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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재균 칼럼] 지프와 체로키족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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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 자동차회사인 지프(Jeep)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 대표 브랜드인 SUV 차량인 체로키(Cherokee)라는 모델은 1974년부터 체로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지프 판매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대중에게 널리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이다. 이 브랜드의 ‘체로키’라는 이름은 16세기 유럽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기 이전부터 살고 있던 북아메리카 원주민족을 일컫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팝가수 앨비스 프레슬리, 영화배우 카메론 디아즈, 케빈 코스트너, 조니 뎁 등이 체로키 혈통을 가지고 있다. 현재도 25만 명(2019년 기준) 가량의 원주민이 거주 중이다. 

 

2021년 2월 체로키족의 추장 척 호스킨 주니어는 미국 뉴스방송사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프가 자동차 측면에 우리의 이름을 도배하는 것은 우리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서 호스킨은 “지프는 불과 몇 십 년 전부터 체로키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우리는 선사시대부터 이 이름으로 살아왔다”며 “지프가 우리의 이름을 더 이상 자사 제품에 활용해 마케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판은 미국 내 몇몇 기업과 스포츠 팀들이 인종적 고정관념을 상징적으로 사용하여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발과 일치한다. 과연, 체로키족 사람들이 수 천 년째 그토록 지켜가고 있고, 앞으로도 지켜갈 이름 ‘체로키’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눈물의 길, 체로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하기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미국의 원주민이다. 그런데 원래부터 이들을 ‘인디언(Indian)’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콜럼버스가 그들이 살고 있었던 대륙인 아메리카를 인도인 줄로 착각하고 스페인어로 인도인이라는 뜻의 ‘인디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16세기 이후 유럽인의 이주로 인구 감소 및 문화의 파괴 및 변화 등이 일어나 원주민 보호구역이 제정되었으나 점점 축소되어 일부지역만이 남아 있다. 미국 내 원주민 수는 인구의 약 1.6%인 520만명(2019년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체로키 족이 가장 많은 인구(약 25만명)를 차지하고 있다. 

 

16세기 후반 체로키족은 영국과 미국 사이에서 자신들의 땅이자 동시에 생명인 그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이후 1830년대 미국 조지아 주에서 일어난 골드러시(gold rush, 상업적인 가치가 있는 금이 발견된 지역에 노동자들이 대거 이주하였던 현상)로 인해 백인들이 그들의 토지에 난입한다.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미국 정부는 그해 1830년 <인디언 이주법(Indian Removal Act)>를 강행한다.

 

이때, 미국 원주민들은 ‘인디언 보호구역’이라는 곳으로 강제 이주 당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질병, 추위, 굶주림으로 죽게 되는데, 이를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이라고 부른다. 이 ‘눈물의 길’은 그들의 고향인 삶의 터전에서 1천 9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무려 4천 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체로키’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인디언 보호구역에 갇혀 삶의 터전을 잃은 채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 고난을 겪은 그들이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그들 고유의 전통적인 삶을 수 천 년째 이어가게 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들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무엇보다 중요시 여겼던 그들의 삶의 가치를 생태 교육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체로키족의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자 한다.

 

체로키족에 관한 다양한 내용들이 영화, 다큐멘터리, 책 등으로 제작되어 소개되고 있지만, 단순한 사실적 정보가 아닌 그들의 삶과 지혜를 문학적으로 소개한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 조경숙 옮김, 1976년작, 2014 개정판)’을 통하여 급변하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체로키족의 삶과 정신을 함께 고민하려고 한다.

 

저자 포리스트 카터(Forrest Carter)는 1925년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태어났는데, 그 또한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일부 이어받고 있다.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그의 자전적 소설로 발간 초기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그가 죽고 12년이 지난 1991년 제1회 전미서점상연합회(ABBY)상을 받게 된다. 필자가 이 책을 손에 집게 되었던 계기는 영어 원래의 책 제목 때문이었다.

 

한국어로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로 번역되었지만, 원 제목은 <The Education of Little Tree>이다. 즉, 작은 나무(Little Tree)라는 주인공이자 저자인 본인을 통해 삶의 “교육(The Education)”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작은 나무'는 책의 화자이자, 5살의 어린 주인공이다. 작은 나무라는 어린 아이를 통해 들려주는 삶에 대한 가르침, 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아이를 남겨두고 인생을 마치기 전, 손자에게 전해주는 진짜 교육이 담겨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작은 나무와 헤어지기 전 한 일은 그저 ‘함께하기’였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체로키족 인디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품에서 10살이 될 때까지 자란 이야기와 경험을 작가 자신의 자서전처럼 때로는 소설처럼 적혀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체로키족이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강제이주(1838년)를 당한 이야기가 등장함으로 그 이후라 볼 수 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구도로 바라 볼 수 있는 것 같다. 기존에 자신들의 터전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왔던 인디언인 체로키족의 삶과 이들 땅에 새로이 들어와 마치 자신들이 옳고, 정의로움을 드러내는 정치가, 백인, 기독교인들의 모습이다. 여기서 체로키족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작은 나무와 윌로 존이라는 또 다른 체로키족은 자연과 교감하며 새로운 백인들의 영향력에도 당당하게 맞서며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반면, 이 이야기에서 정치가, 백인, 기독교인은 모두 위선적이고 말뿐이며 그들 자신의 삶을 고수하나 그것이 정작 반대의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 체로키족은 항상 새들의 노랫소리와 물소리를 느끼고, 나무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전한다. 각각의 능력과 소질이 달랐지만 본인의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갔던 개와 노새, 그리고 이름 없는 나무와 풀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가 느끼도록 함께 천천히 걷는 할아버지는, 우리의 학교교육이 지식과 기능, 성과를 추구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과 상호의존적 관계로 나아가는 보다 확대된 교육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왜 생태 중심주의 교육이 필요할까?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문재인 대통령 등 40개국 정상들이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하여 화상회의를 열었다. 핵심적인 내용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시하였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한미 정상간 첫 대면일 뿐 아니라 40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첫 회의 주제가 ‘기후변화 위기’라는 것은 지금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구적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16세기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와 프랜시스 베이컨은 모든 존재를 정신과 물질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관에 따르면 자연은 정신 혹은 영혼이 없는 단순한 물질로, 하나의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간이 마음대로 이용하고 지배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러한 세계관에 바탕을 둔 것이 ‘인간 중심주의 자연관’으로 자연을 이용함으로써 인간의 삶이 더 윤택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을 함부로 사용하여 훼손한 결과 현재 심각한 환경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것이 ‘생태 중심주의 자연관’이다. 체로키족의 교육이 이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생태 중심주의 자연관은 모든 생명체가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도 자연으로부터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을 구성하는 일부라고 본다. 도덕적 고려의 대상을 무생물, 종, 군집 나아가 생태계 전체로까지 확대한다. 생태 중심주의는 개별 생명체보다는 상호 의존성에 바탕을 둔 생명 공동체 그 자체에 관심을 갖는다. 이처럼 자연, 인간, 동식물, 환경 등과 같은 다양한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엮어 있는 생태계이므로 자연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동양에서는 도가사상의 선구로 알려져 있는 양주가 대표적이다. 양주는 생명 중시 사상을 다양하게 주장하였는데, 한비자에 의하면 양주는 “큰 이익을 얻기 위하여 ‘자기 정강이의 털 한 올’도 가볍게 내놓지 않는 인물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맹자가 말한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행동 강령이 아니라, 당시 춘추전국시대라는 극심한 혼란 속에서 누구든 자신의 안전을 기약할 수 없게 만들 만큼 극단적인 상태였기 때문에 지식인들은 이 혼란 상태를 해결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양주의 생명 중시 사상은 단순히 자신만의 생명을 중시한 이기적 개인주의가 아니라, 개체 생명이 그 어떤 외부적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며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도 똑같이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합리적 개인주의이다. 즉, 모든 사람이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중히 여길 때 사회 혼란이 잦아 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 중심주의 교육을 통하여 인간과 자연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우리의 교육이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배움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2000년 2월 멕시코에서 열린 지구환경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한 파울 크루첸은 “우리는 이제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에 살고 있다”라고 말하였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를 뜻하는‘anthropos’와 시대를 뜻하는 ‘cene’의 합성어로, “인류로 인해 빚어진 지질시대”라는 뜻이다. 즉, 인간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에 미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컫는다.

 

현재 인류세라는 시대 구분은 입장차가 다양하지만 “과거와는 전혀 달라지고 있다”라는 점은 공통적 인식이다.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 COVID-19라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의 확산 속에서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자연, 인간, 동식물, 환경 등 다양한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다는 체로키족의 교훈과 이에 맞닿은 생태 중심주의 교육은 수 천 년의 세대를 이어오면서 전해 내려온 소중한 지혜이자 다음 세대에게 반드시 이어 갈 바람직한 삶에 대한 교육의 사상적 기저라고 생각한다.  

 

MeCONOMY magazine Ma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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