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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DMZ 가는 길에 임진강 붕어빵 카페(2-편)

 

식물 뿌리에서 물을 빨아들이는 역삼투압이 염류 장애 

 

"식물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게 아니라 거꾸로 흙이 식물 뿌리의 물을 빨아들여 식물은 말라 죽게 됩니다. 이것이 역삼투압이라는 것이죠. 염류 장애라고 들어보셨지요? 흙 속에 과도하게 영양물질이 쌓여서 그런 것이지요. 염류 장애는 흙도 식물도 죽는 것입니다.”

 

“그래서 퇴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까?”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직원이 서툰 한국말로 끼어들었다. “그렇습니다. 아까 식물이 필요로 하는 원소가 60여 가지라고 했지요. 잘 발효된 퇴비는 흙처럼 마이너스 전기를 띠어서 60여 가지 원소를 골고루 붙잡고 있는 종합영양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화학) 비료는 다릅니다. 흙에 들어가면 비료는 플러스와 마이너스 성분으로 빠르게 분리되어 식물이 흡수하기 좋을지 모르지만, 특정 성분만을 투입하는 것이라서 결국은 흙과 식물의 영양 불균형 상태를 초래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화학) 비료를 남용하거나 잘못된 퇴비를 쓰면 농사를 망칠 뿐 아니라, 농산물의 맛과 향이 없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산 퇴비를 쓰면 다릅니다. 흙과 식물의 영양 균형을 저절로 맞출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농산물 고유의 맛과 향을 확연히 지니게 만듭니다. 그래서 퇴비를 만들기 전에 흙의 성질을 알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퇴비를 만들어 쓰자는 겁니다.”

 

“으음~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까 식물이 영양분을 흙과 공기에서 얻는다는 했는데 공기에서 얻는 성분이 뭐가 있나요?” 구 씨가 물었다. 나는 다시 모니터 영상을 틀면서 말했다. 
 

식물이 만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원료는 탄소 


“식물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는 흙뿐이 아닙니다. 첫째가 태양 빛이 없으면 안 되고 두 번째가 공기입니다. 그리고 물이 필요합니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79%, 산소가 20.9%로 이 두 가지 물질이 전체의 99.9%를 차지하며 0.03%는 탄산가스, 나머지 0.07%는 온갖 가스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깊은 산속에선 0.07%를 산소로 채워져 공기가 맑게 느껴지나 도심지나 공업단지에선 아황산가스 등 온갖 잡동사니 가스들로 조금만 들어가 있어도 냄새가 나서 숨을 쉬기가 어렵지요. 그리고 물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계속해서 강의를 들어보자고요.”  

 

「식물에겐 없어서 안 될 가장 중요한 비료 성분이 공기 중의 탄산가스에 들어있다. 식물은 누가 공급하지 않아도 저절로 탄산가스의 탄소를 잎을 통해 먹고 태양 빛을 받아서 포도당을 만든다-이것을 탄소동화작용, 광합성이라고 한다. 

 

탄소동화작용은 식물이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함께 탄소 가스에서 얻은 탄소에 태양에너지를 축적시키는 과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 일부를 식물은 뿌리를 통해 흙 속에서 공생하는 미생물에 먹이로 나눠주고, 그들이 분비한 영양 원소를 물을 흡수할 때 얻어서 이를테면 쌀, 보리, 밀 등은 탄수화물을 만들고, 콩은 단백질을. 깨는 지방을 만든다. 

 

이처럼 지상의 어떤 작물이든 각자의 고유한 물질을 만들어 내는 데 이것을 탄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란 뜻으로 유기물(有機物)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유기물이란 식물이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포도당을 만들고 여기에 무기물 영양 원소를 결합해 만든 모든 탄소화합물을 말한다.」

 

TV 모니터를 정지시켜 놓은 나는 그들에게 식물은 영양 원소가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나누어져야 흡수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말했다. 
 

흙 속 통기성을 높이고 미생물의 먹이와 집이 되는 퇴비의 놀라운 효과


“식물이 성장하는데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성분이 질소거든요. 질소는 공기 중에 79%를 차지하고 있지만, 식물은 공기 중의 질소가 N₂로 결합하여 있어 직접 흡수할 수 없어요. 그래서 질소의 결합을 깨고 원자로 나눠 전기를 띠게 해야 하는데...,


그래서 콩과 식물 뿌리에는 그런 일을 하는 혹이 달려있습니다. 뿌리혹박테리아라고 하죠. 이것이 공기 중에서 포집한 질소를 분해해서 식물이 질소를 흡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말하자면 콩의 질소 공장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팥 뿌리에도 그런 질소 공장이 있을까요?” 

 

“......팥도 콩과 아닌가요? 그러면 당연히 있겠지요.” 구 씨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팥 뿌리를 가져다가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팥은 다른 콩과 식물처럼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유기 질소화합물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지요. 콩과 식물이 공기 중의 질소를 흡수하는 방식-이것을 질소 고정이라고 하는데 식물이 질소를 고정하는 방법은 이게 유일합니다. 물론 식물 숙주 없이 질소를 고정하는 세균도 있고 번갯불, 산불, 뜨거운 용암 등도 질소를 고정한다고 하는데….

 

아,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 같네요. 그만하고요. 그렇다면 팥에는 자체 질소 공장이 있다는데 굳이 퇴비를 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일행은 눈을 껌벅이며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럴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을 것이다. 내가 TV 모니터와 유튜브를 분리하면서 말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질소가 공급되었다고 팥이 잘 자라는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팥이건 어느 식물이건 혼자서 살 수 없습니다. 사람도 그렇잖습니까. 무엇보다 식물 뿌리나 뿌리와 공생하는 미생물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다시 말해, 흙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흙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말은 흙 속으로 공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식물도 사람처럼 밥을 먹지 않아도 오래 버틸 수 있지만 숨을 쉬지 못하면 곧바로 죽습니다. 그래서 흙의 통기성(通氣性)을 좋게 하기 위해 퇴비를 뿌려 줘야 합니다. 

 

비료를 쓰면 땅이 동맥경화에 걸리고 농약이나 제초제는 흙 속의 유익한 미생물 등을 죽이지만, 퇴비는 흙을 다스려 흙을 ‘떼알’ 구조로 만들어서 물을 적당히 저장하고 공극(孔隙, 틈, 구멍)으로 공기가 드나들게 합니다. 

 

게다가 유기물로 발효된 좋은 퇴비는 앞서 말했듯이 흙과 같은 마이너스 전기를 띠기 때문에 여러 영양 원소를 붙들어 놓는 효과가 최고입니다. 그러니 퇴비로 자란 농산물은 가뭄, 장마를 견뎌내고 퇴비로 인해 먹이와 집이 생긴 흙속 미생물들의 협조로 해충을 물리치는 자생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고유의 맛과 향을 가진 최고 품질의 건강한 식재료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컨테이너 임시 숙소에서 나와 임진강 강가로 걸어 나갔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직원이 전날 미리 와서 던져두었다는 통발을 건지는 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긴 통발 줄을 바위 밑으로 흐르는 강물에서 한 아름씩 여유 있게 끌어당겼다. 통발이 드러나자 일행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아, 들었다. 들어있어. 뱀장어다.”

통발 안을 보니 굵은 대나무 토막 같은 거무스름한 뱀장어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다음 편에는 본격적인 팥 농사, 붕어빵 팥소 만들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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