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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


[경제판례] 범죄에 쓰인 가상화페, ‘재산’으로 인정 첫 몰수 판결

- 191.32 비트코인, 약 25억원 몰수
- 법원, “가상화폐, ‘재산’에 해당 ‘몰수’
- 1심은 “특정 불가, 몰수 안돼” 엇갈린 판단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화폐’라고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암호통화’ 또는 ‘암호화폐’라는 말로 통일해 주기를 요청하며, 정확한 정명부터 요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법원에서 지난 1 월30일 범죄에 사용된 가상화폐에 대해 처음으로 몰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비트코인은 현실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부여됨을 전제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재산’으로 몰수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에서는 가상화폐는 물리적 실체가 없어 몰수할 수 없다고 보면서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입장뿐 아니라 관련법, 대법원의 판단 등 명확한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피고인은 약 3년에 걸쳐 해외 서버, 도메인을 가지고,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약 122만여명에 달하는 회원들로부터 음란물 다운로드의 대가로 추적이 어려운 전자문화상품권 내지 비트코인 등으로 수익금을 받았다. 이외에는 다수의 차명 계좌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범행을 숨겨왔다.


가상화폐가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1심과 2심이 엇갈렸다. 1심은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는 비트코인은 그 가운데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특정하기 어렵고, 또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 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이란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 일반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몰수의 대상을 형법상 ‘물건’에 한정하지 않고 ‘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시행령에서 ‘은닉재산’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에 해당 사건의 경우 25억원 상당의 191.32 비트 코인의 몰수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에 대해 ▲예정된 발행량이 정해져 있고, P2P 네트워크 및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그 생성·보관·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 되는 점 ▲온라인상 ‘게임머니’도 구 부가가치세법상 ‘재화’ 에 해당되므로 물리적 실체가 없다는 것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거래소를 통해 법 정화폐로 환전이 가능하고, 가맹점에서는 지급수단으로 인 정되는 점 등을 들어 ‘재산’에 해당하고, 몰수의 대상이 된다 고 판시했다.




법원이 본 ‘비트코인’의 특성


재판부는 해당 사건을 판단하면서 채택·조사한 증거에 따라 ‘비트코인’(가상화폐)의 특징에 대해 파악했다. 재판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인정한 사실을 정리하면 먼저 가상화폐는 ‘자연인 또는 법인이 교환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제적인 가치의 디지털 표상으로, 그 경제적인 가치가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또는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비트코인은 2009년경 탄생한 비트코인 단위로 거래되는 암호화된 디지털 가상 화폐로, 기존의 가상화폐와 달리 발생이나 거래의 승인 등을 담당하는 일정한 발행기관이나 감독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P2P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거래기록의 보관, 승인 등을 네트워크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점 에 그 특이성이 있다고 파악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거래자의 디지털 공간에 구현된 전자지갑 에 보관할 수 있으며, 보관 중인 비트코인은 일종의 계좌번호에 해당하는 ‘공개주소’와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비밀키’를 통해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거래자가 수취자의 ‘공개 주소’와 이체할 비트코인의 액수를 입력하면 수취자는 ‘비밀 키’를 입력함으로써 위 비트코인을 수취하게 되는데, 이러한 모든 비트코인 거래는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block)’에 기록돼 기존 ‘블록’에 덧붙여짐으로써 확정되며(거래가 미확 정된 상태에서 수취자는 이체받은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없 다), 이러한 거래기록의 집합을 ‘블록체인’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개별적인 거래 내지 ‘채굴’ 작업 외에도 거래소를 통해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외에도 거래소의 중개를 통해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인 규모에 의해 정해진 교환 비율에 따라 법정통화로 비트코인을 구입할 수 있다고 정리 했다.


검찰, “범죄수익 환수제도 입법목적 실현”


이 판결은 법원이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에 의미가 있다. 수원지검은 “이번 사례는 수원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의 협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가상화폐 형태의 범죄수익도 몰수할 수 있다는 리딩케이스(Leading Case)를 이끌어 낸 것”이라며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 적으로 제거하고자 하는 범죄수익 환수제도의 입법목적을 실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지검은 상고심에서도 몰수 판결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추징금 확보를 위해 일부 몰수되지 아니한 비트코인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원지검에서는 1심 판결 선고 직후 공판송무부장을 팀장으로 한 ‘비트코인 환수팀’을 구성해 항소심 공판 대응방안을 강구했다. 한편, 압수된 비트코인이 범죄수익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특정하기 위해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와 실시간으로 공판 진행 상황 및 비트코인 분석 경과를 공유하는 등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 뉴욕주 지방법원(Southern District of New York)에서 이미 2014년도에 일명 실크로드 사건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판결을 선고한 사례, 뿐만 아니라 호주, 프랑스, 독일, 불가리아 등에서도 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보아 몰수한 사례 등 수십여 개의 국제사례를 수집해 재판부에 소명했다.


한편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에서는 자체적으로 고안해 낸 비트코인 추적기법을 활용해 압수된 비트코인이 음란물 사이트 운영을 통해 취득한 범죄수익임을 명확히 특정한 것으 로 알려졌다. 압수된 비트코인과 피고인이 운영한 음란물 사이트의 DB를 통해 확보된 7,304개의 비트코인 주소를 분석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분석결과 총7,304개의 비트코인 주소 중 7,297개의 비트코인 주소는 압수된 비트코인의 주소와 음란물 사이트 DB에 저장된 비트코인 주소가 명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범죄수익에 해당함을 명백하게 입증 했다.

 

가상통화 규제, 시대 역행 … 과세·회계제도 정비해야


정부는 ‘가상화폐’를 사실상 ‘투기·도박’ 상품으로 규정하고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규제 일변도로 나서고 있다. 이번 판결이 비트코인이 법정 화폐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아니지만,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면서 정부의 정책기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법원에서까지 가상화폐를 재산으로 인정하는 판단을 한다면 혼란이 일 수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입장뿐 아니라 세제, 회계분야 등 관련법 등 정비가 시급해 보이는 이유다.


실제 2월2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가상통화 규제·세제·회계분야 이슈 점검 세미나’에서는 입법 회색지대에 있는 가상통화를 제도권에 편입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함께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등 과세·회계제도 정비도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미나에서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편입 해 관리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회장에 따르면 미국·일본 등은 세금을 매기고 거래소 인가제나 등록제를 실시하는 등 가상통화 를 제도권에 편입하고 있는 추세다. 오 회장은 구체적 제도도입 방안으로 거래소 등록제와 가상통화 신용평가제도를 들 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규제입법을 마련할 경우 가상통화가 공적지급수 단으로 오인될 수 있어 많은 국가가 가상통화의 제도권 편입을 망설이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들은 가상통화를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대부분 국가가 가상통 화의 자산적 성격과 결제수단으로서의 성격을 인정하는 과세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일부국가는 결제수단으로서의 성격까지 고려해 부가가치세를 비과세하는 방식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가상통화 거래에 대해 사업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부가가치세 과세를 위해서는 가상통화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상통화 는 가상적이고 인터넷상으로만 존재하지만 거래소에서 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재산이고 자산에 해당한다”면서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 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미나에서는 가상통화에 대한 회계처리안 제정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공익재단 등으로 비트코인 기부를 받는 경우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금융청이 2016년 가상통화를 자금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 이후, 지난해 12월 일본회계기준위원회가 공개초안을 작성해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전했다. 이외에 미국, 호주 등도 디지털상공회의소, 회계제정기구 등 관련기관에서 기준안 마련을 요청하고 있 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제기준위원회, 미국회계기 준위원회 등의 입장을 보면 아직까지 가상통화가 별도 회계 기준이 요구될 만큼의 경제적 실익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협회 등 자율단체는 중개업소나 거래 소가 외부감사를 받고 자발적으로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책당국에 대해서는 “금융, 세제, 회계제도 등에 관한 직접 규제보다는 심각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감안해 거래소라 불리는 중개업소에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하 고 지정감사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가상화폐 이슈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상화폐, 암호통화 등 불리는 이름도 여러 가지다. 시각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래의 산업발전을 이끌 신기술이라는 주장과 함께 실체가 없는 투기수단일 뿐이라는 평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실질과 본 질에 대한 논의보다는 가격 등락폭 등에만 매몰돼 현상에만 치우친 논쟁만 이어지고 있진 않은지 우려스럽다. 정부 정책 공백상태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수록 선의의 피해자는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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