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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M


<시사경제판례> 건설업 무등록자의 불법재하도급, ‘무죄’?

사실상 법상 사각지대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지난 5월 12일 건설공사를 불법으로 재하도급 했으나, 재하도급 받은 자가 건설업 등록이 돼 있지 않은 무자격자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일반인의 상식에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해당 사례를 살펴봤다.


* 인천지방법원 2017. 5. 12.  2017고정359 건설산업기본법위반


재하도급 제한규정 위반… 하지만 무등록자는 불법재하도급 행위 처벌 못해


김상도(가명) 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AB’이라는 상호로 건설업을 하던 사람이다. 김상도 씨는 2012년 7월 24일 강화군 화도면 AC 소재 전원주택 공사 부분을 하도급 받아, 같은 날 그 공사의 전부를 최진기(가명) 씨에게 재하도급을 줬다. 김상도 씨의 이 같은 행위 자체는 명백한 재하도급 제한규정 위반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은 ‘건설업자는 도급 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상도 씨에게 불법재하도급에 따른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상도 씨가 건설업 등록이 되지 않은 무자격자라는 것이 그 이유다. 재판부는 “김상도 씨가 위 공사의 전부를 다시 최진기 씨에게 재하도급했다고 하더라도,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건설업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서 ‘건설업자’란 이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등록 등을 하고 건설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제29조 제1항에 의한 벌칙 적용은 등록 등을 한 건설업자가 등록 등을 한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을 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건설업 무등록자 불법재하도급 처벌, 사실상 법률 사각지대


사실 일반인의 상식에서 건설업자의 경우 법에서 금지한 불법재하도급을 한 경우 처벌하는데, 이보다 더 불법성이 강한 무등록 건설업자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정진 김명식 변호사는 “당연히 가벌성은 무등록자의 불법재하도급 행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건설산업기본법이 불법재하도급 행위의 처벌의 대상으로 등록한 ‘건설업자’를 전제로 하는 이상 무등록자의 행위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법률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김명식 변호사는 “하지만 현재 무등록자의 불법재하도급의 행위만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이지, 등록을 하지 않고 건설업을 하거나, 자격없는 자에게 명의를 대여해 주는 행위 등 대부분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상도 씨는 이번 판결과 별도로 건설업 미등록의 범죄사실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수주한 공사 전부를 무등록 업체에게 일괄하도급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건설업자라 함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등록 등을 하고 건설업을 영위하는 자를 말한다”면서 “제29조 제1항, 제96조 제5호에 의한 벌칙 적용은 등록 등을 한 건설업자가 등록 등을 한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을 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08. 4. 24.선고 2007도9972 판결).



무등록·무자격자 건물시공 … 국민 안전위험 노출

건설업 등록 심사도 허술, 부적격 업체 거르지 못해


소규모 건축, 무등록·무자격자 시공 만연


위 판례는 건설업법상 무등록한 자가 불법재하도급한 행위가 문제가 됐지만, 사실 빌라·다세대주택·소규모 빌딩 등 규모가 작은 상당수의 건축물 공사에 대해 건설업법상 등록되지 않는 무자격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현실은 계속 지적돼 왔다. 특히,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를 통한 건축주, 건축사, 개인 등 무자격자의 시공, 저렴한 비용으로 건축 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시공 사례가 많다. 또 무자격자에 의한 시공의 경우 부실시공, 안전관리, 하자발생 책임 기피, 세금 탈루 등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빨리 근절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이 계속 부각돼 왔다. 이에 각 지자체 중심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쉽사리 근절되고 있지 않다.


지난 2015년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의해 무면허 건설업자들에게 건설업 등록증을 불법 대여하고, 총 18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면허 대여업체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피의자 이모 씨 등은 무면허 건설업자들에게 건당 200~30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면허 대여를 해줬으며, 횟수로는 7,336회, 전체 공사규모 4조200억원, 예상 탈세액(국세청 법인세과) 8,100억원(추징세액 1조1,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처음부터 무면허 건설업자들에게 면허대여를 해주고 부당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전문 브로커들이 면허등록에 필요한 건설기술자격증 등을 빌려 면허를 부정발급 받은 법인을 인수하거나, 직접 부정발급 받는 방법으로 면대법인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무자격자 불법시공, 결국 국민 피해 증가 불가피


이 같은 건설업 무등록자나, 무자격자가 행하는 시공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한국건설산업 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 근절방안’ 보고서는 등록증의 불법대여에 포커스를 맞춰 ‘무자격업체의 실태 및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다. 보고서는 “건설업 등록증을 대여한 건설업자는 법위반에 따른 처벌 위험(risk)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면서 “비용-편익 관점에서 불법 행위 억제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지나치게 높은 적발 확률(99.7%)을 요구하고 있어 관련 법·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나경연 연구위원은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로 인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건설업 등록증 대여 금지규정을 위반한 건설업자 및 그 알선자는 물론, 공모의 입증이 가능한 경우 건축주에 대해서도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시장 교란 행위의 대표적 사례로 건설업 등록증 대여 등의 행위로 인해 등록말소 처분을 받은 경우는 건설업 재등록을 금지하거나 건설업 등록증 재발급 가능 연수를 10년 이상으로 하는 등 연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회적으로 계속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결국 지난 3월 국회에서 무등록 건설업자·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자에 대해서는 재등록 결격기간은 10년으로 연장했고, 형사처벌도 3년 3,000만원에서 5년 5,000만원으로 강화했다. 또 무등록 건설업자도 형사처벌이 5년 5,000만원으로 강화됐다. 아울러,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에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건축주도 처벌되도록 했다.


건설업 등록 심사도 허술, 부적격 업체 거르지 못해


무등록 건설업자도 문제지만, 등록된 부적격 건설업체도 문제다. 2016년 11월 기준 등록된 건설업체수만 5만9,249개고, 2015년에는 관급공사 평균입찰자 수가 계약당 36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 3월 건설업 등록 및 관리 전반을 점검해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불법·부적격 건설업체의 진입을 방지하고 퇴출을 유도하고자 ‘등록 심사 등 등록기준 관리’와 ‘등록 후 사후관리’ 분야로 나눠 감사중점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감사결과는 등록에서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


감사원은 “지자체와 대한건설협회가 자본금 기준 심사업무에서부터 기술능력 심사업무에 이르기까지 부실하게 수행해, 등록기준에 미달된 건설업체를 그대로 등록해주고 있었으며, 국토부는 이에 대한 관리감독에서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자체들은 건설업체가 제출한 재무제표에 출처가 불분명한 유가증권 등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되지 않는 자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금으로 인정해 자본금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처리했으며, 브로커로부터 제공받은 가공된 서류를 증빙으로 재무제표에 가장 계산한 것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했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업체가 자격증을 불법 대여받아 기술능력으로 신청했는데도, ‘피보험자격 이력내역서’를 제출받지 않았고, 기술자 상시보유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기술능력 기준을 충족했다고 처리하기도 했다.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국토부도 마찬가지로 사후관리에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센터는 부정확하게 입력된 기초자료를 근거로 직접시공 비율 위반 의심업체를 추출하고 있었고, 의심업체 통보주기도 일관성 없이 임의로 정하고 있었으며, 추출과정에서 의심업체를 누락하고도 이에 대한 자료관리도 되지 않았다. 또 등록말소 대상인데도 영업정지 처분을 하거나 영업정지 대상인데도 시정명령을 하는 등 행정처분에서도 잘못이 드러났다.


무등록 업체가 난립하고, 실제 무자격 업체들이 건설시장에 판치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국토부는 “기술자가 다른 업체에 겸직하거나 자격증 등을 대여받아 기준을 충족하는 일이 없도록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이력 내역서’를 철저하게 확인해 이중가입돼 있는 경우 건설업 등록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지자체 및 대한건설협회에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이력 내역서’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통보하고 직무교육도 시행함과 아울러 자격증을 대여·알선 또는 도용한 자 등은 관계법령에 따라 고발 및 행정처분 등을 조치하고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도 책임을 묻는 등 적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 생활과 안전에 직결된 분야인 다세대주택, 빌라 등 대다수 건축공사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건설현장에서의 불법 근절의지가 어느때 보다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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