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2015년 무렵부터 중국을 견제하는 무역 전략을 강화하면서 한국산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으며, 한미 양국 간 경제·산업 연계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대미 수출의 구조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수입 감소에 따라 주요 중국산 중간재 수요가 한국산으로 대체되며 한국의 대미 수출이 크게 확대됐다. 이는 단순한 무역 수지 흑자를 넘어선 구조적 산업 연계의 결과라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철강, 이차전지, 석유제품 등 주요 중간재의 대미 수출은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이차전지는 216.8%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진출도 활발히 이뤄졌다. 한국의 대미 그린필드 직접투자 누적액은 2014년 400억 달러에서 2023년 약 1,300억 달러로 세 배 넘게 증가했으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수도 같은 기간 43% 늘었다.
산업연은 이러한 현상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와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IRA 등)에 힘입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상호관세(25%)를 예고한 가운데, 이 같은 경제 구조를 면밀히 설명하고 통상 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59%는 필요한 물품을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대미 수출을 직접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내 조달 비중도 점차 늘고 있어, 이에 대한 장기적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산업연은 “한미 간 무역수지 흑자는 한국 수출이 미국 제조업 경쟁력에 기여한 결과”라며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미 산업과 연계되는 구조임을 미국에 명확히 설명하고, 관련 논리를 통상 협상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