 달러 채권의 이자 8350만 달러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도 이자를 지급 받지 못하면 채권자는 파산 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헝다 그룹은 9월 이자뿐만 아니라, 10월, 11월, 12월, 1월 등 줄줄이 이자를 갚아야 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중국경제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도입한 지난 30년간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위태위태한 눈으로 중국경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과열된 부동산 투자를 가장 우려했다. 폭주하는 기관차는 언젠가는 멈추고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 중국 부동산 버블이 마침내 터지는가 하고 숨죽이며 지금 중국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도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아시아의 기적이란 이면에는 수 많은 기업들의 도산이 있었다. 굵직한 것들만 봐도 국제그룹, 대우그룹의 도산이 있었다. 기업이란 생명체와 같아 갑작스런 파산은 기업주와 주주들, 종업원, 고객, 거래처 등에게 엄청난 타격을 줌은 물론이고 소중한 경험이 녹아든 사회적 자산의 손실이란 점에서 사회적 피해도 엄청나다.

 

현재까지 보면 헝다 사태에 대한 중앙정부의 태도는 모호하다.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는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는 현재 헝다 그룹이 자금난으로 중단된 주택 공사를 계속 진행하도록 하거나 소액 투자자들의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중앙정부가 헝다 그룹의 해외 채무불이행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과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최근 시진핑 정부는 ‘공동부유’를 부쩍 강조하는데, 헝다 디폴트 사태까지 겹치면 앞으로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 유치를 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항상 자금을 필요로 한다. 자기자본만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아이템을 시도하고 확장하려면 외부 자금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자금은 주식을 발행하는 것, 다음은 채권을 발행해 국내외 투자를 받는 방법이다. 중국정부가 기업들에게 ‘공동부유’를 강제하고 제도화하면 그런 기업과 나라에 투자할 사람은 없다. 거대한 글로벌 자금은 부자들의 돈도 포함돼 있지만 수 많은 개미들의 투자금을 모은 것들이다. 이들도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지, 손해나도 괜찮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주주와 채권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그들의 동의도 안 받고 중국의 가난한 인민들과 나눠 쓰자는 건 자선사업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외부 자금 중 가장 안 좋은 것이 각종 명목의 정부 보조금이다. 정부 보조금이란 마중물 정도여야 가장 좋은데, 그것이 주 자금이 되면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아진다. 주인이 있는 돈을 써야 돈 무서운 줄 알고 열심히 일을 하고 기술도 개발한다. 주인 없는 나랏돈을 받으면 도덕적 해이로 펑펑 쓰게 되고 정치인과 관리와의 부패 사슬이 형성된다. 취약한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정부 보조금을 퍼부으면 나라 전체에 돈이 넘치게 돼 인플레도 야기시킨다. 인플레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어 양극화를 악화시킨다.

 

또 자국 시장에 외국 경쟁기업들을 몰아내는 지나친 애국주의도 경제엔 독약이 된다. 자국 기업들끼리만 경쟁하면 적당히 담합하기 쉽다. 강력한 외국 경쟁기업들이 존재해야 자국 기업들이 그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글로벌시장에 나갈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지금 중국의 경제 정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중국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지 몫이 커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국제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헝다 그룹의 부실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경영자에게는 책임을 묻되 헝다 그룹을 자금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에게 나눠 채권과 함께 인수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 중앙정부가 나서 채권을 천천히 갚게 하거나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법도 있다. 부실 처리 방식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글로벌 금융권은 헝다 그룹 하나만의 부실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그간 쌓여온 거대한 부동산 부실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지 않을까, 공동부유, 지나친 애국주의로 인한 외국기업에 대한 잦은 적대감 표출, 호전주의적 군사 외교 등 한꺼번에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과 미국을 보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대국답게 자국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아량을 가지고 합리적인 처신을 기대한다.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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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국 너마저! 국내산으로 둔갑한 수입농수산물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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