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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서울신곡초등학교 아버지회 이웃사랑 온도계는 100℃

 

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20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73일간 연말연시 이웃돕기 범국민 모금을 위한 '희망2015나눔캠페인'을 진행 중에 있다. 전국 17개 시·도 지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 캠페인의 모금 목표액은 3천268억원이다. 지난해 12월24일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사랑의 온도탑은 40℃를 나타내고 있었다. 광화문사거리에 마련된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의 1%에 해당하는 32억6천800만원이 모금될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올라간다. 올해 목표액인 3천286억원이 달성되면 100도가 채워지게 되는데 지난해 공동모금회 희망2014나눔캠페인 목표액은 3천110억원이었고 이를 웃도는 3천173억원을 모금한 바 있다.


지난 한해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더욱 실종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의 어깨가 더 힘없이 처졌고 얼굴에서 밝은 미소도 사라졌다. 주변에서는 억척스럽게 살아도 희망이 없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렸다. 그러나 연말이 되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손과 발을 걷고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고 이럴수록 기운을 내자는 응원소리도 들렸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가슴을 열어 재낀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머니의 따뜻한 정을 꺼내 이웃들에게 나누기 시작했고 이들의 사랑릴레이는 연말연시를 맞아 추운 겨울의 온도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2월7일 기자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신곡초등학교에서 열린 의미 있는 나눔의 현장을 취재했다. 이 학교의 아버지회원들이 주축이 된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장은 훈훈했다. 이른 아침부터 김치를 담그고 있다는 이들은 대략 50여 명이나 됐는데 4~5명씩 한 팀이 이웃에게 배달해 줄 김치박스를 일일이 챙기고 있었다. 이날 담근 김치는 총 600여 포기였는데 사랑이라는 양념과 버무린 김치들은 쌀 20kg과 함께 지역의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가정에 직접 전달됐다.


서울신곡초등학교 김명숙 교장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퇴직 후에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해왔는데 비로소 무슨 일을 해야 할 건지를 깨달았다”며 “봉사하는 마음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나누고 감싸주려는 진실 된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반 전 이 학교로 발령받아 왔다는 김 교장은 “다른 학교에도 아버지회가 있지만 신곡초등학교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았다”면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버지회가 주축이 되어 나누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나눔을 배워가는 이 환경이 너무나 감동적”이라고 덧붙였다.


15년, 그리고 사랑릴레이


신곡초아버지회는 아주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5년 전 조기축구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후 아이는 학교를 졸업해 떠나가도 아버지는 졸업하지 않고 회원으로 남아서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 12년 전 아버지회에 들어와 지금껏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김병진 강서구의원은 “오래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회원들이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수시로 얼굴도 보고 주말이면 축구도 하면서 서로 공감대도 서로 같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로 만나서 조언도 하고 세상사는 얘기도 하면서 지내다보니 자기집일보다는 학교의 일에 먼저 나설 정도로 열정이 강하다”며 “해가 거듭될수록 바쁘게 살다보니 가입률이 저조해 아쉬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신곡초아버지회원 중에는 김 의원과 같이 초기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는 멤버가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근속회원들이 많다. 한 달에 2만원씩 회비를 내는데 이렇게 모인 회비는 1년에 한두 번 학생들을 데리고 체험활동이나 캠프를 하는데 사용한다.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행사도 진행하는데 지난해 여름에는 삼계탕 130마리를 준비하여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뿌듯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연말에 김치를 담그고 쌀을 사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비용은 일일찻집을 열어 마련한다. 신곡초아버지회의 이러한 활동은 지난해 강서 구청장으로부터 어르신복지 기여단체로 선정되어 표창장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을 정도로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신곡초아버지회는 봉사정신을 기본바탕에 두고 학교의 크고 작은 일에 너나할 것이 없이 참여하고 있다. 거기에는 솔선수범이라는 기본 바탕이 깔려 있다. 비가 오는 장마철에는 삽을 들고 나와 빗물이 넘치지 않도록 배수구를 손봐주고, 운동회가 있는 날에는 일찍이 나와서 만국기를 달거나 무거운 짐을 직접 나르는 등 아버지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러한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을 배우고 있다는 김 교장은 “긴 교직생활을 해오는 동안 이 학교만큼 정이 넘치는 학교가 없었다”며 감동적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저희 학교는 나무가 많아서 절대적으로 남자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런 일을 우리 아버지회가 맡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봄에는 심지어 운동장 한쪽에 있는 연못에 청포가 퍼져서 연못이 제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흙을 파내고 둑을 쌓아서 우리 학생들의 질 높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기도 했고요.” 이날 김 교장은 느즈막에 복이 많아서 자신이 이 학교에 온 것 같다며 눈시울을 적시었다.


강서구 3선 구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병진 의원은 “이런 학교에 애정이 없다면 말이 되겠냐”며 “우리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또 다른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아버지회원으로 남아서 이 지역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구청으로부터 작은 예산을 받아내 학교에 설치된 축구골대를 교체하는 등 신곡아버지회의 크고 작은 일에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서울신곡초등학교는 2015학년도 교육과정 편성 운영에도 신곡아버지회의 다양한 교육 활동으로 아버지와 함께하는 가족캠프, 자전거 하이킹, 가족 산행 등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여 가족 간의 사랑과 배려하는 바른 인성교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장나누기행사에는 박재선 화곡4동장과 김병진 강서구의원, 그리고 신곡초등학교 김명숙 교장, 김문호 교감 외 여러 교사들과 아버지회원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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