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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금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기준 모호해

… 명시적 법률도, 일관된 판례도 없어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회사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아 떠나는 일이 빈번한 세상이 됐다. 그런데 회사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키운 핵심인력의 유출이 막심한 손해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경쟁업체로의 이직은 더 그렇다. 이에 회사와 근로자는 퇴직 이후 경쟁사로의 이직을 제한하는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는 일이 원칙이 됐다. 하지만 전직금지 약정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 김나래(학원원장) 씨와 최진숙(학원강사) 씨가 작성한 강사계약서 주요 조항

 

12(비밀유지) 7. (전직금지) 피고는 사직, 해고 기타의 사유로 원고와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후 12개월간 동종 분야의 업무에 종사 하거나 동종업체를 설립하지 아니한다. , 원고의 사업장 반 경 5km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예외로 한다.

 

13(손해배상) 이 계약을 위반 또는 불이행한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액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과 다음 아래 협의한 손해배상액 중 큰 금액을 배상하여야 하고, 7조 및 제8, 103항과 4, 12조의 경우도 이에 해당하며, 계약서에 지정하지 않은 손해는 일반 상거래에 준하여 판단한다.

 

3. 위 제12조를 위반한 경우 학생 한 명당 5,000,000원을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다. 만일 피고가 적극적인 학생유치(유무선 전화, SNS, 카톡유사프로그램, 편지 등) 활동을 하여 제12조를 위반한 경우 고의 위반이라 보고 학생 한 명당 10,000,000원을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다. 위의 고의 위반여부는 피고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단순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벗어나 첨단기술 등이 기업 그대로의 경쟁력이고,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기업활동과 관련된 정보는 그 자체로 기업의 중요한 재산이다. 기업의 연구성과나 기술정보, 영업비밀 등을 알고 있는 핵심인력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서 근로자의 이직, 전직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마다 인재 스카웃에 열을 올린. 헤드헌터에게 큰돈을 들여서라도 타사에 소속된 핵심인력을 빼오려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입장에서는 동종업계에 취직하거나, 동종영업을 하게 되면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전직금지가 문제되는 부분이, 기업의 핵심기술을 담당하는 연구직 등에 한정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경영인·전문직 종사자는 물론 학원강사에 이르기까지 영업비밀 침해 금지 문제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번에 소개할 판례는 영어학원과 그 곳에서 근무했던 강사가 퇴사한 후 근처에 영어학원을 차리면서 문제가 됐다.

 

영어학원 퇴사 후 근처에 학원차려

학생들 6~7명 옮겨가

 

김나래 씨(가명)는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20154월경 최진숙 씨(가명)와 강사계약을 체결했다. 강사계약서에는 최진숙 씨가 사직·해고 기타 사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후라도 12개월간 동종분야의 업무에 종사하거나, 동종업체를 설립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전직금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 다만, 김나래 씨 영어학원 반경 5km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예외로 뒀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학생 1명당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문제는 최진숙 씨가 20162월 영어학원에서 퇴사한 후, 곧바로 3월 김나래 씨 영어학원으로부터 직선거리 2.2km 떨어진 곳에 영어학원을 차리면서부터 생겼다. 최진숙 씨가 학원을 차리면서 6~7명의 학생들은 최 씨의 학원으로 옮겨 갔다.


전직금지 vs 직업선택의 자유

 

김나래 씨는 최진숙 씨가 강사계약서의 전직금지 조항을 위반했으므로, 3,000만원(학생 1명당 500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진숙 씨는 강사계약서 자체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다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므로 근로관계 등이 종료한 후 동종 영업을 하거나 동종업무에 종사하지 않기로 하는 경업금지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내에서만 효력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김 씨와 최 씨의 강의계약기간이 1년에 불과함에도, 그 후 1년 동안은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게 돼 최 씨의 부담이 과도하고, 보수를 보더라도 통상적인 보수조건에 비해 상당히 유리해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특별한 대가가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씨 학원의 운영상 노하우 등이 수강생들의 선택에 별다른 영향을 미쳤다고도 보이지 않고, 그밖에 경업금지를 강제함으로써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김 씨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수강생들의 학습권 보장이나 관련업계의 영업질서 등과 관련한 공공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전직금지약정과 손해배상 예정부분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며 근로자 최진숙 씨의 손을 들어줬다.

 

전직금지, 구체적 법정기준 없어

 

이번 판결에서 드러났듯이 법원은 먼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에 따라 당사자간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제한하고 있다.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특별한 대가가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근로자의 전직금지의무에 대한 보상 등도 고려했다. 아울러 전직금지 기간, 사용자측의 보호할 만한 영업이익이 있는지, 넓게는 관련업계의 영업질서 등 공공의 이익까지 고려하는 등 폭넓게 판단했다.

 

하지만 추상적이다. 대법원도 전직금지약정의 효력과 관련해 근로자의 퇴직전 지위 전직금지 제한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 제공 보호할 만한 가치있는 사용자 이익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구체적 법정기준이 없는 상태라 하급심에서는 개별사안별로 상반된 판단도 존재한다. 유정은 THE보상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원은 퇴직 후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 및 전직금지기간 등 제한에 추상적인 판단기준은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별사안으로 들어가면 당사자의 담당업무, 영업비밀의 중요성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법원의 판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호할 만한 가치있는 영업비밀인가

 

구체적 법적 기준이 없다보니 법원의 판단은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먼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좌우할 수 있는 보호할 만한 영업이익인지가 중요하다. 보호할 만한 영업 이익 자체가 없다면 약정자체가 무효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전직금지 약정을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를 보자.

 

근로자가 회사를 퇴사한 후 경쟁관계에 있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운영했다. 회사측은 전직·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퇴사한 근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근로자가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해 영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사가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거래를 독점할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러한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원은 퇴직 후 2년의 경업금지약정이 근로자의 이러한 영업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돼 무효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82244).

 

반면, 회계법인 임원이 다른 회계법인으로 전직한 사안에서는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서울중앙 지법 2013.4.29 선고 2013카합231). 회계감사·감정·증명·정리 등 업무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에 과장급으로 입사해 10년간 근무해 임원급으로 승진한 직원이 다른 회계법인으로 전직한 사안에서 법원은 전직한 임원은 세무2본부 국내조세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사업전략·자문기법·용역대가·고객유치를 위해 필요한 고객에 관한 정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경쟁업체로 전직할 경우 신청인 회사의 고객사들은 업무의 연속성이나 신뢰관계 등을 이유로 경쟁업체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다만 제한기간을 1년으로 제한했다.


 

 

불안한 동거하는 영업비밀소유 기업과 근로자

 

회사와 근로자간의 전직금지 약정은 그 자체로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어 법원은 근로자의 퇴직전 지위 전직금지 제한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 제공 보호할만한 가치있는 사용자 이익 공공의 이익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영업비밀을 소유한 기업 입장에서는 법원의 이러한 종합적인 판단기준과 판단방법에 대해 불명확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서울 종로 IT 보안솔루션 중견기업 인사 팀장은 근로계약서에 전직금지 약정을 의무적으로 작성해 넣어 놓고는 있지만, 연구직들의 퇴사와 전직의 경우에 어디부터 어디까지 대응해야 하는지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히, 이직이 잦은 IT기업 특성상 입사부터 퇴사시까지 매번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진행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차상육 교수는 2015법학논고에 게재한 퇴직후 경업금지약정과 영업비밀의 보호투고 글에서 현재 법원의 판단기준과 판단방법에 대해 다소 명확하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안정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또 피해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업금지약정이나 합의가 약정당시의 당사자의 의사에 의해 유효로 되는지, 아니면 사후적 이유로 유효성에 흠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사전에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직금지와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충돌이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직금지약정이나 합의가 영업 비밀보호를 위한 결정적인 수단으로 여길 수 없고, 개인 입장에서도 약정위반으로 손해배상 등 위험에 노출돼 있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좀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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