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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제 분쟁, 왜 발생하나?

 

지난 8월 30일(현지시각)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완료하면서 2001년 9·11 테러 이후 시작된 미국과 탈레반의 전쟁은 20년 만에 공식적으로 종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었다.

 

BBC 9월 1일 보도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민간인 약 7만 1000명이 희생되었고, 6만 6000명에서 6만 9000명 사이의 아프간 군인이 사망하였으며, 미국과 동맹국인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군도 3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또, 최소 270만 명이 이웃 국가와 다른 곳으로 탈출하였으며, 미국은 총 2조 2600억 달러(한화 약 2,619조 원)의 전쟁 비용을 지출했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국제 사회의 분쟁은 어떤 유형이 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일까?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세계 무역센터와 미국방부 건물(펜타곤)에 대한 항공여객기 납치 자살 테러는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촉발하였다.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뇌인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이후 국제 평화와 안보는 이슬람 국가(IS)의 테러로 위협당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는 21세기 국제 사회의 안보 환경을 바꾸어 놓은 사건이다.

 

국제 분쟁 의미

 

국제 분쟁은 개인, 테러 집단, 다국적 기업, 국제 비정부 기구, 세계적 언론사, 국가, 국제기구 같은 국제 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갈등·충돌하는 적대적 상황을 의미한다. 국제 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안보·환경·인권·에너지·자원·식량 등의 영역에서 서로 다른 목표와 결과를 경쟁적으로 추구하면서 국제 분쟁은 발생한다.

 

즉, 국제 사회의 행위자들이 서로 양보하기 어려운 가치나 이해관계를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최종 목표나 결과가 서로 양립할 수 없고 공존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에 도달했을 때 발생하는 분쟁이다. 국제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 테러나 전쟁 등 물리적인 폭력으로 전이될 수 있다. 국제 사회 행위자들 간의 언쟁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장 폭력적인 전쟁까지를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국제 분쟁 비용

 

런던 소재 경제·평화 연구소(Institute for Economics & Peace)는 매년 ‘세계 평화 지수(Global Peace Index, GPI)’를 발표하고 있다. 2021년 세계 평화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국 163개국 가운데 한국은 전년 대비 12단계 내려간 57위, 북한은 151위를 기록했다. 평화 지수는 국내 및 국제 분쟁, 정치 안정과 사회 안전, 치안, 군비 확장, 폭력 범죄의 정도, 전쟁 사상사, 잠재적인 테러 공격 위험 등을 고려하여 산출한다. 가장 평화로운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발표되었고, 가장 평화롭지 못한 국가는 전년도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으로 보고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분쟁이나 갈등으로 소모된 비용은 세계적으로 약 14조 96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0년보다 11.6% 증가한 것으로 세계 총생산의 17.5%에 달한다. 즉, 이 비용은 국제 분쟁에 사용되는 액수이며 반대로 말하면, 국제 평화가 이루어지면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다.

 

국제 분쟁 원인

 

국제 분쟁의 원인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모든 국가들은 힘과 권력과 부를 추구하여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함에 따라 발생한다. 이러한 국가의 속성은 국가 간의 부국강병을 위한 경쟁과 분쟁을 일으킨다. 국가들은 이념이나 가치,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국가들보다 우위에 서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국가 간의 불평등 문제를 놓고 발생한 ‘남북문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이념 대립에 기반을 둔 ‘동서문제’, 인권 가치를 놓고 서구 사회와 중국과 북한 등이 벌이고 있는 인권 문제 등은 이념, 가치, 도덕적 분쟁의 대표 사례들이다.

 

둘째, 식량·물·에너지·자원 등의 희소성이 분배 문제에 있어서 국제 분쟁을 일으킨다. 희소 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자원 분쟁과 하천을 공유하는 국가 간의 물 분쟁 등이 그 사례들이다. 셋째, 무정부인 국제 사회에서 힘과 권력을 둘러싼 경쟁,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갈등의 조정과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즉, 세계 정부가 부재한 상태에서 국제 사회의 분쟁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넷째, 국제 사회의 공공재를 둘러싼 갈등이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국제 사회 구성원들은 공공재 생산에 있어서 무임승차 경향이 있다. 이 경우 공공재는 충분히 공급되기 어렵고, 공공재의 부족이나 부재는 구성원 모두의 불이익으로 끝맺어진다. 국내 사회는 정부가 공공재 공급을 관리하지만 국제 사회는 공공재를 관리할 중앙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깨끗한 환경이나 전쟁이 없는 평화 상태, 안정적인 금융 통화 제도 등은 국제 사회의 대표적인 공공재이다. 하지만 세계 정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들 공공재가 안정적으로 마련되기는 어렵다.

 

패권안정론과 국제 분쟁

 

단극체제는 한 국가에 의해 패권이 행사되는 체제이며, 양극 체제는 두 개의 국가가 패권을 양분한 체제이다. 다극 체제는 여러 개의 국가가 패권을 나누어 행사하는 체제이다. 패권 안정론(hegemonic stability theory)은 단극체제하에서 세계 경제의 불안정과 국제 분쟁, 전쟁 가능성 등이 줄어 국제 평화와 국제 사회의 안정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패권안정론이 말하는 대표적인 경제적 단일 패권 시기는 19세기 영국과 20세기 미국의 패권 시기이다. 이 시기에 국제 금융 통화 체제는 패권국에 의해 안정되었고, 국제 무역과 투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패권국이 되기 위한 조건은 능력과 의지이다. 패권국은 경제적이고 군사적인 능력뿐 아니라 그것을 행사하려는 의지도 필요하다. 패권 안정론자들은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사이의 세계 대공황이 패권국의 부재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 시기에 영국은 패권국의 의지는 있으나 능력을 상실했으며, 미국은 능력은 있었지만,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패권안정론은 군사와 안보 분야에서도 군사력과 무기 개발 기술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한 하나의 패권국이 존재할 때, 국제 사회는 심각한 분쟁과 전쟁이 없는 평화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패권안정론의 입장에서 전쟁은 패권국의 군사력이 약화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새로운 패권국의 군사력이 강화되는 시기에 자주 볼 수 있다.

 

20세기 말부터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부상하면서 국제 사회에 지투(G2 : Group of 2)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미국과 중국이 국제 사회의 양대 주도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패권안정론의 관점에서 볼 때 지투(G2)시기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시기일까, 아니면 분쟁과 전쟁 가능성이 큰 시기일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문명 충돌과 문명 공존

 

 

문명 충돌론은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이 『문명의 충돌(1997)』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주장한 이론이다. 그는 냉전 시대에는 국가들이 국제 사회의 중심 단위였지만, 탈냉전 시대의 국제 정치는 문명에 의해 규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종교를 기준으로 문명을 이슬람, 서구, 중화, 힌두 문명 등으로 구분하고, 앞으로 이들 문명이 세계 권력을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즉, 각국은 앞으로 공통되거나 유사한 문명을 가진 국가들과는 동맹을 맺거나 협력하는 반면, 다른 문명국들과는 분쟁을 겪게 된다는 것이 헌팅턴의 전망이다.

 

그러나 헌팅턴의 문명 충돌론은 서구중심주의와 과도한 단순화로 많은 비판에 직면하였는데, 대표적인 비판은 독일 국제 정치학자인 하랄트 뮐러(Harald Müller)의 『문명의 공존(2000)』에서 개진되었다. 뮐러는 헌팅턴이 다양하고 복잡한 국제 정치 현상을 단지 빛과 어둠의 대립이나 선과 악의 대립으로 단순화해서 이해하여 이미 종료된 냉전적 사고를 재연장하는 동시에 국제 정치를 권력 투쟁으로 인식하는 현실주의적 시각에만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즉, 국제 정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뮐러는 순수하게 문명적인 갈등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문명의 차이가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갈등을 심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국제 분쟁은 물질적인 이해관계의 충돌뿐 아니라 종교와 이념, 역사 등 비물질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에 의한 분쟁 양상도 커지고 있다.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분쟁과 동아시아의 영토분쟁 또한 폭력의 수반과 상관없이 지속되는 넓은 범위의 국제 분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국제 사회의 행위자들이 서로 양보하기 어려운 가치나 이해관계를 보다 비경쟁적으로 추구하고, 공존하기 위한 판단과 실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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