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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수입쌀과 비소

 

비소는 피부암과 폐암, 방광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며 살충제와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독극물이다. 환경운동가인 레이첼 카슨은 “비소는 한 번 뿌려지면 토양을 영구적으로 오염시키는 물질”이라고 말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식수의 비소 농도를 10ppb(1ppb는 10억분의 1)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쌀에 대한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정한 쌀의 무기비소 기준은 200ppb이고 중국은 150ppb이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CODEX 기준을 전용할 계획이다. 전 세계인구의 절반 정도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비소쌀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아시아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환경물질은 일회 섭취량뿐만이 아니라 일회섭취량이 극소량이어도 향후 누적치가 문제가 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쌀의 비소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소 축적 막는 신품종 벼 개발


지난 10월 한일 공동 연구진이 벼에서 비소의 축적을 막는 단백질을 발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 인구 절반이 주식으로 삼고 있는 쌀에서 독극물인 비소가 검출됐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연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포스텍 이영숙 교수와 일본 오카야마대의 마지앙펭 교수 공동 연구진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에서 “쌀에 비소가 축적되는 것을 억제하는 벼의 수송단백질(OsABCC1)을 처음으로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이영숙 교수는 지난 2010년 비소의 독성을 없애는 식물 유전자를 규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영숙 교수·송원용 박사·박지영 박사과정생(포스텍 생명과학과)·마티노이아 교수 연구팀(스위스 취리히대학)이 주도하고 슈로더 교수 연구팀(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이 참여한 이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연구실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인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 속보(11월 15일)에 게재됐고 국내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비소를 식물세포의 저장고인 액포로 수송해 세포질과 격리시킴으로써 식물이 비소에 중독되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하는 유전자(AtABCC1과 AtABCC2)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되는 독성 물질인 비소로 오염된 환경을 정화할 수 있는 환경정화용 식물을 개발하고 비록 비소가 포함된 토양이라 하더라도 비소를 덜 흡수하는 안전한 작물을 개발하는데 이용될 수 있는 중요한 유전자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식물에 내포된 중금속을 축적하고 저항하는 메커니즘에 파이토킬레틴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파이토킬레틴과 결합된 독성 금속들을 액포에 저장해 격리하는 수송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처음으로 밝혀졌다. 특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의 토양과 식수에 비소 농도가 높고, 선진국에서도 광산지역, 목재·제지공장, 산업단지 등이 비소로 오염돼 있다. 비소로 오염된 지역에서 자란 작물이나 어패류를 섭취하면 비소가 인체에 그대로 축적돼 소화 및 피부 질환과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식물은 펩타이드 화합물인 파이토켈라틴으로 비소를 감싼 뒤 액포에 축적하는 방법으로 비소의 독성을 없앤다. 이 교수팀은 AtABCC1과 AtABCC2 유전자가 손실된 돌연변이 식물체는 비소에 매우 민감하고 비소와 결합된 파이토켈라틴의 수송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 두 유전자가 비소 무독화 과정 중 액포 수송 단계에서 중요한 유전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교수팀은 AtABCC1과 파이토켈라틴 합성 유전자를 함께과 발현하는 형질전환 식물체를 개발해 이 식물이 비소를 함유한 배지에서 야생종에 비해 훨씬 더 잘 자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것은 이 유전자들을 활용하면 식물의 비소 저항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쌀의 비소문제는 미국사회의 이슈


지난 2011년 미국에서 쌀의 비소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임산부는 그렇지 않은 임산부보다 소변의 비소 농도가 1.6배나 높고 이유식 제품 2종에서 식수 기준의 6배인 비소가 나왔다는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같은 해 미국 소비자잡지 <컨슈머 리포트>가 ‘미국 쌀에서 심각한 정도의 비소가 검출된다’고 보도하면서 쌀의 비소문제는 미국 사회에서 이슈가 됐다. 미국 소비자연합은 지난 2012년 <컨슈머 리포트> 11월호를 통해 미국 내 쌀 생산량의 76%를 차지하는 아칸소․루이지애나․미주리․텍사스주의 쌀에서 더 많은 양의 무기비소가 검출됐다고 밝히고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의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소비자연합은 “어른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먹지 말고 5세 이하 아이들은 쌀이 들어간 이유식을 먹지 말라”고 권고했다. 더불어 미국 정부에게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쌀의 비소 허용 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미국의회가 2012년 9월 21일 쌀의 비소 함량을 제한하는 입법안을 올렸으나 결국 법안을 만들지는 못했다. 미국 정부는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최재관 식량닷컴 발행인은 “2012년 9월 미국 소비자 단체 연합은 컨슈머 리포터를 통해 미국 쌀이 포함된 200가지 제품을 분석한 결과 매우 심각한 정도의 비소가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이 소식을 접한 우리 정부는 즉각 “미국 쌀의 잠정 수입중단 조치를 하고 미국에서 수입되는 수입쌀 34점을 조사한 결과 무기비소가 0.52~0.92㎎/㎏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최 발행인은 “2015년 이후 우리나라는 쌀 전면개방이라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국영무역에서 민간무역 성격을 갖게 돼 가격이 낮고 비소 오염 정도가 높은 미국 중남부 쌀이 수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쌀의 비소 안전기준은 더 정밀하게 만들어져야 하는 만큼 쌀은 매일 지속적으로 섭취하므로 장기섭취 계수를 참고해 결정하는데 그 값은 허용한도를 0.1㎎/㎏으로 결정해야 달성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안이한 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월 1일, 쌀의 무기비소 기준 등을 추가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 기준안은 내년 3월 고시될 예정이다. 2015년 쌀 전면 개방을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쌀 비소 기준을 0.2㎎/kg으로 WTO에 통보하자 수입쌀 등 비소오염문제의 심각성을 우려해서 기준을 더 낮춰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37차 총회를 열어 쌀 비소 허용 기준을 0.2㎎/㎏으로 정했다. 이번 결정은 중국이 의장국을 맡고 화산 활동으로 인해 쌀의 중금속 함량이 전체적으로 높게 나오는 일본이 공동 의장국으로 참여해 수출국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내용들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쌀의 카드뮴 기준을 본다면 국제 식품규격위원회의 기준은 0.4mg/kg이지만 우리나라 쌀 카드뮴 기준은 0.2mg/kg이다. 국제기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쌀이 한국인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식약처는 지난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쌀의 비소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영환 변호사는 “정부는 쌀 관세화와 더불어 쌀 중 비소기준을 0.2㎎/㎏으로 정해 WTO에 통보했으나 이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식약처는 SPS협정에서 정한 위험성 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준으로 삼고 있는 비소의 PTWI는 이미 코덱스와 관련된 전문가 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가 2011년 폐기한 기준”이라면서 “국제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과학적인 위험평가 방법에 근거해 허용 가능한 쌀 중 무기비소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SPS협정에 따라 국제기준보다 엄격한 쌀 중 비소기준을 세울 수 있으며 이 사실에 대해 WTO에 조속히 통보하면 된다. 우리만의 식습관에서 오는 쌀 평균섭취량으로 인한 비소 노출정도 등 모든 이용 가능한 과학적 증거 등을 바탕으로 위험성평가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동술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은 “쌀에 대한 비소 기준이 0.2㎎/㎏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기준을 설정하려고 한다”고 해명하면서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한 후 식품심의위원회에 상정을 해서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발암위해도 최고기준의 9배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현재 식약처가 정한 기준은 환경부가 정한 위험지수 기준의 2배에 달하고 발암위해도가 최고기준의 9배에 달한다. 식약처가 지난 2013년 국내산 쌀 188점을 조사한 결과 무기비소 평균은 0.07mg/kg으로 나왔다. 정부가 정한 기준 0.2mg/kg에 비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최 교수는 “지하수와 식이섭취로 노출되는 비소는 무기비소와 유기비소와 나뉘는데 무기비소가 독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비소는 폐암, 방광암, 피부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소는 피부질환, 말초혈관계질환, 고혈압, 당뇨, 생식계질환, 내분비계 교란 등 비발암성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비소는 국제암연구소(IARC), 유럽화학물질청(ECB), 미국 환경보건청(US EPA) 등에서 인체발암물질로 확인됐다. 비소는 물 이외 쌀, 어패류, 해조류 등 식이요인은 물론 흡연 등 기타 생활환경요인에 의해서도 노출될 수 있으며 한국인에게 있어 쌀은 중요한 노출원이 된다. 특히 미국 내 한국인 소변 중 비소농도가 미국인의 평균 이상이었으며 이는 쌀 섭취량과 연관성이 있었다.


최 교수는 “비소에 대한 합리적인 위해관리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비소의 노출원과 노출경로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확한 노출실태를 파악하고 한국인의 비소 감수성과 관련 환경역학 조사가 수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경호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Q. 쌀에 독성물질인 비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최초의 시점은 언제인지요.


쌀에 비소, 특히 무기비소가 고농도로 오염되어 있다는 보고는 1990년대 말 대만에서 최초로 발표됐습니다. 비소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며 쌀은 논농사의 특성상 비소가 특히 잘 흡수되는 작물입니다.
따라서 쌀에 미량의 비소가 존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바탕수준’ 이상으로 높게 함유되는 경우입니다. 토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비소가 쌀로 흡수될 수 있는데요. 지역적으로 다른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쌀의 비소 함량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인위적으로도 토양이 비소로 오염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비소함유 화학비료입니다. 그 외에도 광산 활동이나 비소계 농약의 사용에 의해 오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염된 토양에서 경작한 작물, 특히 벼는 비소를 잘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식품의 비소 기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쌀에 대한 국내·외 비소 기준을 보면 2014년 CODEX는 무기비소 0.2mg/kg(ppm)을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중국도 이와 같은 수준으로 최근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유럽연합 등은 현재 쌀의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행정예고(안)를 통해 쌀의 무기비소 기준을 CODEX 권고기준과 같은 0.2mg/kg으로 제시했습니다만, 쌀을 빼고 우리나라에서 비소의 먹거리 기준은 없습니다. 참고로 먹는 물 기준이 0.01mg/L입니다.


Q. 환경물질이나 독성물질은 소량만 섭취하더라도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고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누적치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소는 방광, 폐, 피부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거 외에도 발암력도 매우 강합니다. 말초혈관계 질환이나 내분비계 장애도 초래할 수 있어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비소의 노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은 비소의 발암력이 그동안 과소평가돼 왔으며 17배가량 강화돼야 한다는 평가결과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Q. 쌀의 안전성 대책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일 접하는 쌀에 유해물질인 비소가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임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것입니다. 식약처가 우리나라 사람의 주식인 쌀에 비소 기준을 설정하고자 시도한 것은 분명히 진일보한 조처로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기준이 국민 건강을 지키기에 충분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식약처는 우리나라의 쌀 비소 농도가 높기 때문에 현재 제안한 0.2mg/kg 기준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타협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쌀 중 비소 오염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인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쌀의 비소 오염은 지역과 토양에 따라서도 변하지만 기상조건에 의해서도 변화합니다. 우리나라 쌀의 비소 바탕오염 수준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혹시 조사 결과 쌀 중 비소 농도가 높아서 문제가 큰 지역이 있다면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간단한 방식으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혹시라도 유해한 지역이 있다면 찾아내어 이 지역에 대한 적절한 관리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기준 설정은 이런 노력과 병행해 국민 건강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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