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1차)’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해온 노사정 대타협이 지난 4월 최종적으로 결렬 되면서 노동시장 개혁은 주춤했었다. 정부는 이번 발표로 노동시장 개혁에 확실한 의지를 보였으나 노동계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오늘 발표된 방안은 1차로 현장 임단협 시기에 맞춰 시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청·장년 간 상생고용 ▲원·하청 상생협력 ▲정규·비정규직 상생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파트너십 구축 등 5대 분야 36개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1차 방안 중 가장 핵심적 내용은 임금피크제 도입이다. 내년 정년 60세 의무화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전체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성과연봉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민간부분도 조선·금융·제약·자동차·도소매 등 6개 선도업종과 30대 기업 집단 및 중점관리 대상 사업장(551개소)을 중심으로 노사의 자율적인 임금체계 개편 분위기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기업의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해 취업규칙 가이드라인도 변경할 방침을 밝히면서도 가이드라인 확정 일정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절차와 관련 지침들은 지난번 노사정위 논의 결렬의 핵심 사유로 알려져 있어 이 부분을 강행한 정부의 정책발표에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다음으로는 불균형적인 원·하청관계의 해소를 위해 원청에게 상생협력기금 및 근로복지기금에 대한 세제·재정 지원을 통해 원청이 하청근로자 근로조건 개선에 나서도록 유도한다고 밝혔다.
또 하청기업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중기조합 납품단가 조정신청 기한을 기존 7일에서 20일로 늘려 촉박한 신청기한 문제를 해소했다.
원활한 하도급대금 지급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하도급대금 지급의 법적보호 범위도 확대한다. 공공조달 공사부문은 2016년부터 종합심사낙찰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물품·용역 분야 낙찰자 선정시 평가항목 개선 등 공공조달을 통한 사회적 책임도 강화해 나간다.
비정규직 문제와 대중소기업 근로자간 임금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간제·사내하도급·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3대 고용형태별 맞춤형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고 밝혔다.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확대 방안 마련하고 용역근로자의 이행실적을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에 반영해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한다.
그동안 계속해서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쟁점에 대해서는 조속한 입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정부는 사업장 여건에 따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피크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할 사항에까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며 “법정 정년에도 불구하고, 실제 퇴직연령이 50대 초반인 상황은 개선하지 않고, 강제적 임금피크제, 성급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려는 것은 또 다른 연령차별, 불공정한 급여 체계 확산 등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불균형적인 원하청관계의 개선정책에 대해서는 자율적 상생협력 수준의 미흡한 대책이라면서 대중소기업간 납품단가 협상 대등성 확보, 정부의 직권조정 권한 확대 등 구체적 대책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가 세대간 상상고용지원제도라고 말하는 임금피크제는 전체 고용규모는 늘지 않고 결국 세대간 경쟁을 악용해 임금만 낮추는 세대 경쟁 제로섬게임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도급 대책은 위장도급부터 없애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하청노동자 노동조건을 실제로 개선하려면 하청노동자에게 원청 교섭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총은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도입과 성과주의 확대를 선도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임금체계 개편의 안정적 정착 지원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명확한 법제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비정규직 등 취약근로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해서는 “근로자간 상생을 촉진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정규직 전환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고용경직성을 심화시켜 노동시장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조치”라며 “특히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 마련은 기업의 고용형태 선택권을 제한하고 사실상 현행법보다 더 강력한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하는 것으로 고용경직성을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전망 조차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3월 비정규직 규모는 601만2천명으로 지난해 3월 대비 10만명 가량이 증가했다. 5월에는 취업자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5월 청년실업률이 9.3%로 200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노사정은 지난 해 12월23일을 시작으로 약4개월간 100여 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및 논의시한까지 합의했으나. 결국 일부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만큼 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사회적 대화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고 밝혔다.
오늘 1차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가 비판 의견을 내고 있다. 더욱이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며 정부가 개혁안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으로 맞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힘으로써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2차 방안은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를 위한 입법 등 조치가 필요한 사항과 노사정간 추가 논의키로 한 과제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8~9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