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금에도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트레이더(거래자)들이 실물 금 비축에 나서자, 트럼프 행정부가 "금괴는 관세 대상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달러 약세, 미국 관세 불확실성,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증가 등을 이유로 금 현물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금 정제 허브인 스위스산 수입품에 39%의 상호관세율이 부과되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가까운 시일 내 금괴 관세 부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해소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알려진 직후인 10일 금 선물 가격은 전영업일 대비 0.93% 하락한 3458.7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시세닷컴에 따르면, 11일 오전 10시 기준 순금 한 돈(3.75g)은 팔 때 562,000원으로 직전 거래일 가격에서 2,000원 올랐고, 살 때 653,000원으로 직전 거래일 가격에서 1,000원 내렸다. 앞서 8일 뉴욕선물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이 장중 한때 온스당 3534.1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관세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고용 지표 악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최근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554만 7,600 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골드만삭스도 금값이 연말에는 3700달러, 내년 중반 4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에바 만트헤이 ING그룹 전략가는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로 인해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강해지면서 금의 강세 모멘텀은 더 커져 금값을 새로운 고점으로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金 현물 펀드’ 평균 2%대 수익률
이에 금 펀드나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 수익률도 높다.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 ‘반에크 골드 마이너’(티커 GDX)는 일주일 새 9.4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미국·캐나다·호주 등 전 세계 50여개 금 채굴기업에 투자하며, 운용자산(AUM)은 141억 달러(약 19조 원)에 이른다. 종목별로는 남아프리카 금광 회사 앵글로골드 아샨티 주가가 13.7% 급등했다. 같은 기간 뉴몬트 마이닝 코퍼레이션(9.44%), 애그니코 이글 마인스(6.78%) 등 금 채굴 업체들이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금에 대한 수급이 몰리면서 국내 금 현물 ETF도 인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내 금 펀드 평균 수익률은 2.09%다. 같은 기간 키움증권 ‘IBK골드마이닝펀드’ 수익률은 5.14%로 전체 금 펀드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금 현물 대표 상품인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금현물’과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KRX금현물’도 각각 2.03%, 2.0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ETF의 경우,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2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의 종목을 모두 사지 않고 ETF 1개만 사도 한국 주식시장 성과를 공유할 수 있어, ETF가 많은 투자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소액으로 분산투자 가능 ▲비용 저렴 ▲운용 투명성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어 환금성과 유동성 높다 ▲채권 원자재 통화 금리 상품 다수 등의 장점이 있다.
특히 금현물 ETF의 경우 ‘ACE KRX금현물’만 존재했을 당시 총보수는 0.50%였지만 6월 17일 유사 상품인 ‘KODEX 금액티브’와 ‘SOL 국제금’이 총보수를 0.30%로 낮추며 상장됐다. 같은 달 24일 ‘TIGER KRX금현물’ ETF는 총보수는 연 0.15%, 국내 상장된 금 투자 ETF 중 최저 수준이다. 그러자 7월 17일 ‘ACE KRX금현물’이 총보수를 기존 0.50%에서 0.19%로 낮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기준 에이스(ACE·한투자산운용)의 한 달간 수익률은 3.26%였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타이거(TIGER·미래에셋운용)는 2.90%로 0.36%p 차이를 보였다. 7월 누적 수익률도 ACE(1.29%)가 TIGER(1.12%)보다 조금 높았지만, 격차는 0.17%p로 줄었다.
금 현물 ETF가 인기를 끌면서 자산운용사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마진을 낮춰야 하지만, 투자자들은 기존보다 보수가 낮아져 수익률이 개선되니 매력적인 상품이다.
ETF 시장 관계자는 “단순히 보수만 낮춘다고 더 나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금 현물 ETF의 특성상 실물을 직접 사고 보관하는 복잡한 구조여서 운용 효율성과 간접비용 관리 능력이 성과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금 현물 ETF가 대세? 전문가들 ‘묻지마 투자’는 금물
하지만 ETF 상품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장점만 보고 무작정 따라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타기' 추매를 했다가 ‘물리기’(손실 중인데 팔지 못하는 상황을 이르는 표현) 십상이다. 본인의 투자 철학과 전략을 먼저 수립하고,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는 도구로 ETF를 활용해야 한다.
테마형, 레버리지형(2배 수익/손실), 인버스형(하락 시 수익 가능)은 ETF 중에서도 고위험 상품임을 기억해야 한다. 구조가 복잡한 ETF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운용 규모(시가총액)가 작거나, 거래량이 지나치게 적으면 매수-매도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스프레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ETF에 '묻지마식 투자'하기보다 상품의 구조와 추종 지수, 거래량, 운용 규모, 보수 수준 등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산운용시장 한 관계자는 “수익률, 운용 방식, 상품 구조, 운용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ETF 선택에서 후회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진경 미래에셋 자산운용 매니저는 "실제 금을 펀드에 편입하고 국가 공인 금고에 보관하는 현물형 ETF는 이중보수 등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다. 반면 국제 금 시세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 상장된 금 ETF의 경우 실제로 금을 펀드에 담을 수 없고 국외 상장 금 ETF를 편입하는 '재간접형 구조'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 추가로 보수를 수취해야 해 이중 보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연 한국투자신탁운용 대리는 "국내 금 현물 ETF로 가장 먼저 나온 에이스(ACE)는 포트폴리오상 해외 주식, 해외 채권 등을 활용한 분산형 장기 상품으로 추천할 만하다"며, "지난달에도 3%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유동성이 잔재하고 환율 변동 상품이기 때문에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수익률 변동성을 체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 상법 개정안, 미·중 무역 협상 등을 거론하며 향후 국내외 이벤트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금은 위험자산보다 주목받을 수 있는 대안”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강해지고 있어 앞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