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말 한나라당 3선 의원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국민의힘의 울산 지역 현역의원인 김상욱 의원이 탈당 이후 이재명 후보 진영에 합류했다.
보수계 전·현직 의원의 잇단 민주당 입당은 선거를 앞둔 일시적 현상일까, 아니면 보수의 위기를 반영하는 시금석일까. 민주당 입당 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오을 전 의원을 이상용 주필이 만나봤다. 권오을 민주당 국민대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안동초등학교 안동중학교를 나온 안동 토박이 정치인이다.
그는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안동에서 당선된 이후 제16대, 제17대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안동에서 내리 3선을 했다. 그러나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는 국회의원과 경북도지사의 공천에서 계속 탈락하고 유승민, 김무성이 주도하는 신당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Q. 권오을 위원장님께서는 한나라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정당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오신 분인데, 이번에 민주당 국민대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권오을 위원장 여기 광화문에서 집사람이 음식점을 하고 있습니다. 토요일마다 보면 태극기 부대, 촛불 부대들이 연달아 모임을 이어가면서 서로 증오와 저주를 퍼붓고 있습니다. 양측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나라가 완전히 내전 상태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정치 지도자들이 나서서 이 내전 상태를 종식해 주지 않으면 더 이상 국가가 유지, 발전은커녕 지탱하는 것도 좀 어렵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석 달 전에 민주당 핵심 인사로부터 이번에 캠프에 합류하자는 부탁이 왔었고, 두 달 후에도 또 다른 루트를 통해서 요청이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민주당에 와야겠다는 마음을 굳혀가는 도중에 이재명 후보가 ‘국민 통합을 가장 우선으로 하겠다’, ‘민주당을 중도 보수 연합으로 외연을 확실하게 확대하겠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습니다. 그것이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원래 민주당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한나라당에서 재선, 3선을 하고 국회 사무총장을 했기 때문에 떠나오는 절차가 조금은 조심스럽고 번거로웠습니다. 그분들을 만나거나 전화해서 양해를 구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새로 만나는 분들은 와서 만나면 되니까 저는 일체 신경을 안 쓰고, 전에 모셨던 박희태 국회의장, 김무성 전 대표, 오랜 친구인 유승민 전 대표 그런 분들하고 전화로 소통하느라 시간이 걸린 거지요. 그리고 지난 4월 29일 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입니다.
Q. 이재명 후보님과는 물론 안동 동향이시니까, 잘 알고 계시리라고 봅니다만, 이재명 후보와의 인연을 소개해주세요.
권오을 위원장 이번에 합류할 때 이 후보와 전화 한 통 한 거 없고요. 근래에 만난 적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국회 사무총장 할 때 당시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이었습니다. 이 후보는 추석 때는 꼭 안동에 성묘를 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성묘 왔을 때인 것 같은데, 한 12, 3년 전에 제가 전화를 해서 시골 다방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했던 게 다입니다.
그리고 3년 전에 대선 때 그쪽 측근들이 와서 도와달라고 여러 번 부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제 사정에 있어서 못 도와드린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를 할 때 우리 지역 민원을 가지고 여러 차례 문자를 보낸 적이 있는데요, 그때마다 답이 즉각 왔습니다. 나는 비서가 하나 했더니 본인이 직접 하시더라고요.
Q. 민원이라면 어떤 종류를 말하는 건가요?
권오을 위원장 안동 농산물을 경기도에서 많이 공급할 수 없는가 하는 그런 거지요. 이 후보는 Yes, No가 분명합니다. 안 되는 거는 안 됩니다. 하지만 되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Q. 이재명 후보의 어떤 점에 이끌린 것인지 말씀해주세요. 이재명 후보에 대한 국민적 호불호가 선명한 편인데요.
권오을 위원장 이 후보님은 성남시장으로서 일 잘했다고 성남시민이 평가를 했지 않습니까. 경기도지사도 짧은 3년이었지만 일 잘했다는 평가가 받고 있습니다. 그분이 대통령이 되면 국정을 참 잘하시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재명 후보를 쭉 보면, ‘일 머리’를 안다, 추진력이 있다,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이런 걸 안 따지고 일로써 승부하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실용 정치를 하는 모습이 아닌가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나라에서 이념 논쟁을 해가지고 나라를 이끌어 가기에는 너무나 복잡다단하고 또 대립이 심하잖아요. 국민 행복에 도움이 되면 그걸로 가면 되는 거지, 그걸 뭐 파랑, 빨강, 노랑 따진다는 게 정치권만의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 거부하는 계층은 가짜 뉴스에 많이 왜곡되고 오염돼 있다고 봅니다. 대장동, 백현동 재판이 처음에 돈으로 시작했잖아요. 그런데 3년 동안 해도 돈 문제는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걸려들고 아무 일도 안 하는 사람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요. 그렇게 책임을 가진 공직자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침몰하는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재명 후보의 정치와 경제는 물론 머리로 하는 것도 있지만 온몸으로 체화해 배운 거라고 봅니다. 그의 경제 정책 공약을 보면 누가 써주거나 공부를 해서 익힌 게 아니라 자신이 한평생 살아서 얻은 거라는 점에서 확실히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Q. 지금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아 관세협상을 해야 하고, 오랜 성장 정체에 빠져 있는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기로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재명 후보가 이 난제를 풀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적잖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권오을 위원장 현재 이재명 후보의 외교안보보좌관인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파견돼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통상 교섭 전문가인 김현종 보좌관은 전에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해본 전문가입니다. 외교 문제는 대통령 밑에 유능하고 충직한 참모들만 포진하고 있으면 대통령이 거기에 대한 좀 식견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충분히 커버가 된다고 판단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대미 치중 외교로 갈 것이냐, 미국을 우선으로 하되 중국, 일본과 적절한 균형을 가지고 갈 것이냐’인데, 저는 후자라고 봅니다. 국민의힘 정권은 오로지 미국, 미국 하다가 중국하고 사이가 벌어져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에 주름은 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볼 때는 한미 관세 전쟁은 결과적으로 시간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전쟁도 중국이 풀어내고 있지 않습니까. 전 세계가 이제 미국의 말이라고 해서 100% 따르는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각국이 국가 이익에 따라서 접점을 찾아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후보가 너무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상당히 균형되게 잘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민주당 내 여러 조직이 있겠습니다만, 국민대통합위원회이란 이름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어떤 취지로 만든 것이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말씀해 주세요.
권오을 위원장 지금 광화문에서 거의 매일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 간에 진영 싸움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 양측이 내세우는 거 보면요. 별 거 없어요. 똑같이 태극기 들고 애국가 불러요. 그래서 나는 철저하게 공론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가짜 뉴스에 의해서 오염되고 왜곡된 사실에 의해서 눈에 핏발 세우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팩트를 들이대면서 서로 공론의 장을 만들어 놓으면 서로 이해하지 않겠나, 그렇게 한번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에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은 촛불 부대가 이기는 셈인데, 이긴 쪽에서 한 발 물러나 진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지적도 해주고 그렇게 대화를 하다 보면 오해도 풀리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봅니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그런 취지로 이재명 후보의 지시에 따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나눠져 있는데 지금은 젊은 남녀 간에도 갈라져 있고, 노동조합도 대기업 노조와 중소기업 노조, 심지어 비노조로 나눠져 있습니다. 세계 정세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를 한편으로 하는 대륙 진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대통합’은 우리나라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이슈에서도 시급한 과제로 보입니다.
새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국가의 아젠다로서 ‘국민대통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지 않으면 계속 나라가 시끄러워질 것으로 봅니다. ‘국민대통합’은 우리 시대의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Q. 과거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한나라당에서 오랫동안 정치를 하셨는데, 우리나라 보수정당의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특히 이번에 국민의 힘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그리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 보수정당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권오을 위원장 보수당은 품격이 있어야 하고 진보는 향기가 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품격이라고 한다면 그 시대와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겁니다. 우리나라 보수정당은 품격을 잃어버리고 책임을 안 지는 것 같습니다. 그냥 기득권을 누리기만 한다고 할까요. 다양성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봤기 때문에 그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민주당 입당 직전까지 바른미래당에서 수년간 활동하셨는데요, 당을 떠나면서 남다른 소회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군소정당의 한계 같은 것을 느꼈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권오을 위원장 우리 사회가 굉장히 다양화돼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거 제도 때문에 여야 대정당 2개 체제가 유리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가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선거법을 고쳐서 득표한 만큼 의석수를 가져가도록 개정해야 합니다.
또 후보자 번호를 매기는 선거 번호 제도를 없애야 합니다. 그전에는 추첨을 해서 번호를 정하기도 했어요. 같은 당이라도 여기는 1번 저기는 4번 또 다른 지역구에선 7번이 되는 식이었지요. 현재 선거법이 양대 정당들에게 유리하니까, 선거법을 고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Q. 권오을 위원장님께서는 이번 민주당 참여를 기회로 삼아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펼칠 것인지요. 진보 색깔의 민주당에서 권 위원장님은 어떤 역할을 할 작정이신가요?
제가 민주당에서 국가대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완화하는 데에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이념과 세대, 젠더 갈등, 노노 및 노사 갈등에 대해 진정으로 대화를 하는 공론장을 마련해 보는 것이죠. 서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을 털어놓고 얘기하면 합리적 방안이 분명히 나올 거라고 봅니다.
또 지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너무 나는 것도 머리를 맞대면 해결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근무자들에 대해서 정부가 아파트 우선분양권이나 학비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임금 격차에 따른 불만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라고 할 수 없다면 중장기적인 혜택을 중소기업 재직자들에게 베풀어 줌으로써, 중소기업에도 인재들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Q.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지금 청년들이 대기업만 가려고 하는 것은 큰 문제인데, 중소기업 근무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사회통합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 위원장이 민주당에서 합리적인 보수 정책안을 많이 제안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권오을 위원장 이런 방안은 정부에게만 맡겨선 안 됩니다. 그래서 정치가 필요한 것이죠. 과감한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뤄낼 수 없다고 봅니다. 갈등은 계속 봉합되지 않은 채 문제점만 연장되는 것이죠.
Q.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정치 보복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오을 위원장 제가 그거는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실패한 요인은 5년 내내 적폐 청산한 거라고 봅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내란 세력, 계엄 세력에 대한 심판은 사법부에 맡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직 국정에만 올인하라고 조언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