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한국 해상 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가 지난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전시회 규모가 두 배 이상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최자로 나선 한국풍력산업협회는 이번 전시회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및 탈탄소 정책에 힘입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해상 풍력 산업의 현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해상 풍력 산업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전 정부는 ‘해상 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오는 2026년 하반기까지 7~8GW에 대해 경쟁입찰을 실시해 2030년까지 18.3GW를 보급을 마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까지 국내에서 상업 운영 중인 해상 풍력 발전 규모는 320.5M 규모에 불과하다. 한편 조기대선 후 새 정부는 부족한 국내 해상 풍력 공급 물량을 공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공공이 주도해 보급을 주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 첫날 개회식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해 국내 해상 풍력의 가능성에 대한 정부·여당의 관심을 반영했다. 우 의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전시회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것인데, 참여 기업 수가 두 배 늘었다고 들었다”면서 “해상 풍력에 대한 큰 관심과 기대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또 “해상 풍력은 좁은 현장에서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또 발전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앞다투어 국가 중심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여기서 절대로 떨어져서는 안되는 아주 훌륭한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 2월 27일 해상 풍력 특별법을 통과시켰다”면서 “정부가 해상 풍력 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되었고 철강, 건설, 조선, 전기 등 관련 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해상 풍력 산업의 기술혁신·산업네트워킹·투자유치 목표한 전시회
이번 전시회는 한국 해상 풍력 산업을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표로 산업 네트워킹, 투자 유치, 기술 혁신, 정책 개선 등을 주제로 열렸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CIP와 RWE를 포함해 전 세계 해상 풍력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에퀴노르와 오스테드도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영국 대사관과 네덜란드 대사관은 자국 산업통상부, 상무국 등과 협력해 기업 참관단을 꾸려 부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365.4MW) 발전단지인 낙월해상풍력사업을 추진 중인 바다엔지니어링, 삼해이엔씨, 풍력 분야에서 꾸준한 성과를 창출해 온 두산 에너빌리티, SKI E&S, SK오션 플랜트, GS엔택, 유니슨 등이 참여했다. 풍력 터빈부터 블레이드, 하부 구조물, 풍력 발전 건조 전용 선박, 유지 및 보수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기업들이 대거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기업들은 120여 개 부스에 자리했는데, ‘해상 풍력 공급망 컨퍼런스’라는 전시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풍력 터빈 개발사부터 지질 기반 컨설팅 기업, 풍력 발전 전문 선박 제조 회사, 풍력 발전기 유지 보수 등 해상 풍력 분야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기업들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알리는 자리였다. 에너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관람한다 해도 국내 해상 풍력 분야의 공급망과 전주기 과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낙월해상풍력발전사업 부스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을 적용해 공사를 추진 중인 사업을 소개했다. 관계자는 "본 사업이 완료되면 5.7MW급 풍력발전기 64기가 영광 앞바다에 설치되어 총 365.4MW의 발전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아시아에 최적화되 10㎿ 풍력 터빈을 소개했다. 10㎿급 터빈은 이달 중 국제 인증을 취득할 예정이며, 풍속이 비교적 느린 환경에서도 효율을 극대화했다.
유니슨은 국책 과제로 개발한 10㎿ 터빈 KS인증을 받고 있다. 올해 2월 설계 인증을 받았으며, 올해 하반기까지 전남 풍력 테스트베스에 시제품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SK오션플랜트는 수심이 깊은 해양 환경에 적합한 하부구조물 자켓 기술을, GS엔텍은 수심이 얕은 해양 환경에 적합한 모노파일 기술을 각각 선보였다. 두 회사는 자사가 기술 개발한 제품을 아시아 시장에서 상업화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해상 풍력 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기업 간 교류와 협력을 이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풍력 발전 전문 선박 제조 기업인 HBL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적절히 일치했다”며 행사 규모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오늘도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을 앞두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가 해상 풍력 기업 간 네트워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대사관 부스를 통해 전시회에 참여한 웨이브스 그룹 한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 해상 풍력 산업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면서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영국 기업들은 영국 대사관이 오랫동안 시행한 검증 과정을 거친 최고의 에너지 기업들”이라고 자신들을 치켜세웠다.
다만 이번 전시회가 더욱 큰 규모로 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풍력 발전 유지·보수 전문 기업의 한 관계자는 “조선 분야 전시회인 ‘코마린’에도 참석했는데 (두 전시회를 비교하면) 공급망 전시회의 경우 규모가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만 대기업이 아닌 우리와 같은 기업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협력사 등과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등 더욱 탄탄한 협업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컨퍼런스 통해 한국 해상 풍력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
이번 전시회는 부스 전시 외에도 다양한 컨퍼런스를 통해 국내 해상 풍력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컨퍼런스는 전시회에 참여한 해상 풍력 기업들의 대해 소개하고 기업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 해상 풍력 사업 공급망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다.
첫째날 열린 ‘해상 풍력 산업육성을 위한 종합체계 구축 방안’ 세션에서 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는 “현재 정부의 풍력 시장 입찰 물량은 2026년 상반기까지만 나와 있다”며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연동해 최소한 2030년까지의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해상 풍력 로드맵으로는 장기적인 시장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김은성 (사)넥스트 부대표도 이러한 의견에 동의했다. 김 부대표는 “공급망 기업들이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정부가 10년 이상 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해상 풍력 공급망 기지로써 한국 풍력 산업의 가능성’ 세션에서는 장석우 REW 코리아 한국 구매 총괄 이사는 한국 해상 풍력 기업들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과 국내 시장이 지니고 있는 강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 이사는 “여기에 모인 분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한국은 해상 풍력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뛰어난 중공업 제조와 기술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EPC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기술력 있는 회사들이 선진 글로벌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동시에 중소 벤처들과 쉽게 협력할 수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중국과의 경쟁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장 이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시장과 경쟁을 불가피하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대책이 없는 한 세계 시작에서 살아남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둘째날 열린 ‘아시아 해상 풍력 산업 육성을 위한 연대 의식과 발전방안’ 세션에서 아키요시 마라루 일본풍력발전협회 회장은 “일본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일부 재킷 하부 구조물을 한국에서 구매한 바 있다. 앞으로도 모노파일, 부유식 해상풍력 공급망 등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대만은 이미 하부구조물 생산 역량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본과 협력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천중현 대만 경제부 에너지국 국장은 “선박과 항만 분야에서 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기대된다”며 “유럽에서 선박 활용 비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대만은 이미 일본의 선박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개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O&M과 인력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 대만은 최근 인재육성센터를 만들었다”며 “한국과 일본의 인력이 대만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은 “삼국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물류 적재 등 비용하락 문제를 공유해야 한다”며 “공동의 노력을 토대로 기술을 개발한다든지 인증이나 표준을 함께 구축한다면 현재 유럽에 의존하고 있는 공급망 협상에서 가격적인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