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신은숙 법률칼럼】 연차휴가의 시기 지정권과 시기 변경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월급날과 휴가일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특히 업무로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하는 휴가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만약, 연차휴가를 사용하려고 휴가신청을 했는데, 회사에서 휴가를 거부할 수 있을까? 연차휴가를 사용하면 남은 동료들의 업무량이 많아져 다음 달에 휴가를 사용 하라고 한다면 근로자는 어떡해야 할까?

 

근로자의 시기 지정권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는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법정휴가다. 연차휴가의 일수와 사용방법은 근로기준법 제60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제5항에서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 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 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근로자가 연차휴가의 시기 지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에서도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권은 근로기준법의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성립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연차유급휴가에 대하여 시기를 지정하여 그 청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적법한 시기 변경권을 행사하지도 아니한 채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를 방해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라고 보았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99도317)

 

다만, 연차휴가권이 근로기준법상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와 같이 발생한 휴가권을 구체화하려면 근로자가 자신에게 맡겨진 시기 지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즉,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휴가를 사용할 것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시기 지정권을 행사하면 이는 적법한 시기 지정이라고 할 수 없어 그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

 

그러면,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때 최초 신청이유와 다르게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까?

 

연차휴가의 목적과 동기는 연차휴가의 시기 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과 무관하다. 근로자가 최초 연차유급휴가 신청 이유(이사준비)와 다르게 노동조합 집회에 참석하자 사용자가 해당 연차유급휴가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한 사안에서, 법원은 근로자가 신청 사유와 달리 연차 휴가 중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무단결근 처리를 한 것은 법에서 정한 연차휴가의 시기 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고 그와 같이 정당한 시기 변경권에 근거하지 않은 무단결근 처리는 위법 하다고 판결하였다(서울행정법원 1999. 7. 16. 선고 99구 2832 판결)

 

 

사용자의 시기 변경권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청구하면 사용자는 항상 그 권리를 수용해야 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서는 근로자의 연차휴가 시기 지정 권한을 인정하면서 이와 동시에 사용자의 시기 변경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에서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라고 하여 시기 변경권의 사유를 추상적으로 규정하다 보니,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다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 다.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란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에 휴가를 준다면 그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저하돼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거나 그러한 개연성이 엿보이는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성질,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 사용자의 대체 근로자 확보 노력, 다른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신청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법원 판례에서는 단순히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는 시기 변경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여 시기 변경권 행사 요건을 다소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가령, 근로자가 석가탄신일(5월 3일), 어린이날(5월 5일.), 토요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5월 2일과 5월 4일 연차휴가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으나, 사용자가 연휴 기간 업무량이 폭증하는 업무 특성을 이유로 연차휴가 신청을 반려하자 근로자가 별다른 보고 없이 2일부터 결근하여 정직 징계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시기 변경권은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한해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저하되는 경우를 말하고, 인력이 부족해 단순히 남아 있는 근로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가능성만으로는 시기 변경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판결하였다(서울고 등법원 2019. 4. 4. 선고 2018누 57171).

 

한편, 사용자의 시기 변경권 행사와 관련하여 변경된 휴가일을 지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신청한 휴가를 불승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해석에 대한 다툼이 있었으나, 법원에서는 연차휴가를 불승인하는 것으로 시기 변경권의 행사를 인정하였다.

 

 변호사 신은숙

 법무법인 백하

 bonheur000@naver.com

 

MeCONOMY magazine July 2021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일주일에 하루는 '외래진료·수술 중단' 인가? 환자불안 가중
전국 의대교수들이 일주일에 하루 '외래진료·수술 중단'을 논의하기로 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온라인으로 총회를 열어 일주일에 하루 요일을 정해 교수들이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휴진 개시 시점 등 구체적인 방식은 총회에서 논의될 예정으로, 각 병원 상황에 맞춰 달라질 수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응급실, 중환자실 인력은 남길 가능성이 크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이미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외래 진료와 수술은 원칙적으로 쉬고, 응급환자, 중증환자 진료·수술은 지속하기로 했다. 전의비 관계자는 "휴진 여부를 안건으로 다루긴 하겠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각 병원·진료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만약 일주일에 한 번 쉬자는 쪽으로 정하면 각 의대나 과에서 상황에 맞춰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전의비가 '주 1회 휴진'을 결정할 경우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 병원은 물론 전국 주요 병원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전의비에는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등 전국 20여개 주요 의대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