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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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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47년 시계와 함께한 소박한 명품 인생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詩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노래한 정호승 시인이 만난다면 사랑하고야 말 사람이 있다.

자신의 눈물을 사랑하고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 장애를 변명하지 않고 묵묵히 삶이라는 길을 걸어온 사람, 순간의 성공을 꿈꾸지 않고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낭비하지 않은 사람, 고장난 시계를 바로잡으며 손끝으로 우주를 만진 사람, 그가 바로 명품 시계 수리 김형석 장인이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오가는 남대문 상가 한 모퉁이에서 작은 스탠드를 켜고 오늘도 여전히 시계를 수리하고 있는 시계 수리 장인 김형석 씨를 만나보았다.

그는 칠순을 앞두고 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30대의 그것 같다. 그가 시계와 함께 오전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꼬박 하루를 보내는 곳은 남대문 상가에 있는 <미남사>다.

 래전 시계를 책임지고 고쳐주는 김 장인이 고마워 최00라는 고객이 지어준 가게 이름 <미남사>. 마음이 아름다운 그대, 또 먼 남쪽에서 올라와 아름다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라는 의미란다.

 그는 서해안 고속도로 마지막 톨게이트인, 일로 톨게이트가 있는 전남 무안, 남쪽 사람이다. 들로 산으로 뛰돌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만 초등학교 때 다리를 다쳐, 그 이후론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한 채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오고 있다.

 어찌할 바를 몰랐던 10대,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김준환 선생 문하에서 시계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도 어떤 존재가 되고 싶다’라는 열망으로 더 큰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요즘 사람들이 자주 쓰는 ‘몰입’이라는 말, 그런 표현 자체는 알지 못했지만 그의 삶 자체는 그야말로 시계 기술이라는 깊은 바다에 흠뻑 빠져 지냈다. 그러다보니 그는 어느새 목포에서 부산으로 또 서울로 선 굵은 이동이 이뤄져 있었다.

사실 외로웠다. 고독했다. 얼굴에 흐르는 눈물보다 마음에 흐르는 눈물자국이 훨씬 깊었다. 그러나 그는 눈물이 흐르는 만큼 점점 꿈이 커지고, 그에 따라 용기도 커지는 것을 느꼈다.

김 장인은 서울 소공동 반도조선 아케이드에서 당시 외국인 전용 면세점에서 명품시계 수리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일본인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 명품 시계 수리 기술인이 되어갔다.

롤렉스, 오메가뿐만 아니라 파텍필립, 브레게,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아 랑게 운트 조네, 글라슈테 오리지널 같은 명품 시계는 좋은 부품도 중요하지만 숙련된 명품 손길로 책임지고 끝까지 수리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은 일개 고용인일 뿐이어서 자신의 소신 대로 서비스할 수 없는 것이 항상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그는 드디어 결심하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만의 원칙으로 시계 수리를 할 수 있는 <미남사>를 오픈했다.

지금까지 <미남사>를 운영하는 데에는 특별한 원칙이 있다. 그는 정직과 신용을 최우선으로 한다. 시계 수리에 필요한 부품은 항상 최고품을 고집했고, 부품을 바꾸면 6개월 간 책임수리를 보장했다.

그것이 고마워 이00 고객은 추운 곳에서 일하는 그에게 파카를 선물해주면서 현금 20만원을 전해주기도 했다. 이에 믿고 찾는 20-30년 된 단골고객이 많다는 것이 40년 이상 정직과 기술력으로 승부한 김 장인의 자랑이고 명예다.

시끌벅적 오가는 사람들. 주위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 이미 체화됐나 보다. 오가는 이들이 많은 남대문 그곳에 고요한 스탠드 불빛을 친구 삼아 시계를 수리하고 있는 그의 뒷모습에서 일편단심 시계 인생의 힘이 느껴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이런 뒷모습이 아닐까. 화려한 성공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원칙대로 개척해가는 이들의 평범한 성공이 주는 숙연함 같은 것. 그는 내일도 <미남사>에서 한 손에는 핀셋, 한 손에는 시계를 들고 평범하지만 경이로운 시계 기술 장인의 하루를 보낼 것이다. 이것이 오늘 그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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