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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2의 라임 사태 막으려면 금융감독 체계 개편 시급하다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견제와 균형’ 어려운 구조
- 감독 권한 가진 금융위가 사모펀드 규제까지 완화
-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분리할 필요 있어
- 금감원을 금융위로부터 독립시켜야
-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필요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최근 천문학적인 금액 피해를 유발한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금융감독 체계 개편의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시장규율을 통한 위험관리 강화, 투자자 보호 취약구조에 대한 보완, 금융당국 감독·검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 있는 감독·검사 역량 제고 방안은 보이지 않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복되는 금융사고는 금융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 훼손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이 일생 모은 자산을 한번에 잃을 수 있기 때문에금융정책·감독에 대한 제도적 차원에서의 성찰이 필요하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분리’

 

라임, 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 금융감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우선 나오는 대책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의 분리다. 애초에 ‘금융산업의 육성과 진흥’이 목적인 금융정책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 및 소비자 보호’가 목적인 금융감독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관계다. 금융감독은 감독정책(감시·감독 제도의 제·개정권)과 감독집행(조사 등 감독수행)으로 구분되는데, 현재 감독의 정책과 집행이 분리돼 운영되고 있고, 감독정책을 금융정책기관(금융위원회)이 함께 수행하고 있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금융위가 감독정책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독집행기구인 금감원에 대해 예산이나 업무 수행상으로 지도·감독하고 있어 금융감독이 금융정책을 견제할 수 없다. 한 기관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주도해 관치금융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취임 당시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라며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실제 금융정책·감독체계 개편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선거 공약으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를 내세웠지만, 이 역시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견제와 균형’ 상실이 가져온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런 엇박자로 견제와 균형을 상실한 가운데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일차 책임은 금융감독당국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상위 정책기관으로서 추진한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9월 ‘사모펀드 제도 전반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금융위는 펀드의 진입 규제 및 설립규제 완화·투자자 요건 완화·여유자금 운용규제 완화를 통해 사모펀드가 ‘다양한 투자전략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법안 제출 이유를 밝혔다. 그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정찬우 당시 금융위부위원장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는 아직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사모펀드가 움직임이 자유롭기는 하지만 불법을 자행하지는 못한다”라며 “이 부분은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5년에는 사모펀드 활성화 후속 정책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사모펀드 보고 규제를 완화하였고, 일반 투자자의 참여요건과 관련해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을 1억 원(레버리지 200% 초과 시 3억 원)으로 정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금융위가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당시 ‘적격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모펀드에 간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함’을 밝힌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참여가 쉬워져 환매중단으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위가 금융정책으로 투자자 요건 등 운용규제를 완화하면서도, 감독정책인 보고사항·주기까지 완화하는 등의 견제와 균형을 상실해 결국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피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실제 2015년 사모펀드 규제가 대폭 완화되기 이전에는 사모펀드 환매 연기가 없었으나, 규제 완화 이후부터 환매연기가 361건이 발생했고,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새로운 부실 사모펀드 발생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라임·옵티머스 사태 후 금융위는 2014년 때와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발표한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속적인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으나, 불완전판매, 유동성 관리 실패 및 운용상 위법·부당행위 등 부작용이 노출됐다”라고 밝혔다.

 

 

 

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해야

 

지금은 금융감독과 관련해 규정 제·개정 등 ‘정책’은 금융위가, 조사·보고 등 ‘집행’은 금융감독원이 수행해 금융감독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이로 인해 두 기관 모두 금융사고의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사모펀드에 대한 감시·감독제도 제·개정 권한은 금융위 소관으로, 감시·감독 완화정책이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라는 의견과 금감원이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원인이 있다는 책임 공방이 펼쳐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독정책과 감독 집행을 ‘금융감독정책’으로 일원화하고,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금융산업정책’을 금융감독정책과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각 영역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 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효율성 측면에서도 금융감독의 정책과 집행을 일원화한 ‘금융감독정책’을 하나의 기관에서 수행하도록해 금융 부분의 변화를 근거리에서 신속히 모니터링하고 이를 정책에 신속히 반영해, 감독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분리하는 입법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보통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국가기관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금융위만 정부 조직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감독에 대해 감독 집행기관인 금융감독원을 지도·감독을 하고, 금융감독원은 그에 따르는 관계에 있으며, 정부조직으로서 국무총리 소속의 합의제 독립 중앙행정기관에 해당한다.

 

반면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서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공적 민간조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금융산업정책에 관련된 업무는 금융위원회가 수행하되, 금융감독(정책, 집행)은 금융감독기관이 독립적으로 수행하게 함으로써 금융사고의 책임이정책과 집행 중 어디에 있는지 가리는 어려움 및 중층 감독으로 인한 피감독기관의 업무 가중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라며 “금융위원회의 소관 업무 중에서 금융감독에 관련된 부분은 모두 금융감독기관의 업무로 이관함과 아울러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규정을 삭제하고, 금융감독기관의 인적 독립성을 보장해 금융산업정책이 금융감독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독기관의 법적 형태를 불문하고 금융산업정책 기관으로부터 금융감독기관을 예산·인사상 독립시키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라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금융감독기관의 책임 강화를 위해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견제 장치 마련과 금융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은행은 매년 2회 이상 통화신용정책의 수행상황과 거시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한국은행총재는 국회가 요구할 경우 국회에 출석해 답변할 의무가 있다”라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통해 금융감독기관에 설명책임을 부담하게 하고, 평가보고서를 외부 전문가나 감시단체에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했다.

 

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매년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담당 업무 관련 증언 등을 행하며, 의회 산하 감사원의 감사를 받으며 의회의 통제를 받는다. 다만 현재 공적 민간기구인 금감원을 정부조직으로의 편제를 놓고서는 찬반이 팽팽하다. 지금처럼 민간조직으로 편제해야 한다는 측은 영국의 금감원 격인 건전성감독기구(PRA)와 영업행위감독기구(FCA)도 정부로부터 독립된 감독기구로서 모두 공적인 민간기구에 해당하고,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조직은 한국은행과 같이 입법기관인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서도 설치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또 무자본 특수법인과 같은 영조물법인은 국가간접행정기관으로 볼 수 있고, 민간조직으로 운영할 경우 금융감독의 전문성 확보에 용이하다는점, 보다 시장 친화적인 금융감독을 수행할 수 있으며, 관치금융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정부조직으로 두어야 한다는 측은 중앙행정기관인 행정 부처만이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외의 기관이나 단체가 행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는 헌법 제66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조사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신분이 민간인일 경우에는 조사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금융감독기관을 민간기구로 운영할 경우에는 업무 수행상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기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 민간기구라는 법적 형태는 감독업무 수행에 있어서 감독기구로서의 위상을 저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외에도 민간기구도 관료주의화 될 수 있다는 점과 감독 관료조직도 외부경력자를 채용함으로써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다양한 유형의 개편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라며 “금융감독의 효율성·전문성 확보, 감독기관의 책임성 강화, 금융시장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필요성 등이 주요 고려요소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비정부 민간조직으로 편제하는 방안 ▲금융 범죄 조사와 같은 일부 기능을 정부조직화(금융조사청) 하고, 건전성 감독이나 영업행위 규제 등의 업무는 민간 조직이 수행하는 방안 ▲금융감독기관을 정부조직(금융감독청)으로 일체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금감원과 같이 무자본 특수법인에 해당하는 한국은행의 사례를 참고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의 정책 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신용정책 및 한국은행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고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규정을 제정하는데, 금융감독기관의 경우에도 한국은행과 같이 합의제 정책결정기구를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합의제 기구로 설치·운영하는 취지는 중앙은행의 기능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다는 점에서 정책 결정의 민주화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고 한다”라며 “금감원의 경우에도 위원회를 두어 금융감독 정책 및 집행 관련 사항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고 감독규정 제정 및 금융감독관계 법령 개정 제안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라고 했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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