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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영화의 서사구조

1000만 관객 돌파 영화, 영화를 빛내주는 스타들, 그리고 충무로를 넘어서 세계에서 제일 큰 영화 산업이 이루어지는 할리우드에 대한 관심까지. 이제 영화는 줄거리를 넘어서 영화 산업, 영화의 뒤배경까지 일반인들의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에 대한 스토리를 넘어서 보다 더 자세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에는 서사구조라는 게 있다. 서사구조하면 왠지 국어시간에나 배웠을 법하고 제2외국어를 배우면서
도 지겹게 들었을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영화의 서사구조는 고등학교 수업시간에서 배웠던 서사구조보다는 좀 더 재미나다.


서사는 영화의 사건들이 구성되는 방식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영화에서 나오는 사건의 구조, 혹은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하겠지만 영화에서 스토리를 어떻게 전개하면서 풀어나갈지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스토리 못지않게 중요하다.


흔히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사람이 이야기하면 재미있는데 어떤 사람이 이야기하면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선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려면 어떤 부분을 늘려야 하고 어떤 부분은 짧게 이야기하거나 생략해야 할지가 중요하다. 편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직 한국의 영화 산업은 이런 서사구조를 짜는데 있어서 할리우드보다 뒤떨어진다는 평판을 받는다. 스토리텔링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질문을 던진 다음 관객을 몰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탑 위에 커다란 눈동자가 움직이고 있는데 그것은 무엇이며 무섭고 사납게 생긴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정체 모를 기사들과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호빗 종족들, 정체를 숨긴 체 방랑하는 한 남자 등 끊임없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져주며 몰입하게 만든다.


고전 할리우드 서사 스타일


영화에서는 고전 할리우드 서사 스타일이라는 용어가 있다. 1915년에 확립된 이 말은 말 그대로 고전 할리우드에서 계속 사용했던 서사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은 영화가 앞으로만 진행하는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가령 한 사건은 다음 사건과 연결되고 논리적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답이 딱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고전 할리우드 서사 스타일에서 목표는 2가지가 있는데 개인적인 목표와 공공의 목표가 있다. 개인적인 목표는 사랑, 이성과의 로맨스가 대부분이고 공공의 목표는 성취감이나 무엇을 성공했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할리우드가 예전부터 추구해왔던 것은 해피엔딩이지만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해서 고전 할리우드 서사 스타일이 아닌 것은 아니다. 결과가 어찌 됐던 왜 그랬는지 사건들이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지는지, 관객들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지, 만약 성공했다면 그것은 고전 할리우드 서사 스타일이다.


고전 할리우드 서사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은 대표적인 영화는 1950년 일본 영화 ‘라쇼몽’ 이다. 영화는 여느 할리우드 영화처럼 다를 바 없이 관객들에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소개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나무꾼과 스님이 폭우를 피해 나생문(다 쓰러져가는 거대한 문 이름)에 머물고 있는데 어떤 평민이 비를 피하러 그곳에 들어오고 나무꾼과 스님이 이야기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무꾼은 승려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자 평민이 도대체 뭘 이해하지 못하겠냐고 묻는다.


나무꾼은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숲 속을 걷던 나무꾼은 모자, 밧줄, 그리고 상자가 길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 후 곧 사무라이 시체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사무라이가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사건을 목격한 나무꾼과 사무라이의 아내, 사무라이와 맞선 도둑, 무당의 입을 통해 찾아온 사무라이의 영혼까지 네 사람은 각기 다른 진술을 한다. 진실을 하나이다. 고전 할리우드 서사 스타일 같았으면 네 사람의 진술 중 거짓된 진술들을 관객에게 드러내고 이유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만, 라쇼몽은 어느 사람의 말이 진실인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뜬금없이 영화가 끝날 쯤에 나생문에서 갓난아이가 발견되고 나무꾼이 아이를 데려간다. 라쇼몽은 처음에는 관객에게 누가 사무라이를 죽였는지 그리고 범인은 누구인지 확실한 질문을 던져주면서 네 사람의 진술도 논리적으로는 제 각각 들어맞는 전형적인 고전 할리우드 서사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결국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다는 점과 뜬금없이 갓난아이가 발견된 점은 고전 할리우드 서사 스타일을 벗어 낫다는 점에서 훌륭하게 평가되는 영화이다.


자유 모티브와 필수 모티브


모티브란 어떤 물건을 포함한 이미지나 음색이 영화 속에서 반복되어 관객이 익숙해 질 정도에서 생긴다. 모티브는 영화 속에서 중요할 수도 있고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중요한 모티브를 필수 모티브라고 하고 없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하자가 없는 모티브를 자유 모티브라고 한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는 영화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필수 모티브이다. 반지의 제왕 속편 호빗에서 난쟁이들이 자신의 왕국을 되찾기 위해 용과 싸워서 가지고 오려는 아르켄스톤도 필수 모티브이다. 반면 영화 케이팩스에서 영화 속 주인공이 자신이 온 행성 케이팩스에서는 과일이 없다면서 바나나 먹는 모습이나 사과 먹는 모습 등을 자주 보여주는데 과일은 자유 모티브이다.


영화를 전개하는데 그리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주라기 공원은 안전장치를 차단해서 공원을 조사하러 갔던 사람들이 위기에 빠져서 공원을 탈출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안전장치를 차단한 것이 영화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으로 필수 모티브이다. 그리고 주라기 공원에서 자주 등장하는 면도 거품 캔은 처음에는 관객에게 무언가 의미를 줄 것 같으면서 결국 아무런 의미를 주지 않았다. 면도 거품 캔은 자유 모티브인 것이다. 필수 모티브야 영화 줄거리 전개에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자유 모티브는 그럼 왜 넣는 것일까? 자유 모티브는 미학적 복합성과 주제적 의미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자가 샤워를 하다가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있는 영화 싸이코(1960)에서는 새와 거울이 자유 모티브이다. 영화에 나오는 싸이코패스 살인자 노먼 베이츠는 취미가 박제이다. 그의 방은 박제된 새로 가득 차 있고 노먼 베이츠는 공격하는 새와 연관되고 그가 죽이려는 여자는 노래 부르는 새와 연결된다. 또한 그는 자신이 새장에 갇힌 새와 같다고 이야기 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새가 모이를 먹듯이 조금씩 음식을 먹는다. 영화의 사건은 새의 이름을 따서 지은 피닉스라는 도시에서 일어난다.


장르


장르란 특정한 일련의 기대에 부합하는 영화를 말한다. 영화를 보러 갈 때 관객들이 어떤 영화를 보게 될지 기대를 가지게 되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모두 장르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가령 SF, 액션, 호러, 코미디, 스릴러 등 대부분의 영화는 쉽게 식별 가능한 장르에 속한다. 모든 장르는 관행과 쇄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관행은 말 그대로 일종에 장르에 기대되는 암묵적인 규칙 또는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 같은 액션 영화에서는 자동차 추격전, 총격전, 남자 주인공, 그리고 남자 주인공과 로맨스를 펼치는 아름다운 여자 배우가 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공식이 이렇게 정해져 있는 탓에 감독들은 관객들이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는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뻔히 보이기 때문에 쉽게 그 요소만 충분히 집어넣으면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래서 관행은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쇄신은 감독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뻔한 장면들을 새롭게 업그레이드 한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1990년대 이후에 제작된 서부영화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과거 서부영화의 관행은 인디언은 나쁜 놈들이고 백인들은 선한 이미지로 나왔다.


하지만 1990년‘늑대와 함께 춤을’이란 영화에서는 백인들의 선하고 영웅적인 묘사보다는 인디언들의 입장에서 영화를 그려냈다. 또 영화 브로크백마운틴에서는 남성적임의 상징이었던 카우보이 사이에서 동성애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번 주말 재미나는 영화 한편을 골라 영화의 서사구조와 모티브, 그리고 필수 모티브를 떠올리면서 감상해보자. 지금껏 봤던 영화보다 감동을 더할 것이다.


MeCONOMY May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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