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29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였다. 현대자동차 등 금속노조가 중심이 됐던 2년 전 총파업과는 달리 이날 파업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공공 부문이 대거 참여했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단위노조 현대차의 불참, 현대차 산하 기업노조들의 동반 불참으로 파업명분과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6월까지 투쟁을 이어가는 민주노총에 한국노총이 연대할지도 최대 관심사다. 양대 노총이 대다수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상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5월 중순 노동위원회에 집중적으로 쟁의 조정을 신청할 계획을 밝히면서 단체협상도 험로가 예상된다.
노사정 대화가 결렬된 지 약 2주, 민주노총이 4월24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이번 총파업은 서울시청 광장에서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수도권 집회를 중심으로 전남, 울산, 부산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전국적 규모로 이뤄졌다. 이번 총파업은 특정 시간을 정해 일시에 파업에 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개별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시간을 달리해 전면파업, 부분파업 등 다양한 쟁의행위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 총파업의 4대 목표는 ▲정부의 일방적 노동시장 구조개편 폐기 ▲공적연금 강화 및 공무원 연금 개혁 중단 ▲최저임금 1만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및 노조법 2조 개정이다. 이번 총파업은 올해 초 임기를 시작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당선 공약이었으며, 이후 3월20일 총파업 결의대회, 21일 조합원 총투표를 거친 이후 대의원 회의를 통해 확정됐다. 한편, 현대자동차 등 금속노조가 중심이 됐던 2년 전 총파업과는 달리 이날 파업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공공 부문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전공노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두고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며 총파업 참여를 결의해,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큰 갈등 없이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
총파업 시작 전인 오후 1시에는 서울광장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2천여 명이 모여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며 총파업 분위기를 달궜다. 본 대회에서는 단병호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발언을 시작으로, 한상균 위원장의 대회사, 집단 구호와 노래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참여 노조의 깃발 입장과 투쟁 결의식을 한 뒤, 서울광장에서 종로 일대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번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정위원회 합의 불발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노동시장 개혁안 반대 여론, 세월호 유족 참여 등으로 현장 분위기가 격화될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특히 정부가 파업 전부터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충돌이 예상됐다.
또 교육부는 법외노조 판결로 파업권을 상실한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대해서는 참여 교사와 연가를 허락해준 교장까지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전교조 교사들과 교장 간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공노 역시 조합원 투표에서 84% 찬성으로 총파업안을 가결시키며 기세를 올렸으나, 행정자치부는 참가자 징계를 예고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의 목적은 명백히 모든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등 근로조건과 직결된 요구로 정당하다”며 “국제노동기구인 ILO도 노동자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사회 정책에 대해서도 파업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회현장에서는 예상과 달리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집회 격화를 대비해 종각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길목에 차벽을 설치하는 등 충돌에 대비했으나, 긴장할 만한 상황은 없었다. 참가자들도 종각역 사거리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집회 분위기는 비교적 밝은 편이었다.
대회 공식 손펫말을 든 참가자들은 함께 구호를 외치고 서로 리본을 묶어주며 율동을 따라하고 노래를
불렀다. 서비스연맹 홈플러스 노동조합 참가자들은 근무복장을 입고 구호가 적힌 카트를 끌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군데군데에서 대학생들과 행인들이 대회에 관심을 보이고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 26만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부는 근무시간에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만 참가자로 간주해 실질 참여자를 3만4천명으로 추산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총파업을 벌인 민주노총을 형법상 업무방해죄, 노조법 위반 혐의로 4월2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이다. 한
국경총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과 상관없이 정부 정책 등에 반대하기 위한 정치파업으로
쟁의행위의 목적이 불법”이라면서 “사전에 조정 신청도 하지 않아 절차적으로도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내부 갈등으로 총파업명분 힘 잃어
이번 파업에서는 현대자동차노조가 ‘민주노총 지도부의 총파업 참여 강요’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간부급만 파업참여를 결정하는 등 갈등이 있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조합원 수가 4만8천명에 달하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 중 최대 단위노조다. 서울광장 대회에서도 현대자동차 노조의 대형 깃발은 볼 수 있었으나, 참가자는 소수에 불과해 사실상 불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같은 날 울산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현대차노조 불참을 비난한 집회 참가자를 현대차노조 간부가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4월2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지침은 ‘환노위에 노동법 개악안을 상정하거나 정부가 가이드라인, 매뉴얼 지침들을 공식 발표할 경우총파업으로 저지한다’는 내용이었다”며 “노사정위의 결렬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시기가 미뤄졌고 정부의 시행령 운운은 상위법을 넘을 수 없기에 시기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없이 밝혀 왔다”고 입장을 전했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단위노조 현대차의 불참, 현대차 산하 기업노조들의 동반 불참 때문인지 이번 총파업은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공노총과 전교조의 적극적 참여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우진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다음으로 큰 단위노조인 기아자동차 역시 불참을 고려했으나 부분파업으로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4·24 총파업의 참여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던 것과 파업 참여 과정에서 노조간 갈등 노출은 앞으로 민주노총 지도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후 노동계 행보는 민주노총은 총파업 이후 5월1일 노동절 대회를 시작으로 6월까지 투쟁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공공과 제조부분에선 6월 파업도 검토 중에 있다. 6월에는 특히 민주노총 총파업 4대 목표 중 하나인 ‘최저임금 1만원’ 쟁취 투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번 총파업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최근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며 총력투쟁을 선포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6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지도부는 지난 3월 한 자리에서 만나 정부의 일방적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맞선 투쟁 공조 방침을 재확인한 바 있다. 노사정위원회 참여 여부에 이견이 있어 다소 주춤했던 양대 노총의 공조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에 따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5월부터는 양대 노총의 주도 아래 임단협 과정에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집중 쟁의조정을 신청하는 연대투쟁이 예고됐다.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이, 단체협상은 험로 예고
5~6월 계속된 노동계의 파업투쟁이 예고되면서 단체교섭이 시작되기도 전에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노사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자연스레 올해 임금인상과 단체교섭 결과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 쟁점별 입장 차이를 취재했다. 각 노동단체가 원하는 2015년 임금인상안은 한국노총은 24만5천870원, 민주노총은 23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총은 노동시장 제도 변경 임금 상승분을 감안해 1.6% 범위 내에서 임금조정률을 조정하라고 주문하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활성화 정책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임금 입장차이는 1년 넘게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과거 3년분 법정수당 등을 재산정해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소송전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경영계는 과거분 재산정 지급요구는 신의칙에 반하므로 지급의무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또 소송보다는 노사자율로 현재 임금수준 내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자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그룹 계열사 노조는 연대해 통상임금 관련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현재 주당 68시간인 근로시간 중 16시간은 휴일근무로 인정하고 주당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사측은 연장근로 8시간을 더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노동계는 더 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휴일근로 수당의 할증률이 50%냐, 100%냐를 놓고도 양측이 맞서고 있다. 교대제 개편 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상시적 단체교섭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를 사측은 거부하고 있다. 사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지난해 9월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인정해달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대법원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에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만약 휴일근로가 연장근로로 확정되면 기업들은 휴일근로 할증률(50%)에 연장근로 할증률(50%)을 중복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해야 한다.
세 번째는 당장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년 60세 법안과 관련해서다. 경영계는 정년이 늘어나는 만큼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을 통해 기업경쟁력 및 신규채용 여력 약화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편을 거부하고 있다. 경영계는 연공제를 직무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성과주의 보상체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배치전환, 직무재설계 등 인력운용의 기능적 유연성 확보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네 번째는 사내하도급 등 외주화 문제다. 노조의 동의 없는 업무 외주화는 안된다는 노동계와 외주화 문제는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사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과 고용안정 문제가 있다. 노동계는 경영상해고가 필요할 때에는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경영계는 인사경영권은 단체교섭이 대상이 아니며 단체협약에 경영상해고조항을 둘 경우에는 ‘근기법 준용’ 또는 ‘노력규정’ 정도로는 명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득이 논의가 필요한 경우 노사협의회를 활용하면 되며 경영상 해고 관련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쟁의행위는 불법이므로 단호히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굵직한 이슈가 연달아 터지며 노동계의 투쟁 동력을 상승시켰다. 전공노는 2004년 이후 11
년 만에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고, 전교조도 동참한다.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되면서 장외투쟁을 선포한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연대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시작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저지하기 위한 노동계의 춘투가 시작됐다. 양대노총이 대다수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상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5월 중순 노동위원회에 집중적으로 쟁의조정을 신청할 계획을 밝히면서 단체협상도 험로가 예상된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