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2℃
  • 맑음강릉 4.9℃
  • 맑음서울 -2.0℃
  • 구름많음대전 1.4℃
  • 흐림대구 3.6℃
  • 흐림울산 7.0℃
  • 구름많음광주 1.4℃
  • 흐림부산 8.9℃
  • 흐림고창 -0.5℃
  • 흐림제주 5.3℃
  • 맑음강화 -3.8℃
  • 맑음보은 0.2℃
  • 흐림금산 1.7℃
  • 흐림강진군 2.0℃
  • 구름많음경주시 4.9℃
  • 흐림거제 8.9℃
기상청 제공

2026년 01월 19일 월요일

메뉴

오피니언


2024년 연말에는 우리 모두에게 ‘뿌듯함’이라는 작은 상장을 주자

<유현숙의 위로와 화해>

 ‘견리망의(見利忘義)’는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이 말은 장자 '산목편'에 나오는데 “눈 앞의 이익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이익만을 쫓다가 의리와 정의를 잊어버린 사람 중 누구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슬프게도 사익을 추구한 정치인·행정가·법조인, 교권을 침해한 학생과 학부모, 자식이나 제자를 학대하고 방임한 어른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나 자신 또한 어느 순간 ‘인간다움’, ‘사회구성원다움’, ‘직업인다움’, ‘부모다움’, ‘자식다움’을 잠시라도 잊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려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언제나 꼿꼿하게 자신의 본분을 지킨다는 게 누구에겐들 쉬운 일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이익을 쫓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며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대다수 시민, 우리 자신이 있었기에 세상의 질서가 큰 탈 없이 유지되고 있다.

 

 

2023년 개봉해 천만 명 이상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다시 불러모은 영화 <서울의 봄>도 ‘견리망의’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며 분노한 이유는 쿠데타의 수괴, 그의 광기 어린 권력욕의 민낯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깊숙이 살펴보면 결국 자기 자리에서 자신이 할 일을 내팽개친 많은 등장인물 또한 우리를 화나게 했다. 대통령은 대통령답지 않았고, 장관은 장관답지 않았고, 군인들은 군인답지 않았다.

 

그렇게 어떤 이익 때문에, 혹은 어떤 두려움 때문에 자기 자리를 떠나 할 일을 외면한 순간들이 모여서 우리는 봄을 맞이하지 못한 채 너무 긴 겨울을 보냈다.

 

최근 본 <티쳐(a Teacher, 2020)>라는 미국 드라마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교사로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순간적인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미성년자인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평범한 사람이나, 가끔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다거나 교내 행사가 열리는 동안 창고에서 ‘딱 한 번인데 어때’라며 술을 마시는 등 소소한 일탈을 한다.

 

분명 감독이 그렇게 인물을 설정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 평범한 사람도 작은 유혹과 충동에 흔들리는 순간 얼마든지 큰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피해자인 제자는 훗날 가해자를 만나 “내 책임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데 얼마나 오래 걸린지 알아요? 난 그냥 아이였어요”라며 따진다. 작은 일탈로 시작된 직무유기와 범죄가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망가뜨렸다는 걸 드라마는 보여준다.

 

 2023년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여한 시민대표 18명이 누군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지난 8월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당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구조활동을 한 ‘의인’ 윤도일 씨, 보호 종료 아동에서 자립준비 청년 멘토가 된 박강빈 씨, 아르헨티나 출신 열차 기관사 알비올 안드레스 씨 등 지난해 우리 마음을 할퀴었던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제 몫을 다해 자리를 지키고 선행을 베푼 이들이 있었기에 상처는 감싸지고 다시 희망을 갖는다.

 

도망치고 싶고, 나태해지고 싶을 때 본분에 눈 감고 싶을 때 정신을 다잡고 할 일을 한 사람들. 그 분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 그랬다고 자신한다. 그러므로 평범한 우리 대다수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2024년 올해 말에도 그렇게 우리 자신에게 ‘뿌듯함’이라는 작은 상장 하나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글 유현숙 임상심리전문가(인지행동치료 전문가)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인천판 도가니 ‘색동원사건’...입소자 19명 성폭행
인천의 한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자들이 시설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적 학대를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시설에 입소해 있던 여성 장애인 전원이 시설장 A씨로부터 성폭행 등 성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색동원은 장애인 보호의 공간이 아니라 ‘성폭력의 도가니’였다. 여성 거주인 전원이 성폭력 피해자였으며, 시설장은 흉기까지 동원해 이들을 협박하는 인면수심의 행태를 보였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는 인천 강화군 소재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의 시설장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지난해 9월까지 시설에 있던 여성 장애인 17명 전원과 퇴소자 2명 등 19명이 성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신고를 접수한 뒤 같은 해 9월 해당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강제수사가 시작되며 여성 입소자들에 대한 분리 조치도 이뤄졌다. 다만 경찰은 중증발달장애인들로부터 피해 진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한 대학 연구팀이 지방자치단체 의뢰로 마련한 ‘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진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