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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두칼럼] 칼집에 칼을 꽂고 국론 분열과 상처 치유에 나서기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5월로 1년 6개월 정도 남았다. 이제 새로 일을 벌이려 들지 말고 그간 해온 일들을 수습 및 보완하면서 마무리했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지난 4년 가까운 정치를 보면 「논어」에서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떠오른다.

 

‘과유불급’은 ‘지나침은 못 미침과 같다’는 말로 풀이되는데, 현 정부의 정책들을 보면 ‘과유비불상위부족(過猶比不上爲不足)’, 즉 ‘지나침은 오히려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더 적절하지 않나 싶다.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만 놓고 봐도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과격하게 하는 바람에 모든 것을 헝클어놓았다. 공정경제3법이란 것도 우리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이상적 기준을 억지로 강요한 것으로 이해된다. 소득주도성장정책과 부동산정책은 이미 그 부작용이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드러난 만큼 굳이 지적할 필요가 없겠다.

 

정부와 여당이 다수표로 통과시킨 공정경제3법은 이제부터 시행할 것이므로 조만간 그 문제점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공정경제3법의 논거를 보면 경제와 기업의 세계를 선의의 사람들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전형적인 도덕적 이상주의자의 함정에 빠진 논리다.

 

공정경제3법이 그들의 말대로 좋은 법이라고 해도 재계가 한사코 반대하면 귀를 기울이고 좀 양보하는 게 순리다. 정책은 '전문성'으로 해서는 모자라고, '경륜'으로 해야 한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전문성’이란 어떤 세계관이나 가설을 바탕으로 전개한 것이기 때문에 진리는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정책은 경륜에서 빚어 나오는 '지혜'로 만들어야 하며 ‘지혜’는 ‘중용’에서 얻을 수 있다. ‘경륜’은 많은 경험의 축적과 높은 산의 정상에서 툭 트인 시야 안에 복잡한 사물들이 선명하게 들어올 때 획득된다.

 

정부의 각종 정책들을 보면 헝겊 조각들로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밤을 견뎌낼 방한복을 만드는 것 같다. 정책 입안자들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머리만 믿거나, 타인의 이론만 베껴서는 한국의 문제들을 풀어내기는커녕 더 꼬이게 만들 것이다.

 

법이란 그 법의 대상자들이 극렬히 반대하거나 지키기 어렵거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면 집행력이 떨어지고 결국 유명무실해진다. 이것은 법학원론에도 나오는 얘기다. 여당에도 법률가들이 적지 않은데 그저 표로 밀어붙이는 것 같다.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정부가 의결한 것도 무리다. 정부와 여당이 가지고 있는 인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너무 얕은 것이 실망스러울 지경이다. 보편적 가치와 수단을 혼동하는 듯하다. 대북전단살포가 위험한 것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어렵고 귀찮더라도 다른 수단을 찾았어야 했다. ‘대북전단살포금지’를 어떻게 법으로 규정할 생각을 했는지 참 답답하다.

 

민주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규까지 고쳐 후보를 낸 것도 패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 유권자들은 특정 정책에 대해서는 이해관계도 있고 호불호가 있어서 갈리기 마련이지만, 도덕성에 대해서는 쉽게 일치된 판단을 한다. 정치집단이 도덕성에서 의심을 사면 아주 안 좋은 이유다.

 

현재의 집권세력은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욕을 부리는 것 같다. 현실은 오래전부터 누적돼온 많은 모순들이 뒤엉켜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단번에 성급하게 고치려고 들면 더 헝클어지고 잠복된 에너지가 밖으로 도지게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정부는 한 사회의 전체를 다루는 최상층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당면하는 위기는 '단순 위기'가 아니고 '복합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 복합위기는 진단이 어렵고 해법도 쉽지 않다. 처방의 우선순위를 잘못 선정할 우려도 상존한다. 따라서 겸손하게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

 

민주적 토론과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결정은 자원 배분의 불공정성이 일어날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독재체제보다 나은 점은 실패한 것들은 그때그때 사과하고 털고 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오판했다고 해도 선의가 좋았으면 국민들은 그리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사과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솔직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매우 소박하면서도, 하지만 수정하고 합의를 통해 엄청난 힘의 결집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제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 선의를 가지고 시행한 정책의 문제점을 겸허하게 보완해가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이상용 M이코노미뉴스 수석논설주간  

 

MeCONOMY magazine Januar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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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 정원 확대는 불변”... 의협 차기회장 “대정부 강경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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