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고관세 정책 여파로 테슬라가 미국 내에서 계획했던 전기차 '사이버캡(Cybercab)'과 '세미(Semi)' 트럭의 생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해당 차량의 핵심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해 미국으로 운송하려던 계획이 고율 관세로 인해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들 부품은 향후 수개월 내 미국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중국산 제품에 대해 8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총 145%에 이르는 수준까지 세율을 인상한 바 있다. 이는 테슬라의 공급망에 직격탄이 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테슬라는 당초 34% 수준까지는 추가 비용을 흡수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오르자 조달 계획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텍사스 공장에서 '사이버캡', 네바다 공장에서 '세미'를 각각 생산할 계획이었으며, 오는 10월 시험 생산을 시작해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다만 현재로서는 부품 운송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구체적인 생산 지연 기간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테슬라는 최근 2년간 북미 내 공급망을 강화하며 관세 리스크에 대응해왔지만, 핵심 부품 상당수는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되는 25% 관세 조정 가능성도 언급하며 "미국 내 생산 전환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당분간 공급망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이 국내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지만, 정작 그의 정치적 우군으로 분류되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타격을 준 형국이다. 머스크는 SNS 플랫폼 X를 통해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관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을 설명하며 관세 정책 철회를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머스크는 '연필 하나도 세계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의 고관세 조치에 맞서 자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차량에 대해 1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따라 테슬라는 모델S와 모델X의 중국 내 신규 주문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S&P는 올해 2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수년간 미국은 중국의 자동차 부품 수출에서 약 15~20%의 비중을 차지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