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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


21세기 디지털 향교를 꿈꾼다

아카데미라운지 양성준 대표


그야말로 독서실 수난시대다. 동네마다 한두 개쯤은 있었던 독서실이 생각지도 못했던 커피숍에게 넉다운을 당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폐업하는 독서실이 속출하고 있다. 카페에는 두세 명이 짝지어 차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 이외에 책이나 노트북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흔하다. 대학교 시험기간에 근처 커피숍들은 그야말로 도서관 풍경이다. 모두가 레드오션이라는 독서실사업에 블루오션이라며 뛰어든 사람이 있다. 21세기 디지털 향교를 만들겠다는 아카데미라운지 양성준 대표를 만나봤다.


무심코 거리를 지나다 보면 블록마다 한 개, 혹은 두 개 때로는 그 이상 많이 보이는 것이 커피숍이다. 각종 프랜차이즈 전문점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이 운영하는 곳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내부의 모습이나 분위기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두 세 명이 짝지어 차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 이외에 책이나 노트북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흔하다. 대학교 시험기간에 근처 커피숍들은 그야말로 도서관 풍경이다.


반면 동네마다 한 두 개 씩 있었던 독서실은 사라져 가고 있다. 없어진 독서실 간판만이 건물에서 미처 해체되지도 못하고 흉물스럽게 걸려있다. 각 지자체에서 구비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이 늘고는 있지만 수요를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언제 어디서나 태블릿PC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작아지고 편리해진 IT기기들은 책과 필기구를 대신하고 있다.


교육환경과 방법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독서실들은 기존에 공부의 장소로 생각하지도 못했던 커피숍에게도 경쟁력을 잃은 모습이다. 맞붙을 리가 없었던 복싱선수와 레슬링선수가 난데없이 같은 링에 서게됐다. 갑작스러워서였을까. 동네마다 커피숍과 대결이 붙은 독서실들은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줄줄이 K.O 패를 당했다. 취재차 들렀던 일산에서 커피숍을 찾아 들어간 적이 있다. ‘뭔 놈의 커피숍이 2층에 있나’하며 툴툴거리며 올라간 그곳에서는 커피를 팔지 않았다. 환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조명을 띄고 있던 그곳이 ‘독서실’이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독서실’이라는 말에 본부를 찾아 양성준 대표를 만나봤다.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아카데미라운지(대표 : 양성준)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신생 업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전국에 17개 지점을 개설한 놀라운 확장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독서실 사업은 사양사업에 레드오션으로 분류한다. 독서실은 이미 포화상태고 학생 수는 줄고 있다. 폐업하는 독서실은 늘고, 학생들은 독서실이나 도서관보다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양성준 대표는 “나는 오히려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면서 “전국에 운영 중인 독서실이 4천여 개인데 그 가운데 80~90%가 시설이 노후 돼 이용자들이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어둡고 칙칙한 독서실에서 공부하느니 조금 소란스럽더라도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부가 잘돼서가 아니라 낡은 독서실에서 공부하기 보다 조금 소란스럽더라도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용자 감소에 대해서는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입시·취업·공무원·전문자격증 등 거의 100만을 넘어서는 수험생이 집중해서 공부할 만한 곳이 실제로는 없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수학능력시험 응시자는 64만619명, 국가직 9급공무원시험 응시인원 19만3천840명, 지방직 9급공무원시험 응시인원 27만3천542명 2014년 1차 경찰순경시험 응시인원 5만5천609명, 2차 응시인원 6만1천297명으로 집계됐다.



독서실은 결국 독서실다워야


지난달 7월1일 아카데미라운지 가맹점 1호가 일산 서구 일산동에 문을 열었다. 이시연(46세) 씨는 노후대비를 위해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로부터 독서실도 프리미엄 시대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전했다. 이 씨는 '한번 가보기나 하자'는 마음에 처음에는 다른 사 프리미엄 독서실을 방문했고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독서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압도당했다”면서 “제가 앉아서 공부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독서실 투어에서 아카데미라운지도 둘러보게 됐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본부를 운영하는 대표의 마인드였다고 했다.


이 씨는 “둘러본 다른 곳들은 독서실이기는 하지만 공간사업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느꼈지만, 아카데미라운지는 먼저 독서실이라는 기본에 충실해 공부하는 학생들을 생각한다고 느꼈다”면서 “인테리어 위주로 사업체만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독서실에 대한 비전이 확실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아카데미라운지를 방문한지 2주 만에 이씨는 계약을 했다. 양성준 대표는 “현재 독서실 프랜차이즈업을 하고 있는 곳이 늘어나면서 4~5곳 정도 되는데 공정위에 가맹본부가 등록돼 있는 곳은 2곳밖에 없다”며 “나머지는 독서실 인테리어를 해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카데미라운지는 프랜차이즈 독서실이다. 가맹본부에서 처음 인테리어를 해주고 나면 매월 가맹비를 받으면서 가맹사업주에게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양성준 대표는 “이 부분이 다른 독서실에 비해 갖는 가장 큰 경쟁력이자 차이점”이라며 “독서실 회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현재 아카데미라운지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독서실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720개의 무료 인터넷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어학능력시험 강좌, 컴퓨터활용능력, 정보처리기사와 같은 전문자격증 강좌, IT강좌 등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강좌를 제공하고 있었다. 100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무리가 되지 않는 기업전용 인터넷 회선과 전지점에 비치돼 있는 대여용 태블릿PC가 이를 돕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카데미라운지의 놀라운 또 다른 모습은 각 지점마다 찾을 수 있었다. 양성준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교대점을 찾았는데 이곳은 일산 서구점과 다른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양성준 대표는 “이곳은 스터디카페 콘셉트로 커피숍과 독서실을 접목시켜 놓은 것”이라며 “각 지점마다 주변 상권, 유동인구 등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분석을 통해 어울리는 콘셉트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대점과 같은 스터디카페는 대학가, 학원가, 역세권 등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지점마다 공무원, 전문자격증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많은 곳이 있고, 중·고등학생이 많은 곳이 있다”며 “이처럼 각 지역마다 회원구성 부터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이 디자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회원구성에 따라 휴게실에 비치되는 책도 그 분야가 다르다는 것이 놀라웠다.


양 대표의 이 같은 생각은 가맹시스템도 독특하게 구축하게 했다. ‘상권 가계약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본부가 먼저 지역별로 독서실 운영에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고 시설을 가계약한다. 그리고 해당지역에 독서실 창업희망자가 나오면 본 계약을 통해 독서실을 오픈하는 방식이다. 가계약이라는 것이 본계약까지의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마땅한 희망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본부는 가계약 금액을 날릴 수도 있지만 양 대표는 이 같은 시스템을 고집한다. 양 대표는 “본부가 먼저 장소를 물색할 때부터 조사를 통해 디자인 콘셉트를 잡아가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그 지역에 맞는 독서실을 오픈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정돼있는 최대 매출, 관건은 비용절감


독서실은 좌석이 정해져 있어 결국 최대 매출은 정해져 있다. 양 대표는 그럼 결국 운영비용을 줄이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집중한 것은 냉난방비였다. 고민하던 그는 패시브하우스에 들어가는 장비를 찾아냈다. 패시브하우스는 집안의 열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집을 말한다.


패시브하우스에서 사용하는 열회수공기청정기를 독서실의 기본 공조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열회수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나 황사와 같은 외부의 나쁜 공기를 차단하고, 반대로 내부의 냉난방에너지는 손실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호흡 등으로 나빠진 공기만을 외부로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냉난방비를 기존 대비 40% 까지 줄였다. 독서실에서는 쾌적한 환경을 위해 기본적으로 한 두 시간마다 환기를 하는데 이때의 열손실을 최소화했다.


독서실 총무에서 시작된 꿈


아카데미라운지는 시작한지 1년 만에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전국적으로 지점을 넓혀가고 있다. 양성준 대표는 “나름 독서실에서 공부 좀 해본 사람들이 만들어서 그렇다”며 웃었다. 자신 역시 고시생 시절 경제적인 문제로 독서실 총무를 병행하며 수험생활을 했다는 양 대표는, 이후 10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일산에서 직접 독서실을 운영했다.


독서실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다. 그는 독서실을 그냥 단순히 공부하는 공간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실원의 구성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를 달리 했다. 중·고등학생이 많은 시기에는 외부에서 유명 강사를 초빙해 입시컨설팅을 해주고, 수능이 끝나고 공무원시험이나 자격증을 준비하는 일반인이 많은 시기에는 수험 자료를 월구독해 비치해주기도 했다.


또 유명한 동영상 강의는 할인쿠폰을 받아서 제공했다. 모두 양 대표가 직접 발로 뛰어서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독서실 프랜차이즈를 하는 이유에 대해 양 대표는 “다양한 노하우들을 사업화해 많은 수험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카데미라운지가 생긴 지는 이제 막 1년이 지났지만 양 대표의 사업구상과 준비는 10년이 넘은 셈이다. 양 대표는 아카데미라운지를 시작할 때 대도시 주택가, 학원가, 번화가에 세우지 않았다. 외곽에 실제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 지역을 찾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아카데미라운지는 일산 백마, 남양주 별내, 파주운정으로 시작해 지금은 경남 양산, 포항 등 전국적으로 지점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아카데미라운지, 21세기 디지털 향교를 꿈꾼다


독서실 아카데미라운지는 아직도 진화중이다.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문화예술, 디지털갤러리 등과의 접목이 그것이다. 현재는 휴식공간과 데스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휴식공간에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더불어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벽에 걸려있는 대형 디지털 화면에서는 예술작품이 시간대별로 바뀌며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한쪽에는 행복한도서관재단과 공동으로 독서실 내에 작지만 알찬 도서관을 꾸렸다. 책들은 회원구성에 맞게 큐레이팅된 책으로 구성돼 있다. 독서실이용자들이 집에 있는 책을 기증하면 독서실 이용료를 할인해 주고 기증된 책을 수거해 다시 행복한도서관재단에 기부를 한다. 양성준 대표는 아카데미라운지의 꿈을 이렇게 전했다.


“지금 아카데미라운지 독서실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규모가 크게 확장된다면 그게 바로 스터디플렉스가 아닐까 생각해요. 학습과 관련된 모든 공간, 복합체죠. 라이브러리 카페, 사이버 학습관, 스터디 공간, 세미나 모임 공간 등 말이죠. 이런 건물들을 최소 군 소재지에는 하나씩 짓고 싶어요. 조선시대에 교육과 문화 모든 것을 담당했던 향교, 그야말로 21세기 디지털 향교를 만들고 싶어요.”


MeCONOMY Magazine Augus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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