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이홍빈 기자 / photo 이승엽 기자] 노량진수산시장이 파란조끼를 입은 어민들로 가득찼다. 20일 오후 2시 2천여 명의 전국수협조합장·어민들이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상경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 건물로의 이전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각종 폭력사건 발발 등 갈등이 커지자 어민들이 서울로 상경해 노량진수산시장 일대에 모여 시장의 조속한 운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규탄사 및 성명서를 발표했다.
어민들은 현재 새 시장으로 이주를 거부하는 상인들이 노량진수산시장의 핵심 역할인 도매 분산 기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최근 흉기사건까지 발발하는 등 시장 이미지까지 실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협측 관계자는 “노량진수산시장은 어민이 소유하고, 투자해 운영되는 시장으로 수도권의 수산물 분산 기능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법정공영중앙도매시장”이라며 “시장 상인들의 이전 반대로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수산물 판로 위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어민들에게 넘겨질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로 상경한 2천여명의 어민들은 “어민 시장 강탈하는 불법상인 물러나라” “선량한 상인 기만하는 외부세력 물러나라” “리모델링 웬말이냐. 합의사항 이행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구시장 일대를 행진했다.
전국 어민들은 이날 “정당한 합의와 절차를 통해 진행된 사업이 이전 거부로 구시장을 관리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이 매달 15억원에 달하고, 이는 우리 어민들이 떠안게 될 몫”이라며 “노량진시장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취해 갈 것”이라고 상인 측에 경고했다.
행진을 벌이던 박수진 삼척시수산협동조합장은 “노량진수산시장은 국가정책사업으로 조합자금 3천697억원이 들어갔다”면서 “노후화로 비위생적이고 낡은 건물에서 깔끔하고 안전한 건물로 바꿔주는데도 왜 들어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식 건물로 이사하기로 여러차례 상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합의했음에도 이행하지 않고 막무가네식 입주 거부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당진에서 올라왔다는 한 어민은 집회를 마치고 신시장을 둘러본 후 “신시장을 둘러보니 지방에 비하면 시장의 크기도 매장의 면적도 크다”면서 “면적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구시장이든 신시장이든 어민은 물량만 공급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속초에서 온 한 어민이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속초에서도 비슷한 일로 상인들과 어민이 6개월간 대치한 사건이 있었다”면서 “결국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결국 어민들도 물고기를 팔지 못해 피해가 고스란히 넘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신시장으로의 이전 갈등으로 수입의 절반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속초 상인들은 대지까지 매입하고 입주했어야 하는 반면에 노량진상인들은 임대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조건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행진은 충돌을 우려해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장에서 시작한 집회는 내부 상점골목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도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그 시각, 상인들은 구시장 주차건물에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붉은 조끼를 입은 상인들은 간간히 본인들의 상점을 지키고도 있었지만, 수십여 명의 상인들은 구시장 주차건물에 모여 있었다.
주차장 건물에 있던 상인들은 “수협측에서 이런 행사를 할 때면 뒤에서는 시설을 폐쇄하는 등 행위를 해왔다”면서 “한 눈을 판사이 주차장 건물을 폐쇄하거나 철거할 우려가 있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주차건물의 2개의 차량 통로 중 하나는 중장비로 막혀 있었고, 상인들은 남은 한 통로를 24시간 돌아가며 지키고 있다고 알렸다. 주차장 건물도 이미 전기는 끊어져 있어 상인들이 임시 발전기를 돌리고 있었다.
경찰은 충돌을 우려해 2층이나 3층에서 상인들이 집회행진을 고개를 내밀고 구경하거나 내려다보는 것을 통제했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대위측은 “기왕에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했다면 곳곳을 살펴보고, 전통노량진수산시장이라는 명물시장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들이 부담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시장으로 이전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시설 폐쇄로 인한 각종 고소·고발, 불법점유 명도소송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 등 소송전도 불사하고 있다. 폭력사건의 발발로 수협측도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표명했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당사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대화시설로 이전한 한 상인은 “이전을 하고 한 달 정도 지난 지금에서야 매출이 이전에 비해 절반 정도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두개의 시장으로 분리돼 매출은 절반으로 줄었는데 현대화시설 이용비를 이전을 완료한 상인들만이 부담하게 돼 지금 아주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이것 말고는 현대화시설로 이주해보니 우려했던 것만큼 좁지도, 불편하지도 않다”면서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상인들이 빨리 반대의사를 풀고 이전을 완료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전을 반대하고 맞서고 있는 상인측도 피해를 떠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수협과의 소송전으로 인해 각종 변호사 선임비용과 구시장을 존속시키기 위한 시설유지 비용 등을 상인들이 자비를 털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노량진수산시장 주차장 진입을 시도했던 차량 몇대가 방향을 틀었다. 현재 주차비를 받지 않고 있음에도 구시장·신시장 모두 텅텅 빈 주차장이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인이 누구든 손님이 찾지 않는 시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명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