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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예술가 정신이 절실한 국내미술시장

 

미술품들은 범접할 수 없는 주제와 예술성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래서인지 예술가라고 하면 일반 직장인처럼 스펙을 중시하거나 토익점수에 매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이러한 일반인들의 미술계에 대한 환상과는 달리, 현실 세계에서는 미술계 내에 학벌이나 인맥이 중시되며 예술성보다는 구매자의 기호에 맞춰 작품이 제작되고 작품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비예술적 행태들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술계 종사자들을 찾아가 전혀 예술적이지 못한 미술계의 현실을 들어보고 그 해 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별채용 파행으로 본 미술계의 파벌주의

 

최근 인맥에 의한 파벌주의가 불거진 곳은 국립현대미술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정형민 전 관장은 201311월 학예연구사 특별채용 과정에서 부당 개입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지난해 1016일 직위 해제됐다. 감사원의 학예연구사 특별 채용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정 전 관장은 서울대학교 박물관에서 함께 근무한 N씨와 서울대학교의 제자였던 M씨를 채용하는 시점에서 직간접적으로 부당 개입한 사실이 포착됐다.


원래 N씨는 서류전형에서 7위로 불합격 대상이었다. 하지만 정 전 관장은 인사담당자에게 어 이거 아닌데라며 N씨의 이름을 지목했고 서류전형 합격대상자로 올리도록 지시했다. 이에 인사담당자는 정 전 관장이 보는 앞에서 N씨의 서류전형 점수를 고쳐 순위를 3위로 변경한 후 서류전형 합격대상자로 조작했다. 이후 진행된 면접시험에서도 정 전 관장은 면접위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면접장에 들어가 다른 면접위원과 동일한 탁자에 앉아 응시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특히 M씨와 N씨에게 집중해서 질문했으며, M씨와 N씨는 면접시험을 통과해 2013111일 최종합격자로 선정되었다.


감사원은 면접시험 당시의 다른 응시생들이 정 전 관장이 면접위원과 함께 자리 잡고 있어서 면접위원으로 알고 있었으며 면접시험을 주도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확인했다. 국가공무원법 제44조의 규정에 따르면, “누구든지 시험 또는 임용에 관하여 고의로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결국 정 전 관장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위해제 당했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이 1969년에 개관한 이래 45년만에 관장이 개인비리로 직위 해제된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제훈 국립현대미술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 위)’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단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고질적으로 쌓여있던 국립현대미술관 의 잘못된 관행이 노골화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폐쇄적 운영과 권력사유화 중단해야

 

이제훈 비대위 위원장은 국내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이 정부 산하 미술관으로는 독보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그 위상에 맞게 순도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갖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기근속자들에 의해 권력화되고 폐쇄적으로 변질되었다고 개탄했다.

 

좀 더 조직 깊숙한 곳에 서 밀실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전 관장의 경우 학예사 채용에 있어서 부당개입한 일은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것과는 별도로 국립현대미술관의 관장 임기가 너무 짧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임기는 2년이다. 그래서 재임기간 내에 미술관의 업무를 파악하기에는 힘겨운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내 부의 권력화된 세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제도적 허점도 있다고 이 비대위 위원장은 지적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파행적 행정처리는 서울관 개관전에서도 드러났다.

 

이 위원장님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내부적으로 전문 학예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컨 셉이나 내용을 내부에서 정하고도 기획을 외주로 돌려서 기획에 대한 책임부분을 외주기획자에게 떠넘겼다고 꼬집었다.

 

더군다나 이 비대위 위원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각 위원회 위 원 선정이나 작품구입, 공모전 심사 등의 운영상에 있어서 투명하지 못하다고 폭로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모전의 경우 심사위원이나 심사평 등 심사과정이 공개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신춘문예나 음악콩쿠르 같은 경우에도 심사위원과 심사평이 공개됨에도 불구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면서도 이런 부분들이 공개된 적이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제훈 비대위 위원장은 지난해 신년간담회에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건의한 적이 있었다. 이후 유 전 장관이 이 부분에 대한 정보공개 지시를 내렸으나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미명아래 충실한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이 비대위 위원장은 주장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작품구매 시 수많은 응모작을 구매하게 된 배경이나 추천위원들의 공개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시대적 관행에 갇혀서 몇몇 특정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독점함으로써 한국 미술의 국가경쟁력이나 문화융성에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면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제훈 비대위 위원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의 파행적 밀실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오늘의 작가전을 언급했다. 오늘의 작가전은 상당히 비중있는 전시회인데도 불구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선정되는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훈 비대위 위원장은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이러한 지적들이 특정한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술문화의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문화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이 폐쇄적인 권력기관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우리 미술계가 그저 지켜만 보고 방조한 탓도 있다며 미술계 인사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신임 국립 현대미술관 관장에는 도덕성과 공적윤리를 갖추고 미술계 현실을 잘 아는 실무경험자가 선출되어 한국미술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망작가만 팔리는 현실

 

현재 미술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유망작가들의 작품만 팔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갤러리에서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제훈 비대위 위원장은 콜렉터들이 검증된 작가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면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검증은 안 됐지만 작가의 작업태도나 작가정신, 시대정신을 담은 신진작가들을 소신있게 찾아다니는 투자가들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제훈 비대위 위원장은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이 미흡하고 창작기금 등이 이들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문화전사 육성 프로그램과 제도가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미술협회의 대외협력단장이기도 한 이제훈 비대위 위원장은 협회 스스로가 뼈를 깎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과거 국전이 공정하지 못해 제 기능을 못하자 오늘날의 대한민국미술대전에 까지 이르렀으나, 그 권위는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러므로 이제훈 위원장은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이 과거의 권위를 회복하고 신뢰받는 대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신진작가 발굴이나 육성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진작가의 등용문이 좁다보니 젊은 층에서 대안책을 찾아나서는 움직임도 보인다. 갤러리 라한 양희성 대표는 청년작가들의 발굴과 육성을 위한 다 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갤러리 라한은 최근 공모전을 열었다. 32일부터 42일까지 진행된 이번 공모전은 누구를 뽑고 떨어트리는 개념이 아니다. 공모전에 참여한 작가들과 함께 세미나와 강의프로그램을 진행해서 청년작가의 발굴과 성장을 돕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갤러리 라한은 강좌 프로그램으로 청년작가들이 어떻게 하면 예술 복지기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강의를 통해 청년작가의 안정적인 작업 여건을 마련하고, ‘백남준 성공하기강좌를 통해 청년작가들의 성공적 인 작품활동을 돕고자 한다.


또한 청년작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 등으로 기록하고 이를 유튜브나 라한 홈페이지에 올려 이들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양희성 대표는 콜렉터들이 이들의 작업활동을 보면서 성장과정을 공유하게 되고 작품의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갤러리 라한은 청년 작가들의 어려운 여건을 듣고자 분기별로 장르파티도 진행하고 있다.


장르파티는 현대미술, 시각디자인, 사진 및 패션, 장르 5개 파트에서 20명의 청년작가들을 SNS로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이렇게 해서 모인 이들은 갤러리 라한에서 파티를 즐기며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 놓게 된다. 청년작가들은 파티에서 정보부족, 전시 공간부족, 공모전의 신설 및 방법 등을 제안했으며, 이는 갤러리 라한의 운영에 있어서 좋은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다

 

미술시장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주요 고객층이 자금력이 풍부한 중년여성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화가들은 중년여성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뽑아내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이에 반해 이제훈 비대위 위원장은 최근의 추세는 자금력 풍부한 중년 여성이 전문가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대학교나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투자가로 변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들의 작품을 선정하는 안목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더군다나 이들이 이제는 해외 미술시장에 눈을 돌려 국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어찌되었든 아직까지 자금력 풍부한 중년여성들의 국내 미술계 영향력은 상당하다. 갤러리 라한은 이런 미술시장의 현실적 문제를 타파하고자 세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첫째, 소액콜렉터의 형성을 위한 시장실험이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중년여성이 주요고객인 국내 미술 시장에는 소액콜렉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갤러리 라한은 소액콜렉터로부터 이를 극복하고자 매달 3만원씩 1년의 회비를 받는다.

 

이렇게 모인 회비는 소액콜렉터들을 위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각종 파티를 열거나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활동을 기록하는 데 활용한다. 이런 시장실험을 통해 아티스트와 콜렉터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고객 유치를 위한 화폐실험을 한다. 갤러리 라한은 선불카드를 준비해서 콜렉터들에게 구매권사업을 실시한다. 구매권은 시스템 상에 기록되고 잠재적인 고객 유치도 가능해져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셋째,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작업을 통한 상품실험이다. 갤러리 라한은 아티스트와 의류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콜라보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양희성 대표는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를 하는 이유는 예술품으로 상품을 만드는 개념이 아니라 아티스트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이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지점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예술혼이 인정받는 풍토 조성돼야

 


양희성 대표는 예술은 언어라고 말했다. 예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독특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예술적 언어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훈 비대위 위원장도 예술은 작가의 메시지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현대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자기 영혼의 외침에 귀 기울이며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려 하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대화하려던 치열한 예술혼이 우리에게 와 닿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훈 비대위 위원장은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울린 이중섭 화가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이중섭 화가는 그리운 아내와 자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뱃값의 은박지에 그려 넣거나 물고기, 강아지, 꽃과 나비를 표현하면서도 가족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그 속에 담아냈다. 이처럼 호수에 구애받지 않고 작 품 활동을 한 대가들의 작품을 보더라도 국내 미술 시장의 호당가격제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호는 엽서 두 배 가량인 22.7× 15.8cm의 크기로, 현재 국내 미술시장에선 작품의 호수가 크면 작품값도 상승하는 호당가격제가 통용되고 있다. 미술작품의 가치가 크기에 준하는 호당가격보다는 작가의 경험과 주제의식, 치열한 실험정신과 예술혼이 녹아들어간 작품성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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