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는 스마트폰 산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웨어러블(wearable)’ 기기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구글이 ‘구글 글래스’를 출시한 데 이어 금년 초 미국과 스페인에서 개최된 세계가전쇼(CES)나 모바일쇼에는 삼성, 소니, 퀄컴 등이 시계형과 밴드형 웨어러블기기를 공개했다.
웨어러블기기는 시계, 안경, 의류와 같이 몸에 착용하는 제품에 IT 기술을 융합한 첨단제품을 말한다. 구글이 구글글래스를 공개했고, 애플도 시계타입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웨어러블 혁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웨어러블의 개념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지만 익숙하지 못한 이용환경과 소비자의 경험부족 등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 기기의 성능향상과 편리한 기능·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맞물려 웨어러블 산업은 ‘넥스트 빅띵(Next Big Thing)’으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 열린 구글개발자회의에서 구글은 웨어러블기기 전용의 개방형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웨어(Android wear)’를 공개하고 판매에 나섰다.
안드로이드웨어는 현재 총 11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검색 및 구글 나우(Google now)’, ‘내 걸음 수 확인’, ‘내 심박 수 확인(옵션)’, ‘문자 메시지 확인 및 전송’, ‘이메일 확인 및 전송’, ‘일정 확인’, ‘주변 탐색’, ‘음성 메모’, ‘알림’, ‘타이머’, ‘스톱워치’ 등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 발표는 기존의 단순한 모바일기기에서 벗어나 소비자취향의 웨어러블기기로의 변환과 새로운 시장이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투자은행인 ‘Credit suisse’는 웨어러블기기 시장이 올해 30억 달러 규모에서 5년 내에 300~500억 달러 규모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MIT Technology Review는 2013년 10대 기술로 스마트 워치를 선정했다. 웨어러블 제품 관련 벤처 투자 및 소비자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웨어러블기기의 등장 및 성장은 ‘휴대에서 착용으로’모바일트렌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시계는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데 강점이 있어 회의 중에 문자나 연락이 왔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시계로 간단한 확인이 가능하다.
즉, 우리 몸에 착용하고 있는 안경, 펜던트, 의류, 시계, 팔찌, 신발 등에 IT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스마트기기로 만들 수 있다.
웨어러블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와 디자인 개발 그리고 기술 분야에서의 융합역량 여하에 크게 좌우된다. 웨어러블 기기의 적용분야가 광범위하고 적용기술 또한 다양해서 기존 스마트폰 산업에서의 기술경쟁과 시장구도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 실현
웨어러블기기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와 주변의 사물을 연결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그쳤다면, 웨어러블기기는 사물인터넷과 연결되어 시계, 안경, 의류,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일 수 있는 것이다.
웨어러블 혁명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웨어러블 혁명을 선도할 것으로 봤던 구글 글래스의 대중적인 확산과 더불어 웨어러블 혁명의 전초전은 지금 막 불붙고 있는 스마트워치나 밴드형 기기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마트워치나 밴드형기기는 웨어러블기기의 대표주자가 되면서, 기존 스마트폰에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현재까지는 삼성이 내놓은 ‘기어’가 이 새 영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일어났던 스마트폰 혁명은 기존 시장의 전통적인 공룡들을 도태시켰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삼성의 취했던 Fast-follower 전략 성공으로, 기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강자가 되었다. 반면 아이폰의 등장을 과소평가하고, 피처폰에 집중했던 노키아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스마트워치 영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을 따라잡기 위해 구글과 손잡은 LG와 모토로라는 웨어러블 혁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시장의 관심사는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처럼 애플이 아이워치를 내놓으면서 웨어러블 혁명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가이다.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스마트워치 전쟁의 승패에 따라 또 다시 기존 아이폰시장에서 우위는 아무 의미가 없고 새로운 웨어러블시장에서의 재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웨어러블시장에서는 기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인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겠지만, 특화된 산업영역별로 지금까지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중소기업들이 틈새시장을 노릴 기회가 많아졌다. 예를 들면 미국의 벤처기업 ‘페블’이나 ‘고프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페블(Pebble)사는 대중적인 펀딩을 통해 7만여 명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개발한 스마트워치가 지난 1분기 미국시장에서 35%의 점유율로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웨어러블 카메라 전문기업인 고프로(GoPro)는 나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 39억 달러에 달하는 창업신화를 만들었다. 이 같은 성공사례는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현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전자산업구조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미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존 제조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은 스마트밴드, 스마트안경 등의 사업에도 손을 뻗는 형국이다. 웨어러블 시장이 초기인 만큼 업체별로 기술력의 차이는 적은데 중국 업체들이 파격적인 가격정책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라이브와 LG전자의 G워치에 맞서 중국 업체들도 헬스케어, 방수 등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춘 웨어러블 기기들을 선보이며 한국제품들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도 웨어러블기기 관련 기업 육성 나서
최근 우리 정부에서도 웨어러블기기 관련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으며,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웨어러블 스마트디바이스 포럼’도 발족됐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뿐 아니라 임베디드 SW, 반도체칩을 제조하는 관련 중소기업을 비롯하여 전국 주요 대학과 국책 연구기관들도 참여하여 경쟁력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웨어러블혁명은 스마트폰의 모바일혁명 뒤를 이어 세계시장이 우리 기업에게 주는 또 다른 기회이다. 우리가 국제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입시위주의 서열매기기 교육이 아닌, 창의력과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을 중시하는 교육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앞선 기업을 뒤쫓아 이기는 전략이 아닌 남보다 뛰어난 아이디어 제품을 먼저 내놓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시스템의 획기적인 전환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기존 스마트폰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했던 것처럼 앞으로 다가올 웨어러블기기 시장에서도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의 일등 자만심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IT 강국, 홧팅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