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의 발달과 데이터의 범람으로 우리는 시시각각으로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그 많은 정보 중 자신의 정보가 선택받기를 바라며 좀더 직관적이고 시각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자 한다. 이런 필요에 따라 등장한 분야가 ‘정보를 그림에 담아’ 제공하는 인포그래픽이다. 인포그래픽은 고객에게 지식이나 자료와 같은 다양한 정보를 시각화하여 제공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독립적인 영역으로 각광받다
인포그래픽이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시기는 2011년이다. 특히 공공기관에서는 정책을 알리거나 국민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인포그래픽으로 자료를 재생산해 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통령도 업무보고를 받을 때 인포그래픽으로 정리된 내용을 받아보고 있다고 한다. 많게는 수 십장에 달하는 자료들을 직관적이고 시각적으로 정리된 인포그래픽으로 보고를 받으니 이해가 빠르고 쉬운 편이다. 더 깊이 알고 싶은 자료들은 글자로 된 문서를 자세히 훑어보면 된다.
몇 년 전부터 인포그래픽이 하나의 독립적인 영역으로 인정받으면서 많은 디자인 회사들이 인포그래픽에 뛰어들고 있다. 일반 디자인회사가 하나의 사업아이템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포그래픽 자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도 생겨났다. 이렇게 무수히 많이 생겨났던 회사들은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사라져버렸다. 디자인으로 작업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서 뛰어들었으나 결코 만만치 않은 영역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인포그래픽웍스의 송정수 대표는 “현재 눈에 띄게 활동하는 인포그래픽 전문 업체는 다섯 곳 정도”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 작업시 어려운 점은 기존과는 다른 쪽으로 고객의 클레임을 받는 경우가 많아 그 간극을 좁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디자인으로 클레임을 거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정보를 이렇게 표현했는지’, 또는 ‘왜 이 정보는 빠뜨렸는지’를 불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는 일반 디자이너와는 다르게 정보를 보고 그 정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를 기획하고 가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디자이너에게 좀 더 기획적인 기능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인포그래픽 디자이너에게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된다. 기존의 디자이너들이 오퍼레이터의 역할만 하느라 주도적인 입장이 되기 힘든 상황이었다면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들은 기획단계에서 떠오르는 영감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이를 표현해 내므로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누구에게나 유용한 인포그래픽
인포그래픽 디자인의 밝은 미래를 예측해서인지 각 대학들은 기존 디자인학과 내에서 인포그래픽과목을 개설한 경우가 많다. 송정수 대표는 현재 숙명여대에서 학생들에게 인포그래픽을 가르치고 있다. 송 대표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한국도로공사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제공받아서 설 명절이나 추석에 귀향길의 도로상황을 어떻게 표현해 낼 것인지를 기획하는 등 인포그래픽을 제작하는 수업을 받게 된다.
송 대표는 인포그래픽이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체에서 보고서를 제출할 때나 PT를 위한 제안서를 작성할 때도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업체들에서도 송 대표에게 인포그래픽 수업을 많이 문의해 오고 있는데, 그 분야도 전문컨설팅, 광고기획사, 벤처기업 등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부분은 픽토그램이나 그래프를 무료로 만들어주는 사이트를 활용하여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하다. 인포그래픽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은 정보를 어떻게 가공할 것이냐를 발상하고 적합한 도표를찾아내어 가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2D를 넘어 3D영역으로
최근에는 인포그래픽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송정수 대표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의 홍보자료뿐만 아니라, 출판서적이나 교과서업체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웹 분야에서도 기존의 회사소개, 사업영역 소개로 이어지는 메뉴형태가 아니고,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홈페이지도 등장하고 있다. 각 공중파에서는 현재 집계 수, 지역별 득표수 등 선거진행과정을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언론사들을 위주로 기사를 전달할 때 단순히 텍스트나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인포그래픽도 등장하고 있다. 인포그래픽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말로피에 국제 인포그래픽 어워드에서 지면과 온라인부문 대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가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Kepler’s Tally of Planets’라는 제목으로 지금까지 NASA가 찾은 슈퍼지구를 보여주는 페이지가 뜬다. 이 페이지에서는 각 슈퍼지구가 태양에서 각각의 공전주기로 도는 모습을 플래쉬 영상으로 보여주며, 각 슈퍼지구를 클릭하면 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메모창이 뜬다. 이처럼 인포그래픽은 단순한 정보제공의 차원을 넘어, 멀티미디어와의 융합을 통한 재미와 상호소통(Interactive)의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송정수 대표는 인포그래픽의 영역이 확대될 것을 예상해, 앞으로 콘텐츠의 고급화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2D디자인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3D디자인 및 오프라인으로도 인포그래픽을 제작해 고객이 독자층과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