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홈플러스가 전격적으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단기 유동성이 나빠져 오는 5월이면 납품대금을 정산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는 점을 회생절차 개시 신청 이유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측은 최근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영자금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 미정산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사전 예방적 조치'를 강조하며 법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와 협의해 대금을 한두 달 뒤에 정산해주면서 지연 이자를 주는 방안을 지난해 11월부터 써오면서 단기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어왔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5년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홈플러스를 고가에 인수하면서 경영 악화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 납품 대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법원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비판도 나온다.
연간 2천억원의 영업손실과 과중한 이자비용 등 재무 부담으로 홈플러스 유동성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2021년부터 본격화했다. 홈플러스는 연간 매출이 7조원을 넘지만, 2021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적자의 늪'에 빠졌다.
2024년 1∼3분기 누적 가결산 기준으로 매출액은 5조3천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이 1천571억원 발생해 적자 기조가 이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리면서 ▲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 ▲ 과중한 재무 부담 ▲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업계 2위 홈플러스는 경쟁사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에 발목이 잡힌 꼴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차입매수(LBO)를 통해 고가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MBK는 지난 2015년 9월 7조2천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천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대출 5조원 중 4조3천억원은 은행 선순위 대출이고, 7천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조달했다. MBK는 그동안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 빚을 갚았다.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에 임대비용이 계속 지출된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MBK가 각종 홈플러스 부동산을 팔아 인수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뽑아가면서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채용도 대폭 줄여 경쟁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 310여개를 우선 매각하기로 하고 작년 6월부터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잔여 계약 기간의 모든 임차료를 계상한 리스 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실제 금융부채는 약 2조원 정도인데, 부동산 자산이 4조7천억원이어서 회생 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 조정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부도가 나지도 않았는데, 부채를 탕감이나 조정받기 위해 법원에 회생절차 신청부터 했다면 대주주 MBK는 경영자로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BK도 대주주로서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며 "금융사, 협력업체들에 고통 분담을 하자고 하려면 대주주부터 부실 책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납품업체는 대금 미정산 우려로 채권 추심 절차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